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문화
절벽 추락 장면에서 절규하듯 울려펴지는 푸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3.09  21:07:3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난 주에는 토카타와 푸가, 그리고 영화, ‘에비에이터’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이번엔 1962년작 영화, ‘페드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페드라’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크레타 왕의 딸로서 자신의 구애를 거절한 청년의 이륜마차를 산산이 부수도록 포세이돈에게 부탁함으로써 복수에 나서는 ‘팜므파탈’이다. 엄밀히 말해, ‘팜므파탈’이란 치명적인 매력으로 결국, 한 남자를 파멸로 몰아가는 악녀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이다. 물론, 신화 속의 여주인공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파멸로 몰아가는 악녀 중의 악녀이지만, 영화 ‘페드라’의 여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운의 ‘팜므파탈’이다. 참고로, 이른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처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종국에는 해당 여성을 불행하게 만드는 남자는 ‘옴므파탈’이다.

   
▲ 아버지로부터 분노의 매질을 당한 주인공, 알렉시스가 절망에 빠져 있는 가운데, 그의 새엄마가 페드라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떠나자는 마지막 유혹을 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는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페와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여왕은 아들 히폴리투스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뜨고 만다. 이후 테세우스 왕은 크레타 왕의 딸 페드라와 재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페드라는 자신의 의붓아들인 히폴리투스에 반해 구애를 하고 히폴리투스의 매정한 박대를 당한다. 이에 분노한 페드라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포세이돈은 바다괴물을 보내 히폴리투스의 이륜차를 박살냄으로써 그를 죽인다. 

줄스 다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페드라’에서는 신화와 비슷한 이야기 구도 속에 조금은 다른 사랑 방정식을 택한다. 말하자면,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니라 의붓아들과 새엄마가 진짜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영화, ‘페드라’에서는 당시 최고의 헐리우드 스타로 지성미 넘치는 마스크를 자랑하던 안소니 퍼킨스가 주연해 열연을 펼쳤다. 안소니 퍼킨스는 공포 영화의 전설,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이 제작한 영화 ‘사이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페드라’에서는 그리스 선박업계의 거물 타노스가 또 다른 선박왕의 딸 페드라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타노스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알렉시스는 런던에서 아버지가 희망한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신, 그림 그리기에 열중이다. 그런 알렉시스를 데려와 달라고 타노스는 자신의 새 신부 페드라에게 부탁하고 의붓아들을 데리러 갔던 페드라는 오히려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후, 두 사람은 파리에서 열애를 시작하게 되고 죄의식에 사로잡힌 알렉시스가 페드라의 조카와 결혼하려 하자 페드라는 불륜 사실을 타노스에게 고백하며 그들의 결혼을 무산시킨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파문을 당한 알렉시스는 페드라의 마지막 구애마저 뿌리치고 자신의 운명을 자책하며 절벽 도로를 자동차로 질주하는 가운데 맞은 편에서 오는 트럭을 급하게 피하려다 그만 추락사하고 만다. 영화, ‘페드라’에서는 바로 마지막 하일라이트에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가운데 F장조 540번을 비장하게 귀청이 찢어지도록 띄운다. 

   
 
   
▲ 자신이 아끼는 스포츠카를 몰고 절벽 위를 질주하며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미친 듯이 틀어대고 있는 알렉시스. 자기 자신을 저주하며 절규하던 그는 끝내 절벽에서 추락사하며 20대의 짧은 생애를 마감한다.

아버지에게 버림 받고 페드라와는 영원한 작별을 고한 후, 자신이 아끼는 스포츠카를 타고 절벽 도로를 미친 듯이 자동차로 질주하는 알렉시스가 라디오를 튼다. 그러자 곧바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540번. 

“어디에 계세요. 모두 당신 음악에 미쳐 있어요. 나도 그리스에서 듣고 있죠. 여긴 왜 왔죠? 아이들이나 돌볼 일이지. 난 적어도 볼 일이 있었어요. 아버지를 죽이려 했거든요. 페드라. 페드라.” 두 번의 결혼 생활을 통해 무려 10명의 자식을 낳았던 바흐를 에둘러 비난하는 가운데 라디오의 볼륨을 끝까지 돌려 그의 ‘토카타와 푸가’를 귀가 먹먹하도록 틀어대는 알렉시스. 순간 절벽의 커브 길에서 트럭이 급작스럽게 튀어나오고 이를 피하려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알렉시스와 함께 영화, ‘페드라’는 막을 내린다. 지금의 기준으로 과거의 영상을 다시 들춰보면 절벽 질주 장면이나 추락 장면 모두 허접하기 그지없지만 50여년 전의 기준으로 영화, ‘페드라’가 보여준 결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있어서나 비평에 있어서 그다지 세간의 흥미를 끌지 못했던 ‘페드라’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영화 종반부에 강렬하게 삽입시킴으로써 오히려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는 영화로 살아남았다. 말하자면, 상업적인 측면에선 실패했지만 예술적인 측면에선 절반의 성공을 거둔 작품이 ‘페드라’라고나 할까? 때문에 지금도 ‘유투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검색어 ‘토카타와 푸가 BWV 565’에 영화 ‘페드라’의 하일라이트 장면이 검색돼 올라오는 것을 끊임 없이 접할 수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맛깔스럽게 입힌 세 번째이자 마지막 소개 영화, ‘환타지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인터뷰] “진실을 향한 진심” 1세대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 만나다
2
[보도] ‘표창원 특강’ 170여 명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
3
[보도] ‘217종 잡지부터 전 세계 논문까지’ 학우들에게 제공
4
[보도] 인문·체육비전 장학생 모집, 내달 5일까지
5
[기획] 한림학보, 취재력 기르고 특징 찾아야
6
[보도] 학생예비군, 홍천 아닌 춘천에서 실시
7
[보도] 취미·스포츠 활동하고 기숙사 상점받자
8
[인터뷰] 한 분야 연구에 열정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보길
9
[시사이슈] 중국서 ‘억울한 옥살이’ 손준호 무사히 한국땅 밟아
10
[시사상식] 신문에서 보는 시사상식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성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