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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거미야, 거미야
김원국 작가  |  diedl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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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10.26  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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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전민희라는 작가의 <룬의 아이들>이라는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다. 판타지는 있지만 문학은 없는 시시한 국내 판타지들 속에서 전민희라는 작가의 책들은 그래도 마음에 든다. 이전 작품 <세월의 돌>은 ‘아주 좋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전민희라는 이 작가는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그런데도 아주 재미있고 괜찮은 소설들을 쓴다.
나는 학교 다니는 내내, 국문학과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교수님들의 말씀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정치외교학과’ 학생에게, “그렇더라도 책을 많이 읽어라”고 하면 그럴 법 하지만, ‘국문학과 학생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는 건 이상한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느끼는 건데, 과연 그 말은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고 다른 국문학과 학생들도 그렇고,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전민희’라는 이 작가만큼도 책을 읽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이상스런 모습이라서, 국문학과 학생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더라도 이해가 갈 만큼, 책 읽는 수준이 낮고, 반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수준은 높은, 게이머 같은 대학생들이 가득하며, 심지어는 국문학과 학생들에게 하다못해 영어공부라도 열심히 하라고 할 정도의, 판타스틱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는 한다.

2. 이 시는 시인이 쓴 시가 아니라, 화가가 쓴 시다. 마흔 살쯤 먹은 여성이며 일러스트레이터 겸 화가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회사를 때려 치우고 호주로 그림 공부하러 떠났다. 이 시는 아마도, 시를 써야지, 하고서 쓴 것은 아닌 듯하다. 일기처럼, 그날에 든 감상이나 생각을 적는, 그녀의 인터넷 공간에서 퍼온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국문학과 학생들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시를 쓰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공부한 사람도 아닌 사람이, 시를 쓰려고 한 것도 아닌데, 내게 시적인 감동을 주었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느끼는 바이지만, 시는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라도 잘 쓸 수 있는 것 같다.
이 시에서 가장 시적인 느낌을 주는 부분은, ‘네가 내게 다가와 나를 꼭 물기로 되어 있는 거면,
그래, 거미야, 나를 물어라.’이다. 이 부분은 기교로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어떤 통찰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글쓰기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쓸 수 있고, ‘써지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러나 그래도 웬만하면, 거미야, 내 입에 거미줄은 치지 말아라’고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이 부분은, 이 사람이 평소 얼마나 많이 책을 읽었는지, 글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3.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사람이 판타지 소설을 쓰고, 그림 그리는 화가가 시를 쓴다. 나는 이 모습에서, ‘이런 사람이 이런 것을 한다’ 가 아니라, ‘이런 것을 하고 싶은 사람이 이런 것을 한다’ 고 느낀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는 이런 사람인데… 저런 걸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걸 하고 싶으니까, 이런 걸 한다’는 것만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게, 뭐랄까, 좀 더 아름다운 생각이다.

/ 김원국(시인ㆍ국문학과 05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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