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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 매트릭스와 네오, 그리고 글짱
심훈 교수  |  shim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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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12.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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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와 네오, 그리고 글짱 진정한 글짱은 또 다른 의미의 수퍼맨 사고의 지평 넓히고 현실을 직시하게 해 "파란 알약을 먹으면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빨간 알약을 택하면 이제껏 겪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1999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는 빼어난 오락성과 뛰어난 촬영 기법은 둘째 치고서라도 시나리오 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 상징으로 20세기 후반 들어 가장 많은 화제를 낳았던 작품이다.

  독자들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해 줄거리를 간단히 언급한다면, 영화에서 주인공 네오 (키아노 리브스 분)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회사원.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하고, 수수께끼의 인물 ‘모피우스’ (로렌스 피시번 분)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상상을 초월하는 진실을 알고 싶다면 그가 내미는 알약들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는 선택을 강요 당한 네오. 결국 진실을 알기 위해 네오는 파란 알약을 택하고,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인큐베이터 자궁 속에 배양된 채 컴퓨터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인류의 비참한 운명을 목격한다. 그가 체험해왔던 세계는 결국 컴퓨터에 의해 가상으로 구축된 매트릭스라는 것을 깨닫고 그만의 고독하며 운명적인 투쟁을 시작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결국 가상세계의 모든 시공적 한계를 극복하며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고 날아다닐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렇다면, 필자는 이 시점에서 왜 느닷없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영화 이야기를 꺼냈을까? 글쓰기 작업이란 바로 파란 알약을 택하는 과정이다.

   눈 앞에 펼쳐진 감각적인 현실을 초월해 숨겨진 작동 구조와 진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주는 과정이 글을 쓰는 과정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는 글쓰기의 깊이가 증가하면 할수록 비판적, 비평적인 시각이 증폭되면서 보다 폭 넓은 시야를 지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수준 높은 글쓰기는 특정 현상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왜, 어떻게, 앞으로는? 등과 같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며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진행되기 마련이다.

   보다 완성도 높은 글을 만들기 위해 자연히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생각의 깊이는 더욱 완숙해진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가상 세계일 뿐, 실제는 컴퓨터가 인류를 지배하는 영화처럼, 비평적인 글쓰기는 주변의 현상과 현실을 눈앞에 펼쳐지는 액면 그대로만 파악하지 않는다. 때문에,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채 하늘을 날아다니는 네오처럼 글을 쓰는 필자는 현실을 입체적으로 직시할 수 있는 ‘수퍼맨’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사고의 지평을 무한대로 확장시킬 수 있다. 투시능력으로 벽 뒤편까지 훤히 들여다 보는 수퍼맨처럼 남들이 인지하기 어렵거나,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는 곳을 들여다볼 능력을 키워낼 수 있는 것이다. 사회의 움직임을 수 만개의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작동하는 하나의 거대한 기계로 비유한다면, 외부에서 이를 별 생각 없이 바라보기보다, 내부에서 어떤 역학원리로 움직이는지, 기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등에 대한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진정한 글짱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네오의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고와 깊이가 없이 표현만 그럴싸한 싸구려 글들은 어떨까?

  이에 대한 답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의 영원한 적수인 에이전트 ‘스미스’가 잘 보여주고 있다. 네오와 맞먹는 능력을 지녔으되, 그를 둘러싼 매트릭스의 세계에는 관심조차 없는 스미스는 오로지 네오를 제거하는 것을 존재 목적으로 삼고 있다. 마찬가지로, 겉만 번지르르하고 화려한 글들은 테크닉 면에서만 뛰어날 뿐, 현실에 대한 관심도, 현실을 꿰뚫어볼 능력도 없는 스미스 요원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만일, 글짱 프로젝트를 통해 이전보다 기술적으로는 더욱 우수한 글을 쓰게 되더라도, 정신적인 면에서 별반 나아질 것이 없을 것을 우려해서 언급하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매트릭스’는 깊이 있는 글쓰기가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네오처럼 살 수는 없다. 또, 누구나 다 네오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네오처럼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글을 깊이 있게 ‘잘’ 쓴다는 것은 바로 ‘네오’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동안 너무 기술적인 부분만 강조하며 달려온 것 같아 이번에는 좀 쉬어가는 의미에서 왜 글을 잘 써야 되는지, 또 글을 잘 쓰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두서없이 써봤다. / 심훈 교수(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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