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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역사 소설 「장길산」과 「임꺽정」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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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10  19: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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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한반도의 3대 구라꾼은 누구일까요?
답: 백기완, 방동규, 그리고 황석영입니다.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민주 투사 백기완과 전설적인 싸움꾼 방동규, 그리고 글쟁이 황석영은 소위 한국 문단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구라꾼들이다. 그러고 보면, 거짓말쟁이나 뻥쟁이가 아닌 구라꾼은 사실과 허풍, 진실과 과장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청중들의 혼을 쏙 빼놓는 이들을 지칭한다 볼 수 있다.

  이야기가 다소 길어졌다. 이번 주의 ‘올 가을, 이 책을 소개합니다’에서는 그런 최고의 구라꾼 황석영의 「장길산」을 소개한다. 마침, 학교 행사의 일환으로 이번 주 황석영씨가 본교에 내방하는 까닭에 겸사겸사 그의 주옥 같은 작품들 가운데 단연 군계일학인 역사 대하소설 「장길산」을 펼쳐봤다.

  「장길산」은 27대 조선 왕조에서 중간에 해당하는 14대 숙종 시대의 이야기다. 당시, 집권층의 민중 착취가 만연한 가운데 한 고아가 광대의 손에서 자라는 기본 골격을 갖춘 「장길산」은 훗날 주인공이 의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한국 현대 문학에서는 매우 드물게 역사의 주체를 최하층민으로 설정했으며 조선 시대의 사회상과 풍속을 자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까닭에 이후, 리얼리즘론과 민족문학론을 풍부하게 진전시키는 씨앗이 되기도 한 명 소설이다. 후에 알려진 얘기지만, 오랜 집필에 따른 글독을 해소하기 위해 황석영은 전국을 유람하며 머리를 식히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장길산」을 써야 했기에 트럭을 구입해, 짐칸에 자료 뭉치를 한가득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 다녔다. 인터넷은커녕 컴퓨터라는 단어조차 낯설기만 하던 30여 년 전, 황석영은 그렇게 작품 활동에 필요한 고증(考證)을 위해 움직이는 도서관을 몸소 끌고 전국을 유람(遊覽)했던 것이다.

  필자가 대학 재학 당시 우연히 읽기 시작한 「장길산」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마력(魔力)을 발휘하며 한동안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만든 ‘잠 도둑’이었다. 때문에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은 이전에 본 칼럼에서 소개한 명저들과 달리 상당한 시간 투자를 요하는 대상이다. 사실, 소설 「장길산」은 1970년대 한국 문단에서 재능을 인정받던 황석영이 한국일보에 장기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알려진 작품이다. 1974년에 한국일보에 게재된 이후 장장 10년에 걸쳐 수많은 독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장길산」은 또한, 암울했던 박정희 독재 정권 당시 서민들의 울분을 달래주고 해소해주던 민중 문학이었다. 그래서일까?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극도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했던 조선 문단이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낳은 것이나 황석영이 암흑의 시대였던 1970년대에 「장길산」을 내놓은 것은 우연치곤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연유로 한국 문단에서는 해방 전엔 「임꺽정」, 해방 후엔 「장길산」이라는 최고의 찬사가 자연스레 등식으로 형성됐다.

  돌이켜 보면 홍명희의 「임꺽정」은 일제 치하에서 대부분의 역사 소설들이 지배층 내부의 권력투쟁과 애정갈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봉건제도 아래에서 고통 받는 하층민들의 삶과 투쟁을 생생하게 복원해낸 민중 문학이었다. 소설 「임꺽정 」은 또, 다양한 신분에 속하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개성적으로 형상화하며 일상적인 장면들을 정밀하게 묘사함으로써 해방 이후의 「장길산」 탄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어쨌거나 「장길산」은 원작의 대박 인기에 힘입어 만화는 물론, 드라마로도 방영되는 저력을 발휘한다. 만화가 백성민은 20권짜리 장길산 만화를 그려내 세간의 화제가 됐으며, SBS에서는 역사 드라마로 「장길산」을 방영함으로써 상업 방송사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전기를 마련한다. 그런 의미에서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탄탄한 이야기가 숱한 문화 상품으로 재탄생하며 계속 그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MBC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핵심 멤버로 맹활약하고 있는 정준하가 SBS의 드라마 ‘장길산’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는 것. 당시 정준하는 거구의 바보스런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출하며, 장길산의 단짝 이갑송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정준하도 황석영에게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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