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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오 헨리 단편집을 아시나요?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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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10  18: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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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화두다. 비단, 소설과 영화, 뮤지컬과 드라마에서뿐만 아니라 15초짜리 광고에서조차 ‘스토리텔링’이 강조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또, 영어와 자격증, 학점과 수상 경력이라는 스펙의 4천왕마저 뛰어넘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야기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나 할까?

사실, 무한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이야기는 안정된 사회, 풍요로운 국가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세상 온갖 물자와 인종들이 문명국, 선진국으로 모여드는 가운데 수많은 문화와 전통, 이야기와 전설들이 자연스레 교류하니 어찌 스토리가 생겨나지 않겠는가!. 그래서일까? 고대 인류 문명의 최고봉 그리스와 그 후계자 로마는 ‘신화’라는 장르에서 2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7~8세기 이상 세계 최고의 문명으로 등극했던 이슬람 역시,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이야기의 보고(寶庫)를 세계 문학사에 남겨 놓고 있다. 덧붙이자면, 아라비안 나이트는 이전의 1차원적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나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재배치하는 2차원적 액자 구도를 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셰라자드’라는 여주인공이 왕으로부터의 죽임을 피하기 위해 무려 1,000일에 걸쳐 이야기를 소개한 데서 유래한 천일야화(千一夜話)라는 한자식 제목은 따라서 어찌 보면 꿈 속의 꿈에 관한 영화, ‘인셉션’에 영감을 줬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톨킨의 「반지의 제왕」,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모두 해 질 날이 없었던 대영제국의 또 다른 산물들이다. 문화적 토양이 두텁기에 나무들이 왕성하게 자랄 수밖에 없으며 열매 또한 큼직하고 많이 맺힐 수밖에 없는 생태학적 구조, 이야기에 있어서도 선진국이 선진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주엔 독서의 계절을 맞아 한국 문학계의 자랑, 김동인을 가장 먼저 소개한 바 있다. 그런 김동인에 맞서 2탄으로 이번엔 서양 문학가를 내세우자면 현재의 미국을 대표하는 작자로는 오 헨리를 꼽을 수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미 문학계를 휩쓴 오 헨리는 그야말로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시기에 발맞춰 미국의 이야기 파워 역시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 놓은 천재 중의 천재 문학가. 그런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역시, ‘마지막 잎새’로 대변되는 여러 단편선. 이에 따라 필자는 ‘올 가을, 이 책을 소개합니다’의 두 번째 시리즈로 「오 헨리 단편집」을 김동인의  「감자」 대항마로 추천하고자 한다.

당시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었던 오 헨리는 1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현재 진행형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들을 읽어 보노라면 독자들의 마음을 어찌나 잘 들여다 보는지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펼치는 묘미로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도록 주문한다. 우리가 원하는 결말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에 마지막까지 독자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천재 작가 역시 오 헨리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잎새’는 생에 대한 의지에 대한 고찰을, ‘크리스마스 선물’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기 마련이라는 결말을, 또 ‘사라진 검은 독수리’에서는 천성이 먼저냐 환경이 먼저냐 라는 숙명적 생물학적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천재적인 반전 능력이 기실, 자신의 불우한 환경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그는 공금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남아메리카로 도망가게 된다. 하지만 미국에 남겨둔 아내가 갑작스레 중태에 빠지자 귀국길에 올라 결국 체포되기에 이른다. 이후, 3년간 감옥 생활을 하면서 얻은 풍부한 체험을 바탕으로 마침내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 종국에는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20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솔제니친이 시베리아 형무소에서의 수형을 토대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쓴 것—이 소설로 그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이나 황석영이 국가 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혔다가 출감한 이후 「오래된 정원」을 출간한 것 모두, 늪 속에서 연꽃을 피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여러분들이 할 일은? 도서관에 달려가 낙엽이 모두 지기 전에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챙겨봄은 어떨는지?

/심훈(언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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