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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각 분야 교수들이 추천한는 '방학동안 읽을만한 책'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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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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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협력은 왜 필요한가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기적 시대에서의 윤리』(How Are We to Live?: Ethics in an Age of  Self-Interest)이다. 저자인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현대 윤리학의 여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내고 있는 철학자인데, 특히 다양한 실천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동물에 대한 처우, 낙태와 태아에 관한 문제, 시민 불복종의 문제 등을 논의하는 저술들로 유명하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책은 저자가 현대적 삶의 상황이 철저하게 개인적 이해의 증진과 경제적 부의 획득만으로 점철될 경우 벌어지게 되는 그리고 이미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평이한 방식으로 기술하고, 저자의 철학적 입장과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한 바 그 문제들을 극복하는 시각과 대응적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싱어는 과연 이기주의가 우리의 유전자 안에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이타적 도덕은 불가능한 것인지, 서로 합리적 이득을 추구하는 게임의 상황에서 왜 협력이 필요하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등의 문제들에 대해 흥미 있는 학술적 논의들을 알기 쉽게 전해 준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자신만을 돌보는 관점과 태도에서 벗어나서, 그들의 복지를 나의 행위 목적으로 하는 존재들의 폭을 넓혀 나갈 때, 바로 그럴 때만, 나에게 주어지는 충족감과 삶의 의미의 차원이 있다는 것이며 이를 저자는 자신의 직간접적인 체험에서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주동률(인문·철학·조교수)

메마른 감성을 지휘한다

  얼마 전 우편함에 가보니 친구로부터 소포가 와 있었다. 선물은 언제 받아도 반가운 것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포장을 뜯어보았다. 거기에는 한 권의 책이 들어 있었으며 부록으로 음악 CD도 한 장 포함돼 있었다. “김홍재” 처음 들어보는 지휘자의 이름이었다. 제목만으로는 그가 일본에서 성공한 재일교포 음악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기에 앞서서 윤이상과 무소르그스키가 있는 그의 음악을 컴퓨터에 넣고 듣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유명한 음악인들의 음악을 찾아가면서 들었고 어릴 때부터 악기도 연주하면서 고전음악을 상당히 가까이한 적이 있던 나로서는 뜻밖에 날아온 새로운 음악은 정말로 반가운 선물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음악과 담을 쌓은 듯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티브이에서 나오는 10대의 대중가요나 트로트 음악만을 들으며 지냈다. 김홍재의 음악을 듣는 순간 메말랐던 화분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새로운 감성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상당히 섬세한 지휘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난한 재일동포의 2세로서 남한도 북한도 아닌 ‘조선’의 적(籍)을 유지하면서 일본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지휘자가 되기까지 그의 인생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늦게 음악을 시작하여 실력을 쌓아온 과정과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했으나 음악을 통하여  민족의 하나됨을 염원하면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그의 꿋꿋함이 감동적이었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씨가 끝내 고향의 충무 앞바다를 다시 보지 못하고 이국에서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우리 민족의 현실 앞에서 매우 슬퍼했다. 기반은 일본에서 닦았지만 온 몸에 흐르는 뜨거운 피는 한반도에서 물려받은 것임을 자신있게 이야기하며 윤이상의 뒤를 이어 우리 민족의 음악성을 서양음악의 마당에서 전파하고 있는 김홍재 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고전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지휘자를 한 번 읽어보고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조은경(사과·심리·부교수)

과학 발전, 과학 혁명의 과정

  대학시절 나는 전공공부를 게을리 하고 닥치는 대로 이 책 저 책을 읽는 난독 습관에 빠져 있었다. 3류 주간지, 무협소설 등의 통속소설은 물론 동양의 사상서, 서양의 유명작가의 작품들을 거쳐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추리소설에 심취하게 됐다.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체스터튼, 엘리리 퀸 등 좋아하는 추리작가의 소설을 구하기 위하여 종로 부근의  대형 서점을 이틀이 멀다하고 찾아다닌 기억도 새롭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시절의 책읽기 습관은 너무도 흥미본위였다.

  4학년 졸업반이 되고 졸업 시험을 치를 무렵, 한 전공 강의의  마지막 시간에 담당 교수님께서 전공 불문한 어떠한 질문이라도 해 보라 하셨고, 우리 과의 유일한 여학생이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환’과 관련된 어떤 질문을 했는데, 교수님께서는 친절하게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주셨고 동시에 토마스 쿤(Thomas Samuel Kuhn)의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을 소개해 주시며 일독을 권하셨다. 동기 여학생의 의젓하고도 진지한 질문에 내 자신 몹시 부끄러움을 느끼고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입하여 단숨에 읽었다. 이후 좀 더 진지한 주제의 책을 읽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는 1962년에 초판이 나왔으며, 1970년에 후기를 포함한 재판이 나왔다. 이책에서 쿤은 오늘의 과학이 오랜 세월에 걸친 과학자들의 단순한 연구 업적의 누적이 아님을 갈파하며, 과학자 집단은 일관된 과학관을 지닌 집단도 아니었음을 패러다임과 과학 혁명으로 설명한다. 그는 과학 발전의 역사를 과학 혁명을 거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는 정상과학의 전통을 수립하게 되며 다시 정상과학의 위기출현으로 이어져 새로운 과학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고 해석한다. 그의 이론은 자연 과학뿐 아니라 사회 과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전 세계적으로 널리 번역돼 그의 이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리학, 화학에 관해 고등학교  학생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단 속독보다는 완독으로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에서 논하는 바를 일반 사회현상에 대입해 이 사회를 이해해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 김진(정보통신공학부·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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