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어려운 질문 하나: 움베르토 에코, 마이클 크라이튼, 칼 세이건의 공통점은?
답: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다.

  움베르트 에코는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인 ‘장미의 이름’을, 마이클 크라이튼은 가상 SF 소설 ‘쥬라기 공원’을, 칼 세이건은 우주의 신비를 다룬 ‘코스모스’를 각각 집필했다. 이들의 원작은 모두 영화화 돼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앞의 두 작품은 같은 이름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 (접촉)라는 이름으로 상영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글짱 시리즈에서 이들의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원작자들의 배경에 있다. 움베르트 에코는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기호학자이며, 마이클 크라이튼은 영문학을 공부하다 인류학과 의학을 전공한 의사 출신이다. 칼 세이건은 천문학자로 나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영화까지는 안가더라도 소설만으로 논의를 국한시킨다면 특이한 이력의 외도장이들은 점점 더 늘어난다.

  휠체어의 과학자로 더 잘 알려진 스티븐 호킹은 ‘시간의 역사’를, 강단 밖의 철학자로 유명한 영국의 A.C. 그레일링은 ‘사물의 신비’를, 세계적 칼럼니스트인 존 앨런 파울로스는 ‘수학자의 신문읽기’를,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무려 8년간이나 석권한 스코트 펙은 영혼의 성장을 다뤘던 ‘끝나지 않은 길’을 각각 집필했다. 모두 천체 물리학자, 철학자, 수학자이자 의사들이다.

  뉴튼과 갈릴레이, 다윈 역시 역사적으로 ‘한 글’ 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아인쉬타인은 그다지 글에 뛰어나지 못했다. 중학생 정도만 되도 만유인력과 지동설, 진화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반면 상대성 이론과 E=MC2은 대학원생들 조차 소화해내기가 힘든 이유도 일정 부분 거기에 있다. 세계적인 공과 대학, MIT에서는 대학생들이 반드시 2단계에 거쳐 글쓰기 수업을 통과해야만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다. 성공적인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라는 이유에서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함으로써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신청하기 위한 기획안 작성에서 이 같은 글쓰기 훈련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라는 책으로 유명한 사회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교수가 된 다음에도 개인 교사로부터 글쓰기 훈련을 받았다. 자신의 학문적 입장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해 시키기 위해서였다. 문화적으로 앞서나가는 사회에서는 글쓰기를 강조한다. 반면, 이미지와 영상, 말만이 넘쳐 나는 사회에서는 수준 높은 오락과 문화가 탄생할 수 없다.

  본고사 부활 시비로 연결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논술’ 강조는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최근 들어 서울의 몇몇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의 글쓰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서울대의 ‘인문학 글쓰기,’ ‘사회 과학 글쓰기,’ ‘과학 기술 글쓰기’는 지난 1년간 신설되거나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것들이다. 성균관대는 올해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 과목을 중점 교양 과목으로 지정해 모든 신입생들이 수강토록 강제하고 있다. 성대는 이를 위해 무려 11명에 이르는 신규 교원을 새로 채용했다. ‘사고와 표현’이라는 교양 과목에 올인 하다시피하고 있는 고려대학교의 경우, 학교측과 학생, 학부모 모두의 반응이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한다. 글쓰기를 향한 주변이들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까?

/ 심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