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문화
“미술관 오디세이를 위한 세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우리 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절대 반지,「한국의 미 특강」, 화가 조영남이 쓴「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 미술」, 웬만한 미술 서적보다 100배는 나은「만화 서양 미술사」”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11.27  21:19:4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난주엔 여행을 주제로 책 세 권을 소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엔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미술관 여행 안내서를 소개하는 것은 어떨까? 눈에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으로는 타지의 낯선 풍물뿐 아니라 예술가들이 평생에 걸쳐 매진하는 자신들의 미술 작품들도 해당되기에.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미술관 탐방을 나서기 전에 참고할 만한 세 권의 책들을 소개해 본다.

「한국의 미 특강 」(2003),오주석

천재는 요절한다. 하늘에서도 필요하기에 일찍 데려가기 때문이라나? 불과 49세에 우리 곁을 떠난 오주석은 적어도 필자가 볼 땐 천재다.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동시에, 그것도 벅찬 감동과 함께 선사한 이가 오주석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미술에 관심이 많아 여러 책을 뒤적거렸지만 한국 미술엔 그다지 흥미가 없던 필자였다. 그런 필자 앞에 “한국 미술이 별로라고? 그럼 내가 아는 미술 얘기해 줄께!”라며 말을 건넨 그의 설명은 그야말로 한국화에 무지했던 필자의 천학(淺學)을 일깨워주며 한반도 미술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줬다. 독일의 미술사가로서 미학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은 18세기의 요한 빙켈만은 고대 그리스의 조각 미술에 대해 ‘고귀한 고요함과 고요한 위대함’이라는 역사적인 평(評)을 내놨지만 한국의 오주석은「한국의 미 특강」이라는 자신의 저서로 한국 미술, 특히 조선 미술 속의 치열한 ‘예술미와 함께 따뜻한 인간미’를 절절히 전해주고 있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출신으로 국립 중앙 박물관 학예 연구사를 지냈던 오주석은 아이러니하게도자신의 저서,「한국의 미 특강」을 집필한 적은 없다. 그가 대기업들에 불려 다니며 신입 사원 연수 등에서 한국의 미에 대한 특강을 한 것이 입소문을 타 그의 사후에 강연 녹취록을 토대로 책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책을 지난 2006년 운명처럼 접한 후, 필자가 서평 록에 남긴 글을 보니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금년 최고의 책 가운데 하나/그 어렵다는 주역조차도 너무 쉽게 풀어 쓴 책, 더불어 한자와 그림, 서체, 주역 등을 공부한 작가의 노력이 경이로울 뿐임/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느낌, 추측하건대 작가는 한국 문화에 미쳐 있었던 듯함/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까울 따름/한국 미술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옥에 티/그래도 한국화에 대한 몰이해와 반감이 판치는 현재 분위기에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평점 ★★★★★★ (별 다섯 개 만점)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2007), 조영남

가수 조영남, 아니 전직 가수 조영남은 화가다. 그의 대학교 절친 김민기는 화가를 꿈꿨지만 ‘아침 이슬’을 부른 저항 가수가 됐고, 화가를 희망하던 성악과 출신의 조영남은 대중 가수가 됐다.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길 수십 년. 그런 조영남은 자신의 꿈을 쉬이 버리지 못해 40여 년 전부터 조금씩 그림을 그리다 몇 해 전, 마침내 마이크를 집어 던지고 본격적인 직업 화가의 길로 나섰다. 뭘 그리는 화가냐고? 지금은 모르지만 가수를 때려 친 초창기엔 화투만 냅다 그렸다. 나중에 지인이 왜 화투를 그리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도 그리는 사람이 없잖아. 색깔도 강렬하고. 그래서 그리기 시작했어”라는 우문현답을 내놓았단다.

