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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음악 - 동유럽 사람들이 즐기는 두 가지 재미“맥주, 음악 같은 술, 그리고 예술은 우리 인생을 살찌우는 정서적 에너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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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25  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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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목적지가 독일의 뮌헨, 베를린,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비엔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체코의 프라하로 이어지면서 여행의 즐거움이 눈에서 입과 귀로 바뀌고 있다.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맥주가 맛이 좋고, 음악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뮌헨에는 그 유명한 비어가든과 호프브로이하우스가 있다. 잘츠부르크에는 모차르트와 잘츠부르크 음악제, 사운드 오브 뮤직이 있다. 비엔나에는 비엔나 필하모니와 요한 슈트라우스, 비엔나 소년 합창단이 있다. 부다페스트에는 리스트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 집시 음악이 있다. 프라하에는 드보르자크와 스메타나 그리고 세계 최고의 맥주가 있다. 이런 맥주나 음악은 그 도시들을 빛내는 보물 같은 존재들이며 문화여행의 매력적인 소재거리다.

옥토버페스트와 함께 우리에게 잘 알려진 뮌헨의 호프브로이하우스는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누어졌다. 오히려 비어가든을 추천하는 현지인이 많았다. 뮌헨에 와서 이 맥줏집에 안 가면 좀 이상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인기가 좋은 곳이다. 실제로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맥주 맛도 좋고, 다양한 안주도 맛있고, 시끌벅적하고, 서비스도 좋은 편이고 해서 우리 여행자들에게는 객고를 풀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러나 현지인들의 반응은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 도떼기시장 같아서 싫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는 안쪽 마당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마셨는데, 큰 나무들 사이로 식탁들이 놓여 있어서 실내보다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았다.

뮌헨 맥주의 또 다른 명물은 비어가든이다. 뮌헨의 중심지 마리엔 광장에서 가까운 곳이다. 뮌헨 사람들은 대낮부터 여기 나무 그늘에 앉아서 안주도 없이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 나도 이들처럼 맥주를 물처럼 마시고 싶어서 비어가든에 두 번 갔다. 수백 명의 시민이 나무 그늘에 앉아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맥주를 마시는 정경이 참 보기에 좋다. 우리도 야외 광장에 이런 맥줏집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내가 여기서 만난 마이클은 매일 오후 2시면 여기에 나와서 맥주를 마신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실업자에 홀아비인 그는 여기 생맥주는 좀 비싸니까 슈퍼에서 싼 맥주를 사 와서 여기서 눈치를 보면서 마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퍼 안쪽 주머니에 있는 맥주병을 나에게 살짝 보여준다. 실업자도 매일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비어가든이다. 울타리가 없는 맥주 정원이니까 아무나 가서 마실 수 있다. 이 같은 자유분방한 대화 분위기 속에서 저 하늘의 별처럼 위대한 독일의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또한 동부 유럽의 도시에는 좋은 음악이 길거리에 널려 있어서 귀가 즐겁다. 어디를 가나 거의 매일 다양한 장르의 음악회가 열린다. 나는 비엔나 쿠어살롱에서 열린 실내악 콘서트와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마술 피리> 공연,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 집시음악 공연, 프라하에서는 체코 심포니오케스트라 홀에서 실내악 연주를, 베를린 필하모니 챔버홀에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링링에 이어 중국의 떠오르는 별로 칭송받는 양유자의 피아노 독주를 감상했다. 비엔나의 구왕궁 예배당에서는 일요 미사를 보면서 비엔나소년합창단이 직접 부르는 성가를 듣는 행운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음악회가 주중이든 주말이든 거의 자리가 꽉 찬다. 내가 간 음악회에도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마술 피리> 공연에는 좌석이 매진돼서 입석표를 겨우 구해 세 시간 동안이나 서서 보느라 죽는 줄 알았다. 이처럼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어느 음악이든지 언제라도 감상할 수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쪽 사람들의 음악과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라틴계 유럽 사람들의 음악에는 좀 차이가 있다. 라틴 국가에서는 그 사람들의 성향을 닮은 밝고 명랑하거나 비극적인 오페라와 아리아가 발달했다. 동부 유럽에는 연주곡의 일정한 틀과 연주자의 조직력을 요구하는 음악이 발달했다. 수십 명이 함께 연주하는 교향곡이 대표적이다. 음악도 역시 사람을 닮는 것이다. 이쪽 사람들은 감성적이고 유연하고 개인적인 라틴 사람들에 비해, 이성적이고 규범적이고 조직력이 강하다. 그래서 독일에서 정밀성과 조직력을 요구하는 교향곡과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것이다.

카라얀의 베를린 필하모니와 히틀러의 독일 군단 그리고 벤츠와 BMW는 우연히 탄생한 것이 아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베를린 필의 황제이자 독재자인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 단원들의 연주 모습을 보면 나는 히틀러 앞에서 사열을 받는 독일 군단이 연상된다. 한 사람의 지휘에 따라 한 치도 틀리지도 않고 흐트러지지 않는 연주 모습과 독일군의 일사불란한 행진 모습은 너무도 소름끼치게 조직적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독일 축구도 조직력 축구의 대명사다. 이런 조직력이 바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힘이기도 하다. 미국 사람들이 독일 같은 자동차를 못 만드는 것은 그런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독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조직력이 없어서라고 한다. 이렇게 인성의 차이가 문화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음미하면서 비어가든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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