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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했던 전설적인 거세 음악인, 파리넬리의 삶을 영화화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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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26  12: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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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⑩ 영화 ‘파리넬리’와 아리아‘울게 하소서’

1685년은 독일 음악사에 있어 결코 잊혀질 수 없는 한 해였다. 비단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뿐만 아니라 ‘음악의 어머니’인 헨델이 태어난 해였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 음악이란 서양 클래식을 일컫는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흐와 헨델의 출생연도가 같았지만 그들이 걸어간 길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생만큼이나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

음악가 집안이긴 했지만 평생 궁핍하게 살아야 했던 바흐와 달리, 헨델은 부유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법률가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헨델은 20대 초반, 이탈리아로 음악 유학을 떠나 당시에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던 오페라를 배웠다. 바흐와 헨델이 태어나던 시기만 하더라도 이탈리아는 비발디를 비롯해 롯시니 등 기라성 같은 음악가들이 활약하며 서양 음악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그런 이탈리아의 선도적인 입장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잘 나타난다. 오스트리아어로 쓰여진 오페라를 만들고 있다는 모차르트에게 오스트리아의 왕과 귀족들이 “오페라를 이탈리아어가 아닌 오스트리아어로 만든다고?”라며 비웃는 장면이 그것이다. 어쨌거나 헨델은 이탈리아 유학 이후, 독일과 영국을 넘나들며 전 유럽에 자신의 명성을 떨치는 세계적인 음악가가 된다.

그런 헨델이 단 2주 만에 써 내려간 오페라 ‘리날도’는 혈기왕성하던 헨델의 음악적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하던 무렵의 걸작이다. 제1차 십자군 원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페라에서 주인공인 십자군 장수, 리날도는 예루살렘을 되찾은 후, 사랑하는 연인 알미레나와 결혼하기 위해 성전(聖戰)에 나선다. 하지만 사라센 왕 아르간테의 계략 속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오페라 ‘리날도’는 당시, 유럽의 화제작으로 회자되며 약관의 헨델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 놓는다. 특히, 영화 ‘파리넬리’의 백미(白眉)로 등장하는 리날도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는 지금까지도 전세계 클래식 팬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참고로, 아리아란, 오페라 등에서 나오는 독창 부분으로 가수의 기량을 재는 잣대 역할을 하는 성악(칸타타)이다.

영화, ‘파리넬리’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인 ‘파리넬리’는 어려서부터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합창단 소년이다. 형인 브로넬스키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전 유럽에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헨델이 찾아온다. 길거리에서 음악 경연을 하던 그의 역량을 눈여겨 보고, 자신의 오페라단에 캐스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파리넬리’는 자신의 형과 함께 헨델 밑에서 일하기를 원했고, 헨델은 수준 이하의 작곡 실력을 보이고 있는 형은 제쳐둔 채 ‘파리넬리’와만 계약하려 한다. 첫 만남이지만 불쾌한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헨델은 남성의 성기를 제거당한 ‘파리넬리’에게 “넌 음악을 모독하는 존재”라는 독설을 날린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헨델의 얼굴에 침을 뱉는 ‘파리넬리.’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사실, ‘파리넬리’는 사춘기를 겪으며 목소리가 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형이 성기를 제거한 ‘카스트라토’였다. ‘카스트라토’란 ‘성기를 제거당한 자’라는 뜻으로 중세, 이탈리아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가수들이었다. 인간의 목소리는 신이 주신 선물이었기에 목소리 음악인 칸타타를 선호한 교황청은 밝고 고운 목소리를 가진 소년들의 합창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그런 가운데 약삭빠른 이들은 자식이 많아 먹고 살기 힘든 집들에게 ‘카스트라토’로 로마 교황청의 성가대에 아이들을 집어넣으라고 구슬리며 돌아다녔다. ‘파리넬리’는 그런 ‘카스트라토’들 가운데 실제로 존재했던 가수의 실명이었고.

   
영화‘파리넬리’에서 주인공 파리넬리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울게 하소서’를 통해 카스트라토만이 지닌 천상의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영화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오페라 사업에 실패한 헨델은 자신의 앙숙이던 ‘파리넬리’가 자신의 곡을 구입해 리날도의 아리아를 부르게 된다는 사실을 접한다. 주변의 눈에 띄지 않게 오페라 극장을 찾은 헨델 앞에서 ‘파리넬리’는 과거를 회상하는 가운데 최고의 공연으로 기억될 ‘리날도’의 아리아를 부른다. 자신의 친형이 ‘파리넬리’를 ‘카스트라토’로 만들었던 과거가 오버랩되는 가운데 ‘파리넬리’는 인간의 목소리라고 믿기 어려운 고음과 미성으로 ‘리날도’의 아리아를 소름끼치도록 아름답고 비장하게 부른다. 더불어, 그런 ‘파리넬리’를 오페라 극장의 한 쪽 구석에서 몰래 지켜보며 헨델은 숨 막히는 전율을 느낀다. 

재미있는 사실은 ‘파리넬리’가 개봉되기 1년 전, 한국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영화가 상영됐다는 것이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그것으로, 떠돌이 판소리꾼이 절대 소리를 얻기 위해 득음(得音)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어린 여아의 시력을 빼앗는다는 이야기다.

   
파리넬리의 공연을 지켜보던 헨델은 숨이 막히는 듯한 전율을 느끼며 파리넬리와의 오랜 숙원 관계를 청산하기에 이른다.

영화, ‘파리넬리’에서는 소프라노를 오가는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를 재연하지 못해 결국, 컴퓨터 합성에 의한 더빙으로 천상의 목소리를 재연해 낸다. 사실, 남성들의 고음인 테너는 여성의 소프라노에 비해 한 옥타브 이상 낮다. 하지만, 그런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채,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유의 3단 고음이 가능한 ‘신의 목소리’가 종종 등장한다. 이른바, ‘카운터 테너’라 불리는 이가 그 주인공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헨델의 수상 음악과 수상 음악이 등장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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