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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이야기]장산곶매의 시소개지친 민중들의 가슴에서 일어오는 ‘봄’의 희망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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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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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 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1960년대와 70년대에 활발하게 발표됐던 이성부의 시들은 그의 분노와 감정 사이에서 생성됐던 것처럼 보인다. 그는 1942년 광주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2년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버림받은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노여움과 그리움을 눈부신 상상력으로 파헤쳐 우리 시대의 민중시의 지반을 다진 그의 시는 쟁기로 갈아엎은 생흙과 같이 싱싱하고 힘차다.

  그의 시쓰기의 욕망이란 타인들의 삶을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만든 역사적 현실에 대한 분노와,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삶을 끌어안아야만 하는 사랑의 자세와 연관돼 있다. 어찌 한편의 시로 시인을 말할 수 있으랴만은, 그의 시 「봄」에서 나타나는 시인의 시선을 보고 있노라면 버릴 수 없는 희망으로 인해 독자의 마음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봄 햇살’을 받아 풀어지고 그것에 단단한 힘이 들어간다.

  민중들의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앉은 ‘희망’은 기다리지 않거나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우리들의 가슴 또는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다. ‘희망’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서 바라볼 수 없고 입을 열 수도 없는 민중들의 모습은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다급한 사연을 안고 불어오는 바람이 된다. 민중들의 튼튼한 의지는 찬란한 희망이 되고 온몸이 떨려오는 감정으로 우리들은 희망을 껴안게 되는 것이다. 가까스로 두팔 벌려 껴안아보는 사람은 민중들 자신이며 민중들의 ‘희망’인 것이다.

  이처럼 그의 시들은 사회의 구체적인 현실의 세목들을 보여주려고 할 때보다 사회의 현실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 즉 억압과 희망이라는 추상적인 마음가짐이 서로 역동적으로 나아가려 할 때, 훨씬 진실한 울림의 공간을 마련한다. 이제 봄은 지나고, 또 그렇게 5·18이 오고, 여름으로 계절은 달려가고 있다. 우리들의 봄은 어디서 잠들어 있는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정리해고와 실직, 농가부채와 자살, 치솟는 물가와 밥굶는 아이들. 우리들은 ‘희망’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희망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허나 그는 「봄」에서처럼 우리들의 희망이란 우리들이 땀흘려 키워내야 하는 한 송이 들국화인 것이다. 지치고 억압받는 민중들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희망을 불러 이기고 돌아오는 사람으로 봄을 맞이해야 되는 것이다. 허덕이는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시들에 우리들의 가슴을 함께 담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의 시를 보면서 우리들의 희망을 바라보는 것이다.

/ 장산곶매 심창섭(철학과·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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