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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발만 고수하던 내가 머리를 볶게 된 이유
손승현 부장기자  |  ssh1002@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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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5.18  07: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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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중독’. 아마 요즘 청년들이 겪고 있는 흔한 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SNS가 발달함에 따라 온갖 정보들이 콘텐츠화돼 쏟아지고 있다. 그 수많은 콘텐츠를 다 받아들일 수 없었던 우리는 점차 짧은 콘텐츠들을 선호하게 됐고 이에 따라 숏폼 콘텐츠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냥 앉거나 누워서 15초에서 60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을 소비하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지나가 있다. 이런 강력한 자극에 길들고 익숙해지다 보면 일상에서 느끼는 단순하고 작은 자극만으로는 쉽게 만족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필자 역시 한때 도파민 중독이었던 때가 있었다. 아니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확실하게 중독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처음에는 그냥 남들도 하니까 뒤처지지 않으려 SNS를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필자의 수준은 심각했다. 핸드폰을 별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숏폼도 너무 많이 소비해서 어느새 일반 동영상도 2배속으로 설정해 두고 보지 않으면 답답한 수준이 됐다. 친구와 이야기할 때도 점점 더 자극적인 주제를 찾았다.

그러다 보니 진짜 심각한 수준으로 어휘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점차 느끼게 됐다. 쉬운 단어들도 금방 생각이 나지 않거나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도 금세 잊어버렸다. 대화할 때도 도파민이 돌지 않는 느낌이라면 금방 대화를 단절해 버리기도 했다. 깊은 사고를 하지 않다 보니 생기는 문제였다. 디지털 치매나 청년 치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파민 디톡스’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핸드폰을 멀리하려 하니 쉽지 않았다. 과제를 해볼까 하고 켠 노트북 역시 하나의 유혹 요소였다. 어느새 노트북으로 과제는커녕 SNS에 접속하고 유튜브를 보다가 ‘무엇을 하려 했지?’ 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핸드폰을 하지 않으려 실외로 도망쳤다. 필자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운동인 수영이다. 사실 원래는 건강을 챙기려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수영장에는 전자 기기를 갖고 갈 수 없다. 갖고 가더라도 운동량을 확인할 뿐, 다른 것을 할 순 없다.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귀찮아서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보던 과거를 반성하게 됐다.

또 집 앞 공원길에 나가 매일 1시간씩 걷는 습관을 들였다. 대신 이어폰과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말이다.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걸으며 핸드폰을 하고 노래를 듣는 동안 보고 듣지 못한 채 지나쳤던 것들이 들어왔다. 푸르른 자연과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따듯해지기까지 했다.

새로운 취미도 만들었다. 전에는 가끔 하던 독서와 스포츠 경기 관람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경기는 순식간에 시간을 삭제시켜 줬고 그 속에서 필자는 무언가에 열광할 때의 내 모습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었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좋아하는 분야의 도서를 빌려 어울리는 장소를 찾고 하염없이 여유를 즐기다 보면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시간도 빨리 갔다.

점차 다채롭게 삶을 꾸려 나가는 스스로가 좋아졌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다양한 모습을 소화하는 필자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머리에 변화를 줬다. 남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준 머리 대신 진짜 해보고 싶었던 히피펌을 했다. 전이라면 절대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행동이다. 과거에는 남들과 최대한 닮아가려고 노력했다면 현재는 개성을 찾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여러분에게도 ‘도파민 디톡스’를 추천하고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손승현 취재부 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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