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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정도전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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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26  12: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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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TV 사극 ‘정도전’이 5월 평균 시청률 1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넘기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정도전’은 첫 회 시청률 11.6%에서 시작해, 명품사극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40회를 넘긴 현재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방영 전부터 정통사극을 표방하며 퓨전 사극과 막장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철저한 고증과 배우들의 열연, 드라마 말미에 붙이는 다큐멘터리로 시청자들의 관심에 화답했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 등이 난립하고, 창작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퓨전’ 장르가 유행하고 있다. 시대를 역행하며 부활한 전통사극의 돌풍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시청자들은 ‘정도전’의 어떤 점에 매료된 것일까?

   
KBS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개인 포스터. 천둥번개와 비바람을 헤치고 걷는 모습이 혁명가 정도전의 인생을 담고 있는 듯하다.

드라마 ‘정도전’의 핵심 키워드는 민생과 민본이다. 고려 말기, 권문세족이라 불리는 귀족들은 대부분의 토지를 차지했다. 이들의 탐욕 때문에 양극화는 심화됐고, 백성들은 내일을 걱정하며 피폐한 삶을 살아갔다. 소수의 기득권자들을 위해 절대 다수의 백성들이 희생당했던 것이다.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중상과 모략을 일삼았고, 개혁을 꿈꾸던 지식인 즉 신진 사대부들은 언제나 희생양이 되었다. 백성들은 고통 속에서 신음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에게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정도전은 ‘진정한 백성의 나라’를 꿈꾸는 혁명가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대한민국 사회 또한 고려 말기 모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본다. 혹자는 구한말의 상황과 현재가 비슷하다고 한다. 결국 두 이야기 모두 국민들에게 힘든 시기라는 것을 뜻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 되고,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가진 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부유해지고, 없는 자들은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난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진 자들은 학벌과 지식 또한 대물림 하고 있다. 2013년도 서울대학교 신입생 특성조사 보고서(출처 :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신입생 10명 중 8명은 부모가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월 평균 가정소득은 신입생 중 오직 3.8%만이 100만원 미만이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끝난 것이다. 국민들은 현재 사회 구조적 모순 때문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시청자들은 피하고 싶은 현실을 외면한 채 혁명가 정도전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정도전은 정몽주에게 “자네의 대의만이 진리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대의의 반대편에는 불의가 아니라 또 다른 대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라”고 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지역감정과 해묵은 색깔 논쟁 속에서 나와 다름 즉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들은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보다 ‘누가 한 말인가?’에 주목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정부를 비판하면 ‘빨갱이’라는 비난을 하고, 정부를 옹호하면 ‘수구 꼴통’이라고 한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과 대립은 심화되고, 분열로 인해 서로 간의 소통은 더욱 어려워졌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에게 이분법적인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 그들에게 표 나누기, 편 가르기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기득권 유지 방법이 된 것이다.

   
정몽주의 대의(나라를 위한 충성심)와 정도전의 대의(백성을 위한 나라 건설)가 충돌하고 있다. <드라마 35화 중>

극 중 정도전은 ‘민본정치’라는 자신의 대의와 ‘새나라 건국’이라는 대업을 선택했다. 본인이 경멸하던 이인임과 같은 ‘정치괴물’이 되었고, 정적을 제거하는 데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스승과 동문들을 버렸으며 또한 자신의 가족과 개인의 이익도 포기했다. 정도전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위해 현실적인 것들을 포기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갖지 못한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에 몰입될 수밖에 없다. 소속 정당을 떠나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입버릇처럼 민생을 외친다. 민생법안, 민생경제, 민생안정에 이르기까지 말뿐인 민생 정책들이 난무하게 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민생’이라는 단어는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당선되기 전 정치인들이 말하는 ‘존경하고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들은 당선되면 ‘미개’하고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정치인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선거 참여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지켜야 하고, ‘허황된 공약은 반드시 심판 받는다’는 당연한 진리를 정치인들에게 각인시켜줘야 한다.

   
나라 안의 모든 토지문서가 불태워졌다. 이후 전제개혁을 통해 실시된 과전법은 조선 건국의 경제적 기반이 된다. <드라마 35화 중>

드라마 ‘정도전’의 돌풍은 안방에서만 불어서는 안 된다. 정도전의 사상은 현실 속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6.4 지방선거가 채 열흘도 안 남았다. 이번 주에는 사전투표를(30일, 31일)할 수 있다. 투표 전 사전 신청 또한 필요 없다. 우리가 신분증을 소지하고,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이번 주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필자는 정도전이 말하는 ‘진정한 백성의 나라’가 이 삼한 땅에 세워지기 위해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성공리에 치러지길 바란다.
/이푸름(언론ㆍ4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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