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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우리 일상의 언어를 고발해야할 때『나는 고발한다』 (김영명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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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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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발한다”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을 고발하는 정치외교학과의 김영명 교수가 최근에 펴낸 책이다. 이 책에서 김영명 교수는 우리 자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선조까지도 고발하고 있다. 우리의 말과 글이 오랜 역사 동안 중국에 그리고 일본에 짓눌렸고 지금에는 영어에 깨어지고 망가지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자기 자신과 자기 민족을 천시하고 강한 외세에 붙어서 그들의 말과 글을 사용하는 것이 귀하고 멋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나라와 시민들을 각성시키고자 했다.

  김영명 교수는 현재 한글문화연대(http://www.urimal.org)를 조직하여 범시민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이미 맹목적인 사대주의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일년전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번은 여러 교수님들께 한꺼번에 전자우편을 발송한 일이 있었다. 곧 김영명 교수로부터 답장이 왔다. 내용은 “신 교수! 우리말로 된 단어도 많은데 왜 그렇게 영어 한글단어를 섞어서 편지를 써야만 하는가?”였다. 그 다음부터는 말이나 글을 쓸 때 매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중간 중간에 영어단어들이 무의식중에 자꾸만 나오는 것을 우리말로 표현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니 말이다. 만일 내가 일제시대에 살았다면 또는 조선시대에 살았다면 어느 나라말을 섞어서 썼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소위 말하는 유학이라는 것을 하며 10년간을 살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도 9년의 세월을 한국말을 사용하며 우리나라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과연 한국인으로서 한국말을 바르게 쓰면서 살아왔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교수로서의 직분 중 하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가르치는 내용은 영어교과서로 영어 전문용어로 돼있다. 한자로 되어 있는 의학전문용어를 본인은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한자로 바꾸어서 가르치는 것은 본인에게 힘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순 한글 의학용어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솔직히 혀를 꼬부린 미국 본토 발음의 의학전문 용어를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음을 시인하고 싶다. 가끔 가다가 아예 영어로 학생들에게 질문도 던지고 영어로 답해 보라고 하기도 했다. 물론 영어로 시험문제를 출제한 때도 가끔 있었다.

  교수로서의 직분 중 두 번째는 연구이다. 본인의 연구는 연구계획서에서부터 연구논문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우 영어로 쓰여지고 있다. 자연과학 및 의학분야의 국내학술대회에서의 포스터 및 슬라이드 발표는 사실상 거의 영어로 쓰고 말만 한글로 하는 것이 거의  공식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SCI급 영문 전문잡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힘들게 돼 있는 것이 자연과학계의 실정이다. 학술대회에 가서 외국연자에게 영어로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서는 긍지를 느끼지만 다른 사람들이 일본에서 온 연자에게 일본말로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 반응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교수로서의 직분 중 세 번째는 봉사활동이다. 본인의 활동은 인터넷(누리그물)을 중심으로 에이즈예방, 지역사회 홍보 등을 해 오고 있는데 전문이 영어로 된 누리집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글 누리집들에서 한글과 영어가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곳이 많다. IMF를 지나고 국가경제를 되살리자하는 바람을 타고 벤처, 1실험실 1창업이 대학가를 휩쓸었다. 한림대학교 인터넷창업보육센터의 설립과정에 참여하면서 본인도 실험 삼아 인터넷사업을 시작해 보았다. 미국돈을 벌어들이는 인터넷 광고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영어로 된 배너광고가 본인이 운영하는 누리집(인터넷 웹사이트)에 현재 수없이 걸려있는 상황이 됐다.

  집에서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김미라씨가 끊임없이 나의 귓전에 때리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안식년(연구년)을 할 때가 지났는데도 왜 미국으로 안 가느냐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네 살에 한국에 들어와서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된 동은이의 영어 공부를 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누구네 집은 방학동안에 영국에도 미국에도 영어연수를 보내고 그러는데 당신이 안 나가면 애들하고 자기만 나갈 수 없냐는 것이다. 나로서는 일년 연구년을 외국에서 보내는 것이 특별한 이점이 없고 여러 모로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살살 달래고 있는 중이다. 가끔 가다가 화도 내어 보기도 한다. “영어를 애들한테 가르치고 싶으면 당신이 동은이, 동화 데리고 미국으로 가면 되지 않아?” 물론 싫다고 한다. 김미라씨가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우리 가족은 벌써 오래 전에 별거가족이 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영명 교수의 “나는 고발한다”를 읽고 결국, “나는 나를 고발한다”를 한 셈이다. 이제 나는 맹목적 언어 사대주의의 허울을 벗고 주체성을 갖는 한국인으로서 다시 태어나고자 한글문화연대의 활동에 미약하나마 동참하고 있다. 쓰러져 가는 우리문화와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

/ 신형철(의과대학 생리학교실·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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