  현재 작품 당 가격이 1~2천만에 육박할 정도로 미술계에서도 인정받는 화가 조영남은 만능 예술인이다. 노래도 성악 출신가 답게 시원시원 잘 부르지만, 무엇보다 그림이 좋다. 하지만 그가 2007년도에 써낸 책 한 권은 이 사람의 능력에 대한 질투를 자연스레 불러일으킨다.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란 책이다. 이 사람, 그러고 보니 필자가 존경하는 르네상스인이다. 르네상스인이뭐냐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를 떠올리면 된다. 그림, 조각, 건축, 손만 대면 세계적인 걸작이 나오는 사람. 르네상스 시대에 살았고 무엇이든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인간이 바로 르네상스맨이다. 그리고 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발명에까지 관여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더 이상 손 댈 것이 없는 초반부에 비해 뒤로 갈수록 책의 힘이 달린다는 것이다. 역시 처음엔 가수를 하다 나중에 화가로 전향해서 그럴까? 그래도 지난 40여 년 간 쌓아 올린 공력은 무시 못 할 정도의 미술평들을 책장 여기저기에서 선보인다. 현대 미술의 전반적인 흐름과 함께 우리들이 좋아하는 미술인들의 뒷이야기를 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쉬운 점 한 가지 더. 서구 회화적인관점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바라보니 오주석의 책에서 풍기는 동양적 깊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쩌랴! 필자도 미 유학 당시, 그리고 귀국 이후에도 한 동안 그런 서구적인 색안경을 끼고 살아왔는데. 그래도 아직 60대라 동양 철학만 흡수하면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으리라 여겨지는 책이다.
종합평점: ★★★★☆
「만화 서양미술사 」(2002)  다카시나슈지 외

일본인들은 책을 잘 만든다. 만들어도 ‘너무 너무’잘 만든다. 그 잘 만드는 비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철저한 사전 조사다. 관련 정보는 다 끌어 모아서 엄청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 그 중 가장 필요한 엑기스만 고른다. 한데 다음이 더욱 중요하다. 해당 엑기스를 소비자와 고객이 소화하기 쉽도록 적당하게 희석시킨다. 책으로 따지면 유용하고 소중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준다는 얘기다.

  엮은이의 대표 주자 다카시나슈지는 도쿄대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 1대학과 루브르 미술관에서 서양 근대 미술사를 전공했다. 일본 국립서양미술관장을 역임했으며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의 훈장인 레종도뇌르를 받았다. 그런 그가 만든 서양 미술서는 다름 아닌 만화책이다.

  한국에 다카시나슈지와 같은 약력을 지닌 이는 있어도 그와 같이 만화책을 만드는 이가 없음을 감안하면 부끄러울 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다카시나슈지와 그의 동료들이 만든 「만화 서양미술사」는 그야말로 미술 교과서나 다름없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아예 한국의 초, 중, 고등학교용 미술 교과서로 채택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다. 애국지사들이 들으면 나라가 발칵 뒤집어지고 필자에 대한 온라인, 오프라인 테러가 물 끓 듯하겠지만, 어쩌랴! 그만큼 수작(秀作)인 것을.

  모두 5권으로 이뤄져 있지만 만화라서 전혀 부담이 없는데다 내용도 알차고 재미있어 그야말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특히, 르네상스 이전과 르네상스 이후의 서구 미술을 이해하는데 대단히 유용한 동시에, 근대 이후에 펼쳐지는 서양 미술사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 재미도 오롯하다. 이상한 추상화를 들고 유럽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피카소가 사실은 화가였던 아버지의 붓을 꺾게 할 정도로 그림의 천재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그런 필자가 이 책을 읽고 남겼던 간단한 서평.

  “근래 들어 너무 재미있게 본 책/미친듯이 읽었다는 표현이 맞음/옥의 티, 짧은 시간 동안 읽었더니, 다양한 사조와 수많은 화가, 그리고 미술사가 헛갈린 것이 문제/역시 방대한 자료를 수집, 깔끔하게 정리한 작자의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만화도 얼마든지 양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
종합 평점: ★★★★★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인터뷰] “진실을 향한 진심” 1세대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 만나다
2
[보도] ‘표창원 특강’ 170여 명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
3
[보도] ‘217종 잡지부터 전 세계 논문까지’ 학우들에게 제공
4
[보도] 인문·체육비전 장학생 모집, 내달 5일까지
5
[기획] 한림학보, 취재력 기르고 특징 찾아야
6
[보도] 학생예비군, 홍천 아닌 춘천에서 실시
7
[보도] 취미·스포츠 활동하고 기숙사 상점받자
8
[인터뷰] 한 분야 연구에 열정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보길
9
[시사이슈] 중국서 ‘억울한 옥살이’ 손준호 무사히 한국땅 밟아
10
[시사상식] 신문에서 보는 시사상식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성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