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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창조성의 상실 표절, 이대로 둘 수 없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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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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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기가요에 대한 표절시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가요에서 표절의 기준은 네 소절에 불과하므로 가수들은 여기에 대해 불만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영향을 받은 외국가수나 곡이 있으므로 부지불식중에 비슷한 음절이 생길 수 있다고 그들은 항변한다.

  이러한 항변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표절시비는 비단 대중가요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창조성을 기반으로 한 모든 문화상품의 생산영역에서는 끊임없이 표절시비가 불거져 나온다. 일례로 영화에서 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반드시 그와 유사한 아류작이 양산된다. 심지어 다른 영화의 주요 에피소드만을 짜집기 해서 만든 패러디 영화도 버젓이 상영되는 실정이다.

  ‘태양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서구인들의 경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창작하는 사람에게 있어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는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오죽하면 ‘모방은 제2의 창조’라는 말조차 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상황요인을 수긍할지라도 표절은 결코 용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표절은 궁극적으로 타인의 창작품에 대한 ‘도둑질’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 권위있는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작품 중의 하나가 알고보니 일본 대학생의 작품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술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표절한 당사자는 물론 심사에 참가했던 많은 사람들도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야만 했다. 이와 같이 표절임이 밝혀지면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이 왜 표절은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베커(Becker)라는 경제학자에 의하면 범죄인은 범죄로 인한 기대이익, 체포와 형량으로 인한 비용 그리고 위험선호를 종합해 범죄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베커의 논지를 그대로 적용해보면 사실 표절은 효용이 비용보다 훨씬 큰 범죄행위이다. 즉 전문분야에서의 표절은 쉽게 적발되지 않는 점과 표절의 원작품은 어느 정도 작품성이 검증된 것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쉽게 시장성을 획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한 표절에 대한 처벌은 피해당사자가 사법적 제소를 하지 않는 다음에는 직접적인 처벌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양심과 현실적인 이익이 쉽게 맞바꿈되는 것이다.

  세계 10위권에 접어들 만큼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오늘날 우리 대중음악시장은 이제 한 장의 음반만 히트를 쳐도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달라졌더라”는 말이 대중가요 시장 만큼 실감나는 곳도 아마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한 번 인기를 맛본 가수는 쉽게 그 맛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리고 정상에서 다시 무명으로 추락하는 데 대해서 그들은 일종의 불안감마저 느낀다. 이 때 표절에 대한 유혹이 찾아들면 마치 도박하듯 표절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가수들은 오늘날 대중의 수준을 우습게 보아 넘겼다가는 큰 코를 다칠 것이다. 지리적, 시간적 공간의 장벽이 무너진 첨단 정보화 시대에 사는 요즘, 세계 구석구석 돌아가는 정보는 아주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 과거에는 음악적 장르나 유행이 몇 년의 공백을 두고 전달되었지만 지금은 그마저 즉시 수입되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이제 가수들은 표절행위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짓이라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덧붙여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제 갈길과 제 색깔을 찾아가는 가수야말로 오늘날의 대중들이 진정 몽매하는 가수라는 사실도 깨달았으면 한다. 우리의 노래가 해외에서 표절시비가 일어날 때는 과연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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