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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3 김24 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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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03  19: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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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봄은 생동하는 자연을 만끽해야 하고, 여름은 놀기에 바쁘며 겨울은 집안에서 마냥 웅크릴 수밖에 없는데 반해 가을은 언제, 어디서나 서슴없이 책을 펼쳐 들 수 있기에 독서의 계절로 자리매김한 것이 아닐까 싶다. 평소, 상아탑에서의 독서를 누누이 강조해온 필자로선, 과제와 조모임, 아르바이트와 학원 다니기에 바쁜 한림대생들을 안타깝게 여겨, 앞으로 몇 회에 걸쳐 몇몇 명작들을 간단한 평과 함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중간고사 이후 첫 번째로 안내하는 책은 어렵사리 낙점(落點)한 김동인의 「감자」.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김동인의 「감자」를 첫 회에 소개하게 됐을까? ‘올 가을, 이 책을 소개합니다’의 선정 기준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책의 두께가 최우선적 고려사항이 됐다. 슬픈 현실이지만 아무리 재미있고 교훈적이더라도 책이 두꺼우면 손길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김동인의 「감자」는 그런 면에서 볼 때 10여 페이지에 불과한 단편 중의 단편 소설이다. 시쳇말로 ‘대박’이라고나 할까? 해서, 출판사들도 차마 10페이지짜리 책을 내놓진 못해 그의 여러 단편 소설들과 한데 묶어 「감자」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것이 소위 ‘김동인의 「감자」’다. 현재 시중엔 ‘문학과 지성사,’ ‘북앤북,’ ‘일신서적출판사,’ ‘홍신문화사,’ ‘하서,’ ‘창비,’ ‘청목사,’ ‘열림원’ 등 수십 개의 출판사에서 그의 다른 단편집들과 묶어 「감자,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감자, 붉은 산」, 「배따라기, 감자 외」, 「감자, 배따라기, 대수양 외」, 「감자, 배따라기」 등의 다양하게 제목을 내놓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감자’와 함께 ‘광염소나타,’ ‘배따라기,’ ‘붉은 산’을 무척 좋아하기에 이러한 콤보들로 구성된 이른바 「감자」 세트 메뉴를 권하는 바이다.

‘올 가을, 이 책을 소개합니다’의 두 번째 선정 기준은 바로 ‘재미’다. 문학적으로 또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 11월의 관점에서 읽어보면 책장이 쉽사리 넘겨지지 않는 명저(名著)들이 주변엔 수두룩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동인의「감자」는 무려 90년 전에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재미’와 더불어 ‘깊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수작(秀作) 중의 수작이다. 명저로 일컬어지는 작품들이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 책꽂이에만 갇혀 있는 현실 속에 김동인의 「감자」는 지금 당장 읽어도 2012년 한국에서 그 주인공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의 깊이 있는 사회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 한국 문학 불멸의 ‘감자’는 어떤 내용일까? ‘복녀’라는 주인공 여자와 그의 남편, 그리고 왕서방 등 세 명이 스토리 라인의 중심축을 이루는 이 소설은 물질 만능, 황금 만능주의적 현실 속에 사회적 약자로서의 조선 여인이 도덕적으로 타락해 가는 모습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잔인하리만큼 시나브로 기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동인의「감자」세트 메뉴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광염 소나타’는 “천재 음악가 ‘모짜르트’의 비윤리적 엽기 행각은 용서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예술가란 누구인가?’ 반문(反問)하고 있다. ‘광염 소나타’ 역시, 20페이지 안쪽의 ‘착한’ 분량으로 무장했음은 물론이다. 이밖에 ‘배따라기’에선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못하는 우리들의 조급증이, 또 ‘발가락이 닮았다’에서는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애틋하게 치를 수 밖에 없는 난봉꾼의 인과응보가 우리들의 윤리 의식을 살펴보게 도와준다.

그렇다면, ‘811.3 김24 감3’은 뭐냐고? 이쯤에서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바로 한림대학교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감자」의 청구 기호다. 필자가 지난 주 도서관을 직접 둘러보니 5층에 비치돼 있는 「감자」만 해도 10여종이 넘었기에 한번 자신의 콤보를 찾아보기 바란다. 그럼, 올 가을엔 부담 없는 두께에 한국 최고 수준의 스펙을 자랑하는 김동인의 「감자」로 독서의 계절을 열어보심은 어떨는지?

여기서 잠깐 - 책을 고르는 요령 I
힘들더라도 주말에 대형서점으로 한번 나가보기 바랍니다. 아침 일찍 갈수록 더 차분하게 책을 고를 수 있을 겁니다. 모르긴 해도, 가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가운데 하나가 그곳에 있을 겁니다. 일단 서점에 가면, 흔히 매대로 알려진 진열대에 있는 책들을 구간별로 돌면서, 전시돼 있는 책들을 대충 살펴보도록 하세요. 그 가운데에서 참신한 제목, 강렬한 제목, 궁금한 제목들은 사냥 대상 1순위에 올려 놓는 게 좋습니다. 으레 그렇듯이 재치 있는 작가, 역량 있는 출판사가 펴낸 책은 제목부터 틀리니까요. 다음으로 책의 서문(序文)을 읽어보도록 하세요.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웬만한 책의 수준이 이미 서문에서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서문이란 결국 해당 책의 ‘자기 소개서’나 다를 바 없으니까요. 그런 서문이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면, 나의 경우에는 일단 그 책에 최소한 A- 이상의 합격점을 줍니다. 반면, 지루하거나 감사 인사만 가득한 서문, 책 내용만 장황하게 설명한 서문, 세상에 대한 넋두리로 점철된 서문은 가급적 사냥 목록에서 제외하도록 하세요. 그럼, 다음 시간엔 또 다른 요령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심훈(언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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