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는 쏟아지고,
똥은 마렵고,
허리띠는 옹치고,
꼴짐은 넘어가고,
소는 콩밭으로 뛰고…

  일전에 음률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바 있다. 말이건 글이건 리듬을 타야 한다면서 지나가는 얘기로 흘렸었다. 오늘 하게 될 이야기는 이와 유사한 친척 이야기. 이름 하여 대조, 대구와 병렬의 묘미가 그것이다. 수학에서 무한수(無限數)를 의미하는 표시는 … 국제 기호이며 만국 공통 부호이기도 하다.

  한 개도 아니오, 두 개도 아닌 세 개. 바로 나열의 미학을 위해 심훈 선생이 강조하는 최소 공배수이자, 글짱 프로젝트의 14번째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이름 하여 삼삼 법칙이라고나 할까.

  여운을 남기기 위해 사용하는 한글에서 사용하는 땡땡땡 (. . .)도 반드시 셋, 글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방식도 세 토막인 서론, 본론, 결론. 이 같은 법칙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구현된다. 가위 바위 보도 삼세판, 패스도 삼단 패스, 음악도 삼박자가 맞아 들어야, 춤이 나오고 지루박이 탄생한다. 세 가지를 넘기면 본격적인 병렬의 미가 탄생한다.

  이미 글짱 프로젝트 6탄에서 중복 회피라는 주제로 선보인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 워리워리 쎄뿌리까~에 대한 에피소드는 열거의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잘 보여준다. 그룹 봄 여름 가을 겨울, 윤동주님의 시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등은 이 같은 예의 일부분에 속한다.

  그렇다면 대조와 대구의 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흔히, 글쓰기에서 복문과 중문은 피하되 단문은 적극 활용하라고 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려주고 둘은 흘려보내는 수작이다. 대조와 대구를 쓰려면 적어도 중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공수래, 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와 같은 중문들은 그래서 바로 대구의 미학으로 탄생하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속담은 대조, 대구와 병렬의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잊지 말자. 속담처럼 명쾌한 촌철살인으로 대조, 대구를 활용한다면 글짱으로 한발 짝 더 다가가는 길임을. 대조, 대구와 병렬의 미는 그래서 글을 더욱 감칠맛 나게 한다.

  서두에 장식된 속담은 병렬과 대구의 미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상상만 해도 우습지 않은가? 소낙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똥은 마렵고, 허리춤의 끈은 뭉쳐서 안 풀러 지는데, 소 먹이로 베어다 지게에 얹어 놓은 꼴은 무게 중심을 잃고 막 쓰려지려 하고, 망할 놈의 소는 콩밭으로 막 뛰어드니…

  어떻게 하면, 대조, 대구와 병렬의 감각을 키울 수 있을까? 평소부터 우리의 속담을 가까이 하자. 가재 뒷걸음이나 게 옆걸음이나, 둘러치나 메치나, 간에 가 붙고, 염통에 가 붙는다, 국이 끓는지, 장이 끓는지, 기름 엎지르고 깨 줍기처럼 주옥같은 문장들을 늘 손안에서 가까이 하다 보면 어느 날 대조, 대구를 흥얼거리며 글의 허전함을 채우려 드는 여러분들을 발견할 테니까.

  모처럼 마음먹고 병렬과 대구의 미를 보이려고 애썼다. 늘 그랬듯 효과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겠다. 적절한 예시를 찾아가면 한번 밑줄 쳐 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