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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번역 살피며 '문학' 읽기-테오도어 슈트름 『백마의 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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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9.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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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작품 특유의 감수성을 생생하게 표현

  향토소설 『백마의 기수』는 북독일에 위치한 후줌에서 출생한 작가 테오도어 슈토름(1817~1888)에 의해 쓰여진 작품으로 독일 사실주의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틀 소설의 형식으로 된 이 소설은 슈토름이 수집했던 전설 중에서 영감을 얻어 썼던 만큼 신비적이고 전설적인 내용을 담았다.

  중세 때부터 네덜란드와 북해의 해안을 따라 널리 시행되었던 저습지와 간척지의 개발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데, 젊은 제방감독관 하우케 하이엔의 야심과 책임감, 그리고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지 못해 결국에는 옛 제방이 무너지며 아내와 딸을 잃게 되고 끝내는 자신마저도 절망한 채 바다로 뛰어드는 하우케 하이엔의 자살 등이 그려진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몇몇 번역 작가들에 의해 번역이 되었으나, 가장 원본에 가깝게 독일어 특유의 감성을 살려서 번역되어진 작품은 강원대학교 독어독문과의 오용록 교수가 2003년에 번역·출간한 『백마의 기수』이다.

  번역작업은 제2의 창작이라 할 만큼 해당 외국어의 실력 이외에도 뛰어난 표현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재창조의 작업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 외국에서 쓰였어도 역량 있는 번역 작가의 손을 거치지 않는다면 한국에 들어와서 졸작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번역 작가는 세계의 명작들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매개자가 된다.

  특히, 이 소설은 북해의 지리적 특색이나 해안의 지형학적 지식이 없이는 번역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용록 교수는 지질학자들이 사용할 법한 용어들을 과감하게 이용할 정도로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적합한 용어를 선택함으로써 원본의 표현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게다가 그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전문적인 용어들은 주석을 달아 독자들이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번역서의 또 다른 특징은 독일의 화가 옌스 루쉬가 직접 그린 삽화가 줄거리의 진행에 적절하게 곳곳에 실렸다는 것이다. 이 삽화는 소설을 독자가 직접 경험하는 것과 같은 혹은 바로 옆에서 얘기를 듣는 것과 같은 몰입효과를 더해준다. 이러한 삽화와 섬세하고 정선된 언어로 묘사된 번역이 어우러져 출간된 이 『백마의 기수』는 독자들이 독일 향토문학의 정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가 슈토름은 1887년에 위암을 판정받고 1988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썼던 이 소설에 그의 삶에 대한 열정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특히, 소설의 결말부분에 죽음의 문턱에 선 자신의 감정과 느낌이 그대로 반영되어 더욱 절실하게 표현되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을 한국의 독자가 저자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번역 작가는 한국어 표현과 묘사 게다가 작가의 감정까지 살려서 마치 한국작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다음은 제방감독관을 죽음으로 이끈 해일을 묘사한 것이다.

  “…앞에 보이는 것은 산더미 같은 물뿐이었으며, 물은 을러대듯 밤하늘로 솟구쳤다가 음산한 어스름 속에서 서로 겹겹이 포개지기도 하고 서로를 뛰어넘어 육지를 두들기기도 하였습니다. 물은 하얀 관을 쓰고, 온갖 무서운 야생 맹수들이 그 안에 숨어 있는 것처럼 포효하며 다가왔습니다. 그러자 백마가 앞발을 구르며 그곳에 대고 거세게 콧김을 내뿜었습니다. 기수는 여기서 인간의 힘은 모두 끝장나고 이제 밤, 죽음, 허무가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뻔했습니다.”

  즉, 이 작품은 독일 작품의 감수성을 있는 그대로 살린, 그러나 한국의 독자가 감상하고 즐기기에 충분한 소설이므로 감히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테오도어 슈토름의 박물관에 오용록 교수의 번역서가 전시되었음은 한국어 번역이 얼마나 섬세하고 훌륭하게 되었는지를 시사하는데,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문화적 차이나 시대적 차이를 뛰어넘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번역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 서윤정(강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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