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문화
과학책이 살아야 과학이 산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2.12  16:02:2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어느덧 마지막이다. 그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여행과 미술, 음악과 철학에 관한 필자의 추천 서적을 소개했다. 이번 주는 마지막으로 과학 서적을 들고 나왔다. 이야기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소재, ‘과학.’ 하지만 과학이 일반인들에게 어렵게 인식된 데에는 과학자들의 1차적인 책임이 크다.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한 나머지 대중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쉬운 한국어 설명을 통해 실험실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대중들과의 소통에 성공한 몇몇 베스트셀러와 양서들이 오늘의 소개 대상이다.

「과학 콘서트」 (2001), 정재승
1999년 개봉된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는 액션 영화에 있어 기념비적인 획을 그었다. 360도 회전 촬영에서부터 초슬로우 모션 촬영 등 전대미문의 특수 촬영 기법을 도입해 영화평론가들로부터 ‘액션 영화는 매트릭스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과학 관련 서적은 「과학 콘서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는 것이 필자의 B급 견해다. 그만큼 과학 콘서트가 한국의 과학도서 시장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인문서적과 마찬가지로 초판인 1000권이 팔리려면 10년은 족히 걸리는 과학 전문 서적 시장에서 「과학 콘서트」는 지난 10여 년간 무려 50만부가 팔려 나갔다. 집필 당시, 젊은 과학도였던 정재승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과학 글쟁이가 돼 그의 모교 카이스트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학창 시절, 카이스트의 도서관 전체에 있는 책을 다 읽어보고자 도전했던 그는 사실, 엉뚱한 필력의 소유자다. 대학 재학 시절, 카이스트에서 영화평을 학교 신문에 게재한 것이 인연이 돼 이후, <과학 동아>와 <동아일보>에 기고하던 그는 기자들로부터 숱하게 자신의 글과 관련한 지적을 받는다. 자신의 원고가 항상 빨간 줄로 난도질을 당한 채 교정되는 데 자극을 받은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쉬운 글쓰기에 나선 끝에 마침내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적인 이야기들을 자신의 책에 담아 「과학 콘서트」란 이름으로 세상에 내 놓는다. 필자가 지금껏 수업 시간에 잘 써먹는 사회 연결망 이론인 ‘케빈 베이컨의 법칙’, 동일 구조의 반복을 의미하는 ‘프랙탈 법칙’ 등이 모두 이 책에서의 이해를 기반으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과학 콘서트」가 도서 시장에 끼친 또 다른 영향은? 「수학 콘서트」, 「철학 콘서트」, 「경제학 콘서트」, 「심리학 콘서트」 등 숱한 아류작들을 보면 쉽게 짐작할 것이다. 고백하건대, 필자 역시 그러한 콘서트 열풍에 힘없어 조금이라도 떡고물을 챙겨볼 요량으로 2010년도에 글쓰기에 관한 책을 낸 적이 있다. 이름하여, 「글쓰기 콘서트」. 결과는? 역시, 수많은 인문 서적들의 전철을 똑같이 밟아 나갔다. 지난 3년 동안 300권도 못 팔았으니. 그런 「과학 콘서트」의 네이버 평점은 ‘8.44’. 과학 서적을 둘러싼 한국적 맥락은 물론, 「과학 콘서트」의 양과 질을 고려해 볼 때 도저히 수긍 못할 점수다. 필자의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에 ★★★★★★.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수학 콘서트」(2006), 박경미
여태껏 읽은 서적 가운데 서문이 가장 인상적인 책이다. 물론, 내용 역시 더없이 훌륭하기에 오늘의 추천 책으로 들고 나왔지만. 저자는 서문에서 수학의 원리를 익히기 위해 연습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이하는 과정을 음악 서적 ‘하논’에 비유한다. 참고로 ‘하논’이란 손가락 훈련을 되풀이하도록 만들어진, 다소 지루한 피아노 교재이다. 더불어 모차르트의 변주곡이 하나의 주제 구를 얼마나 다양하게 변환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듯, 수학 문제 역시 동일한 개념이 다양하고 기발하게 변신한다는 감탄역시 서문에 잘 표현돼 있다. 그렇다고 서문만 인상적인 것이 아니다. 책 내용 역시, 쉽고 흥미진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암호가 어떤 수학적 원리로 만들어졌으며 군사 작전에는 어떻게 이용 됐는 지에서부터 소수 이야기를 거쳐 프랙탈 원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중학생 정도의 눈높이에서 수학 복음을 제대로 전파하고 있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책도 책 나름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뒤늦은 수학 사랑에 빠졌던 기억도 새롭다. 덕분에 여러 수학 책들을 찾아다니며 수학 세계에 잠시 발을 디뎌보기도 했지만, 「수학 콘서트」 이상 가는 책을 만난 기억은 아직까지 없다. 네이버 평점을 보니, 「과학 콘서트」보다는 조금 더 높은 ‘8.62.’ 정말이지 네티즌들의 까칠함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필자 평점: ★★★★★

