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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폭력과 증오는 얼마나 가까운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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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07  16: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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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타이틀보다 더 거창한 부제를 달고 한 영화가 극장가에 간판을 내걸었다.  ‘Millennium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정식 명칭을 가진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더니 개봉 이후 약 1주일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내보였다.

부제만 가볍게 보자면, 실연당한 남자들이 합심해 자신을 걷어찬 여성들에게 복수하는 어설픈 로맨틱 코미디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그러나 ‘증오’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그 무게가 만만찮다. 그렇다면, 포스터 속의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여성과 중년의 남성에 주목해보자. 이 두 남녀의 불륜 드라마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남자들’이라는 복수형이 신경 쓰인다. 또한 이 둘은 연인 관계로 보기에는 어딘가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도대체 이 영화는 무엇일까?

물론, 나는 영화인 밀레니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나의 수다성 짙은 서평을 읽느니 집에 가서 무료 다운로드 버튼을 누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감독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데이빗 핀쳐라는 사내보다, 원작자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故 스티그 라르손 작가와 그의 손에 탄생됐던 소설 밀레니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우리는 책을 읽기 전, 이 작가의 연혁을 먼저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소설 속 하나의 키워드를 먼저 이해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엄은 사회 고발적인 소설임과 동시에, 작가가 경험한 부분을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폭력과 정의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라르손은 일평생 모든 폭력적인 요소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랐으며, 그러한 자유를 정의에 투자했다. 그는 훌륭한 언론인이었으며, 훌륭한 작가였다. 그는 이 소설 곳곳에 스웨덴의 폭력상과 부정, 비리 등을 픽션의 형식으로 옮겨 담았다.

그의 모습은 소설 속, 잡지사 밀레니엄의 공동주주이자 언론이기도 한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미카엘은 경영자의 자질은 부족하나 언론인으로서 가져야 할 도덕적인 책임감, 양심, 그리고 정의를 지향하는 베테랑 기자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의 첫 장면은 초라하기만 하다. 미카엘은 부분적 증거 불충분 자료를 근거로 기사를 써 스웨덴의 큰 손이라 불리는 기업 중 하나인 베네르스트룀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고립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부분은 미카엘이 정당한 언론 활동을 했으나 강자의 음모에 말려들어 그대로 나락에 빠져드는 과정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폭력의 주체 즉, 정의를 억압하는 존재인 사회적 강자들에게 반감을 품게 만든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첫 장면의 초라한 미카엘은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한 강자의 폭압적 행위에 희생된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헨리크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급격하게 포커스를 전환한다. 헨리크는 미카엘에게 자신의 손녀를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기에 이르고, 그는 그 대가로 베네르스트룀의 비리 문서를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소설은, 이렇게 사회적 폭력에서 여성의 폭력으로 자연스럽게 바통을 터치한다.

미카엘이 하리에트의 발자취를 따라 과거로 걷는 와중에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여성이 등장한다. 밀레니엄 시리즈 전반을 주도하게 될 리즈베트 살란데르다. 그녀는 매우 비상한 두뇌(특히 기억력)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탁월한 컴퓨터 실력(정확히는 해킹 부문이지만)을 가진 능력 있는 여성이지만, 그녀 또한 미카엘과 같이 폭력에 희생된 여성임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그녀는 과거, 정신 병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성인임에도 후견인 없이는 돈 한 푼 쓸 수 없는 경제적 고립 상태에 있으며, 동성애자 기질이 매우 강한 양성애자라는 점에서 철저하리만치 남성의 폭력에 노출된 입장을 대변한다.

우리는 여기까지 읽어보며, 작가가 이 인물들을 어떠한 의도로, 방식으로 표현했는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아까 말했다시피 작가는 폭력과 자유, 그리고 정의에 대해 언급한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폭력이 있고, 여러 방식의 정의가 있다. 이 소설 속에서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기 다른 종류의 폭력과 각기 다른 종류의 정의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또한 여기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하리에트’라는 여성이다. 작가는 이 여성을 언급하되 등장시키지 않음으로 그녀의 노출을 피하고 포커스를 흐리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절대 중심을 잃지 않는 훌륭한 중심 감각을 내보임으로써 소설에 대한 몰입도와 이해도, 그리고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치밀하게 배치해 놓은 복선들은 우리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째서 죽였는지 그 동기를 교묘하게 가려줌과 동시에 우리가 범인을 찾는 것 이상의 더 많은 것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밀레니엄은 전반적으로 추리소설의 형태를 취한 사회 고발적인 소설로,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다. 우리가 흔히 좋아하는 권선징악을 모토로 절대 악, 절대 선을 구분지어 놓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으며, 어설프게 무리수를 두는(주인공이 최강이라던가, 갑자기 김전일이 빙의되어 번뜩이는 직감으로 추리를 하는 등) 행위를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모든 판단의 여지를 독자들에게 유보하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1부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초반부에 읽기 힘들다는 점(서론에 정치적인 부분이나 사회고발적인 내용이 있으므로 약간 껄끄러울 수 있다.)을 제외하고는 매우 완성도가 높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1부는 2부, 3부와 연계되기 때문에 몇몇 공백들이 눈에 보이기는 하나, 이는 다음 권을 찾아 읽는 즐거움으로 남겨둘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 이슬(심리ㆍ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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