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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에이터’와 푸가, 그 절묘한 만남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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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02  17: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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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① 에비에이터

편집자주

바야흐로 새 학기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그라는 말처럼 새로운 학기의 시작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지에서는 2014년 봄학기를 맞아 이전과는 다른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방침 아래, 새로운 주제를 마련해 봤다. 이름하여, ‘영화로 보는 클래식.’ 날이 가고 해를 거듭할수록 K팝에 대한 열기가 세계적으로 뜨거워지는 가운데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사그라지고 있다. 「논어」에서도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이라며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 것을 안다”고 했건만, 옛 것을 등한시 한 채 현재의 유행만 쫓는 경우는 언제나 그 한계가 명확한 법.

따라서, K팝의 열풍에만 휩쓸리지 말고 한림대의 학우들은 영화도 보고 클래식도 챙기라는 의미에서 한림학보가 클래식 특집을 마련해 보았다. 그럼, 자칫 생소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을 영화로 감상하며 좀 더 친숙하게 시각적으로 접해보도록 하자.

1833년, 바흐의 곡 한 개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름하여 D minor BWV 565. 바하의 작품 번호를 뜻하는 BWV(Bach Werke Verzeichnis) 565번으로 D 단조였다. 당시, 멘델스존이 바흐 사망 83년만에 발굴해 출판한 이 곡은 곧 세간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굵고 짧은 동시에 변화무쌍하게 울려 퍼지는 곡의 전개는 많은 이들의 귀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물론, 이 곡은 당대의 수많은 경쟁곡들 사이에서 보란 듯이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들려지는 클래식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핸드폰을 지닌 이들이라면 반드시 지니게 마련인 벨소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곡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토카타와 푸가’로 더욱 잘 알려진 작품 얘기다.

‘토카타와 푸가’는 2004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에비에이터’(Aviator)에 의해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탔다. 텍사스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실화를 영화화한 ‘에비에이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에 1억 1천만 달러를 들인 헐리우드 대작이었다.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둬 미국에서만 1억 달러, 전세계적으로 2억 1천3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스콜세지-디카프리오 찰떡 궁합의 명성을 재확인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는 이 영화에서 두 번 등장하는데 모두 ‘에비에이터’란 영화 제목에 걸맞게 비행 장면에서 사용된다. 사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토카타와 푸가’ 가운데 영화에서 사용되는 바흐의 음악은 뒷부분의 ‘푸가’이다. 바흐의 ‘푸가’가 첫 번째로 등장하는 씬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비행기 전투 장면을 영화 속에서 재현한 부분으로 주인공, 하워드 휴즈가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400만 달러를 들여 완성시킨 대규모 공중전이다. 이와 함께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첩보 비행기에 시승해 하워드 휴즈(디카프리오 분)가 비행기를 모는 장면에서도 바흐의 ‘푸가’는 푸른 하늘에 장중하게 울려 퍼진다. 

   
 
▲영화, 에비에이터(aviator)에 등장하는 대규모 공중전 장면. 여기에서는 돌림노래의 일종인 '푸가'가 관현악기로 장엄하게 연주되는 가운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행기들 간의 공중전이 한층 긴박하게 연출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반인들과 클래식 팬들에게 파이프 오르간 소리로 더 익숙한 ‘토카타와 푸가’가 영화, ‘에비에이터’에서는 모두 관현악으로 연주된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특이한 음색의 푸가를 접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에비에이터’이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부터 오르간과 쳄발로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줬던 바흐는 파이프 오르간의 진정한 대가였다. 참고로 ‘쳄발로’란 피아노의 전신에 속하는 악기로 영어권에서는 ‘하프시코드’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볼 때 바흐는 어렸을 때부터 유독 건반 악기에 꽂혔던 음악인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찾아 ‘유투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된 작품들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다. 커다란 교회 안에 가득 울려 퍼지는 엄청난 음량의 ‘토카타와 푸가’를 듣노라면 누구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바흐가 왜 오르간에 열광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1900년대 초의 헐리우드에서 드라큘라를 공포영화의 주제로 삼을 경우, 심심찮게 등장시킨 장면이 바로 드라큘라의 ‘토카타와 푸가’ 연주 장면이었다.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음산한 밤, 자신의 성에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드라큘라 백작.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충분히 상상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토카타와 푸가’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이탈리아어로 ‘토카타’(toccata)는 ‘닿다, 타다’라는 뜻의 토카레에서 유래된 단어다. 기교적이고 즉흥적인 건반 음악을 뜻하는 음악 용어로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양식이다. 21세기적 문화 관점에서 보자면, 랩 배틀 내지는 댄스 배틀에서 이뤄지는 즉흥적인 랩과 댄스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러한 ‘토카타’는 형식미와 고전미를 좋아했던 독일인들의 정서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으니 바흐는 독일인 가운데에서도 별종에 속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푸가’는 ‘도망가다’를 의미하는 라틴어로서 헤리슨 포드 주연의 1993년 작 영화 ‘도망자’의 영어 명(fugitive) 역시, ‘푸가’에서 유래한 것이다. ‘푸가’란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하나의 음이 연주되면 또 다른 음이 그것을 뒤쫓아 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쉽게 풀이하자면 돌림노래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영화 ‘에비에이터’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행기 공중전에서 돌림노래인 ‘푸가’가 사용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가 영화 음악에 사용된 것은 ‘에비에이터’가 처음이 아니다. ‘에비에이터’가 개봉되기 42년 전인 1962년, 줄스 다신 감독의 ‘페드라’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토카타와 푸가’의 영화 출연 경력은 이미 반 세기를 훌쩍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토카타와 푸가’를 삽입한 영화 ‘페드라’와 함께 ‘토카타와 푸가’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클래식 명화, ‘디즈니 환타지아’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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