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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나라에서 이태리 로마까지 동서 문명의 교차로를 다시 걷는다 」“성을 쌓고 사는 자 기필코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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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7  19: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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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가 나를 부른다

산봉우리처럼 솟아오른 등 양쪽에 짐을 가득 실은 낙타 수십 마리가 대오를 지어 석양의 사막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낙타의 건강과 물건의 안전을 염려하는 대상들이 하얀 천으로 머리를 동여맨 채 낙타 무리를 따라간다. 필자가 대학생 때 본 다큐멘터리 <실크로드> 시작 장면이다. 지금도 그 장면과 함께 나오는 <실크로드> 주제곡이 내 귀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필자가 처음 실크로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생 때인 1980년에 방영된 NHK의 <실크로드> 때문이다. 키타로가 작곡한 신비로운 배경 음악과 함께 방영된 14부작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미지의 사막문명과 유목문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부터 내가 낙타를 타고 사막 속으로 사라지는 꿈을 자주 꿨다. 피에 역마살이 끼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워낙 좋아하는 내게 실크로드는 하나의 이상향으로 다가왔다. 은퇴 후에는 타클라마칸 사막 서쪽 끝에 있는 카쉬가르(카스)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꿈도 갖고 있다.

왜 실크로드인가?

그럼 왜 실크로드인가? 돌궐 건국의 명장인 톤유쿡의 비문에는 이런 명구가 새겨져 있다. “성을 쌓고 사는 자 기필코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강연한 적이 있는 실크로드의 대가 정수일 교수는 이 말을 ‘닫힌 사회는 망하고 열린사회만이 살아남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위권의 무역 규모를 자랑하는 경제 대국이다. 우리 역사상 세계 경제에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 적이 없다. 우리의 생존이 이렇게 해외 무역에 의존하는 경우도 없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이제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른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교역을 잘해야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가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미국(동쪽)과 중국(서쪽), 일본(동남쪽), 그리고 북한과 소련(북쪽)과의 역학 관계에 의해 생존을 도모해왔다. 앞으로 우리가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을 유지하려면 중국 너머의 서쪽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 서부지역과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이다. 그 지역을 아우르면서 뻗어 가는 길이 바로 실크로드다. 삼성이 2012년 9월에 중국 서부지역에 있는 시안에 10조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착공한 것이 좋은 본보기다.


세 가지 가는 길 

실크로드는 크게 세 가지 길이 있다. 수천 년 동안 대상들의 동서 육상 교역로이자 필자가 이번에 횡단할 예정인 오아시스로, 중앙아시아 유목민족들의 삶의 터전이자 징기스칸(1162 또는 1167-1227)이 13세기에 서방 정벌 때 주로 이용했던 북방 초원로, 수천 년 동안 아라비아 상인들의 해상 교역로이자 13세기 무슬림 탐험가 이븐 바투타(1304-1368 또는 1377)가 여행한 해로를 실크로드라고 한다. 그러니까 실크로드는 육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고 바닷길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실크로드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길의 역사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이 걸어 다니면 길이 된다’는 단순한 이치가 실크로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들은 동물들이 걸어 다닌 길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다니기 좋게 길을 넓히거나 다졌을 것이다. 이런 길들이 상품 교역이나 전쟁을 위해 이용되면서 수천 년, 아니 수만 년, 아니 수백만 년의 역사를 간직하게 되었을 것이다.

실크로드는 동서간의 문명 교차로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간의 문명 교류는 심대하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해진 것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종교다. 그 중에서도 인도에서 탄생하여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불교가 중국 한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 미친 영향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도 이 지역 사람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좌우하는 핵심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고 있다. 기독교의 일부 분파(네스토리우스교-경교)도 로마기독교의 박해를 피해 동쪽으로 숨어들었다. 유럽의 종교인 기독교는 지금은 동쪽 끝 한국에서 번성하고 있다. 중동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이슬람교는 8세기 이후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기본 종교로 자리 잡았다. 그밖에 불을 숭상하는 페르시아(이란) 종교인 조로아스터교(배화교)나 티벳 불교인 라마교도 이 길을 따라 동쪽으로 전래됐다. 반대로 비단, 종이, 화약, 나침반 등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전해졌으며, 13세기에 이 길을 따라 침입해온 몽골족의 위협으로 서구 기독교 사회 전체가 벌벌 떨었고, 14세기에는 마르코폴로와 이븐 바투타가 소개한 동양 문명의 종주국인 중국의 위대한 문명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실크로드를 왕래한 사람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기록을 남긴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가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사람들을 살펴보면, 장건(?-BC114), 반초(33-102), 법현(4세기, 생몰 미상), 현장(602-664), 혜초(704?-787), 마르코폴로(1254-1324), 오도릭(1265?- 1331), 이븐 바투타 등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 기록을 남겼다. 20세기 초에는 ‘실크로드의 악마들’로 지칭되는 스웨덴의 스벤 헤딘, 영국의 오렐 스타인, 독일의 폰 르콕과 그륀베델, 프랑스의 폴 펠리오, 러시아의 올덴부르그, 미국의 랭던 워너, 일본의 오타니 등이 실크로드를 탐험하고 유물을 약탈하면서 이곳에 관련된 기록을 남겼다.

우열 아닌 차이를 느끼는 여행

필자도 이번 여행을 통해 실크로드에 관한 기록을 하나 남기려고 한다. 실크로드의 동쪽 끝인 일본 교토와 나라에서 시작하여 서쪽 끝인 이태리 로마에서 끝마치는 여정이다. 유럽 문명이 화사하고 세련된 도시 처녀라면, 실크로드 문명은 소박하고 순수한 시골 처녀다. 유럽 문명이 기독교 사회를 떠받치는 반석이라면, 실크로드 문명은 이슬람교와 불교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그 특성이 전혀 다른 두 문명을 비교하면서 음미하는 것도 상당한 재미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여정은 문명의 우열이 아니라 그 차이를 느껴보는 여행이 될 것이다. 필자의 여행기가 앞으로 이 지역을 여행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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