「해상 시계」(2006),데이바소벨
상식 퀴즈 하나. 빛의 속도는 초속 얼마일까? 모두들 잘 알다시피 30만km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문제. 그렇다면, 두 번째 문제다. 지구 둘레는 얼마나 될까? 조금 어렵다고? 모두들 아는 문제다. 예를 들어 빛이 1초에 지구를 도는 바퀴 수는 모두들 아는 것처럼 7바퀴 반이다. 그럼, 30만km를 7과 1/2로 나누면 된다. 이른바, 30만 나누기 7.5. 다행히 숫자는 딱 맞아 들어가는 40,000km다. 4곱하기 7은 28이고, 4의 절반이 2니까 28+2는 30. 그래서 지구 둘레는 40,000km라는 숫자가 나온다. 

그렇다면 왜 「해상시계」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난데없이 지구 둘레 얘기를 꺼냈을까? 이번엔 세 번째 문제다. 지구는 1시간에 몇 km나회전할까? 하루는 24시간, 지구 둘레는 40,000km니까 다시 40,000 나누기 24를 하면 대략 1670. 다시 말해 1시간에 지구는 약 1,670km를 회전한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는 1시간 동안 태양이 무려 1,670km를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래서 1시간의 시차가 발생하는 두 지점 간의 거리는 1670km이다. 그렇다면 1분에 태양이 움직이는 거리는? 똑같이 계산하면 된다. 1분당 27km. 1분 동안 하늘의 태양이 누군가의 머리 꼭대기에서 다른 누군가의 머리 꼭대기로 움직이는 거리가 27km란 얘기다. 

예전엔 바다 한복판에 나가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밤에는 별을 보고 동서남북을 짐작해서 항해를 떠나고 귀향했지만 집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줄은 알 길이 없었다. 그나마 태양도 각도를 보고 봄, 여름, 가을, 겨울과 함께, 북위 몇 도 정도에 머물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동해안에서 몇 km나 떨어져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치 GPS가 없던 200~300년 전 시대에도 마법처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귀신같이 알 도리가 있다면? 

조건은 단 하나. 바로 정확한 시계를 가지면 된다. 동해안에서 출발할 때의 시계를 가지고 태평양 한가운데 가서 태양의 위치와 시간을 보면, 자신의 시차를 알 수 있으니깐. 만일, 시계는 동해안의 12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태평양 어느 지점에 위치한 채 바라보는 태양의 각도는 2시를 가리킨다면 현재 내가 있는 위치는 동해안으로부터 2시간의 시차에 해당하는 곳이다. 앞서 설명한 1670km 곱하기 2는 3340km 떨어진 지점. 신기하지 않은가? 하지만 시계가 1분만 틀려도 자신이 찾고자 하는 섬이나 물길로부터는 무려 27km의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해상시계는 그렇게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아니 세계의 바다를 제패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120억 원의 상금을 걸어가며 흔들리는 배 위에서, 파도치는 폭풍우 속에서, 또 억수 같은 장대 비 속에서 단 1분 1초도 틀리지 않는 시계를 공모했던 이야기다. 재미는? 필자 입장에선 그야말로 짱이다.
평점: ★★★★★

/심훈(언론ㆍ부교수)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인터뷰] “진실을 향한 진심” 1세대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 만나다
2
[보도] ‘표창원 특강’ 170여 명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
3
[보도] ‘217종 잡지부터 전 세계 논문까지’ 학우들에게 제공
4
[보도] 인문·체육비전 장학생 모집, 내달 5일까지
5
[기획] 한림학보, 취재력 기르고 특징 찾아야
6
[보도] 학생예비군, 홍천 아닌 춘천에서 실시
7
[보도] 취미·스포츠 활동하고 기숙사 상점받자
8
[인터뷰] 한 분야 연구에 열정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보길
9
[시사이슈] 중국서 ‘억울한 옥살이’ 손준호 무사히 한국땅 밟아
10
[시사상식] 신문에서 보는 시사상식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성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