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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하루] 삼월에 내리는 눈
김원국 작가  |  diedl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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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3.14  20: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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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에 내리는 눈

                                               이문재

   봄눈은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지금 봄의 문전에 흩날리는 눈발은
   빗방울이 되어 떨어질 줄 알았던 것이다
   전속력으로 내리 꽂히고 싶었던 것이다

   봄눈은 이런 식으로
   꽃눈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땅의 지붕이란 지붕을 모두 난타하며
   오래된 숲의 정수리들을 힘껏 두드리며
   봄을 기다려온 모든 추위와 허기와 
   기다림과 두려움과 설렘 속으로
   흔쾌하게 진입하고 싶었던 것이다
   모든 꽃눈을 흥건히 적시고 싶었던 것이다

   지상에서 지상으로 난분분
   난분분하는 봄눈은
   난데없이 피어난 눈꽃이다
   영문도 모른 채 빗방울의 꽃이 된 것이다

   꽃잎처럼 팔랑거리며
   선뜻 착지하지 못하는 봄눈은
   아니 비의 꽃은 억울해 너무 억울해서
   쌩한 꽃샘바람에 편승하는 것이다
   비의 꽃은 지금 꽃을 제 안으로 삼키고
   우박처럼 단단해지려는 것이다


사계절이 지나쳐 갈 때, 어느 계절이 떠나가는 순간이 가장 아쉬울까? 나는 봄이 가장 아쉬웠었다. 봄은 너무 빨리 가버리고, 여름은 성격이 뜨거워서, 마치 여름이 봄을 쫓아버리는 것 같았다.

요즘은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지나가도 항상 아쉽다. 지나가는 게 아니라 떠나간다고 느껴진다. 예전엔 내 곁의 무언가가 떠나가면 좀 더 홀가분해지고 자유로워졌는데, 요즘은 떠나가는 것들이 조금씩 나를 묻혀가고, 그래서 내가 점점 얇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많이 먹고 더 운동을 하고 숨도 조금씩 아껴서 쉬게 된다.

이번 겨울은 미련이 많은지 3월에도 몇 번이나 눈을 쏟고, 떠나기 싫어 눈물 흘리는 것처럼 눈을 풀풀 흘리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그게 싫고, 구질구질하게 밟히고, 길을 질척이게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하도 그러니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렇다면 그냥 계속 겨울이 남아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시에서 ‘봄눈은 할 말이 많은 것’이라고 한다. 아, 미련투성이. 상대방이 이별을 요구할 때, 결코 수긍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을 설득할 확실한 하나의 이유가 없을 때, 무분별하게 말들이 많아지게 된다. 봄눈이 쏟아지듯이. 하지만 결국, 상대방은 다른 계절을 원한다는 것, 새로운 봄을 원한다는 것, 되돌릴 수 없다는 잔인한 현실에 눈은 녹아 사라진다. 할 말은 없어진다.

3월은 헤어져야 할 때인가 보다. 봄의 화사함에 눈을 빼앗긴 우리는 떠나가는 것들은 “그저 자연스러운 거지 뭐”라고 치부해버리고, 그만큼 자연스럽게 추잡해져 간다. 우리의 추잡함을 썩은 거름 삼아 꽃들은 화사하게 피어나고, 우리는 마치 그에 일조를 한 양(하긴 했을 것이다) 향기를 맡으며 봄 햇살에 미소를 걸어 말린다.

3월엔 라면 값도 오르고, 등록금도 오르고,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글의 원고료도 5만 원으로 올랐다. 돈이 많아져서 좋긴 한데 학생들의 돈이라고 생각하니 찜찜하다. 하지만 곧 잊어버릴 것이다. 다들 그러지 않는가. 다들 그러니까 겨울이 미련이 많은 것이다.

/ 김원국(시인, 국문학과 05년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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