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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대학에서 진정 배워야 할 것은?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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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2.27  12: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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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갱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
 

올해 대학 새내기가 된 조카애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와서는 영 실망한 눈치였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내게는 선배들의 태도에 대한 조카의 불평이 귀에 꽂혔다. 늘씬하고 화려하게 치장한 여학생에 대해서는 관심어린 질문 공세와 환호성이 쏟아지는 반면에,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외모를 가진 학생들에 대해서는 대충 무시하면서 지나가더라는 것이다. 선배들의 질문도 “키가 몇이에요?” 같은 외모와 관련된 것이었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대학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협박(?)에 이 새내기는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다. 물론 귀한 시간에 후배들을 환영하는 선배노릇을 하는 것만으로도 “더불어 사는 삶”을 아는 친구라고 박수쳐주고 싶지만, 그럼에도 갈수록 대학생활과 문화가 지니는 차별성과 진정성이 퇴색되는 것 같아 맘 속 깊숙한 데선 아쉬움이 없지 않다. 누군가에게 “대학이란  [            ]을 하는 곳이다”라고 말해야 한다면, 과연 네모 안에 어떤 말을 집어넣을 것인지. 오리엔테이션이란 최소한 이제까지 자신이 체득한 그 네모를 맛배기라도 알려주는 장은 아닌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2008년 첫 작품으로 순전히 제목 덕분에 선택한 작품이 바로, (서머셋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의 실제 모델이었던) 고갱이 그린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이다. 어쩌면 대학생활에서 진정 몰두하고 배워야 할 것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현재의 나는 누구이고 또 어디로 가야하는갚에 대한 고민이자 반성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3미터가 훨씬 넘는 이 작품은 고갱이 남태평양의 타이티 섬에 머물면서 그린 그림이다. 1895년 병고와 술과 절망에 찌들어 있던 고갱은 눈물을 흘리며 파리를 떠났고 타이티에서도 골절상과 매독 후유증, 음주문제로 병원신세를 반복했으며, 외동딸의 사망소식에 접해서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열네 살의 동거녀도 위안이 되지 못했던 고갱은 1897년 12월 마침내 자살을 고민하기에 이른다. 그는 ‘마지막 유언’을 최고의 대작으로 그리겠다고 마음먹고 위대한 프레스코화의 기법을 이어받아 이 그림을 그렸다. 이것은 오른쪽부터 왼쪽의 순서대로 인간의 탄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는 삶의 긴 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화면 오른쪽의 아기는 삶의 탄생을 상징하고, 가운데 과일을 따는 인간은 선악과를 따는 인간의 욕망을, 왼쪽 끝에 쭈그려 앉은 노파는 죽음을 앞에 둔 인간으로 페루의 미이라 형상을 띠고 있다. 또한 노파의 발치에 있는 도마뱀을 타고 앉은 흰 새는 알맹이 없는 말의 공허함을 상징한다. 고갱은 선과 색채의 구성을 통해 우리 정신 속의 관념을 표현하고 내면의 힘을 포착하고자 노력하였다. 말라르메의 말처럼, 고갱은 “밝은 색채 속에 이토록 엄청난 신비를 깃들여” 놓으려 했던 상징주의의 위대한 화가였다. 그가 이 그림의 제목에 대한 해답을 실제 삶에서 얼마나 찾아낼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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