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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왕의 미움 산 헨델이 신뢰 회복하려 만든 뱃노래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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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3  20: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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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클래식이 영화를 만날 때’ ⑪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수상음악’

독일 하노버의 게오르그 선제후는 헨델의 재정 후원자였다. 선제후란 왕을 뽑을 때 후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이로서, 쉽게 말하자면 유력 영주에 해당하는 이다. 사실, 유럽사에 비춰볼 때, 강력한 절대 왕권을 자랑한 스페인이나 프랑스, 영국과 달리, 독일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봉건 사회의 영주들이 해당 지역을 통치하는 지방 자치제의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는 강력한 왕권도 없었기에 해당 지역의 제후들이 번갈아 가며 왕에 오르거나 결혼을 통해 여타 국가와 친인척 관계를 맺곤 했다. 더불어,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 역시 자신들의 왕위를 이을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을 때는 이해 관계가 약한 국가의 친인척들을 자신들의 왕으로 앉히곤 했다. 

그런 가운데 왕과 귀족들은 서로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예술가들을 후원하며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자 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대기업들이 프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거나 교향악단을 후원하고 미술 작품을 사들이는 것과 매한가지다. 

게오르그 선제후는 영국의 앤 여왕이 후계자를 남기지 않고 죽자, 조지 1세가 돼 영국으로 건너갔다. 문제는 헨델이 영국에서 그를 맞이해야 했다는 불편한 현실이었다. 헨델은 이탈리아 유학 이후, 독일로 돌아가 그의 밑에서 음악을 작곡하기보다는 영국으로 건너가 자유롭게 자신의 음악 활동을 펼치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분노한 게오르그 선제후는 헨델에 대한 일체의 후원을 모두 끊었고. 

헨델은 당연히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심 끝에 조지 1세가 템즈강에서 유람길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에게 용서를 구하는 음악을 만들기로 작정한다. 당시, 영국의 템즈강에는 수많은 배들이 동서와 남북을 왕래하며 설탕과, 열대 과일, 담배 등과 같은 상품들을 거래하고 있었다. 더불어, 왕도 런던 시내를 가로지르기보다 배를 타고 웨스터민스터 사원이나 런던 외곽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헨델은 또, 조지 1세가 대중 연회를 즐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유람을 떠나는 배를 따라가며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연주했다. 이름하여, 수상 음악(Water Music)이 그것이다. 

당시, 악사 50명을 배 위에 태운 헨델은 템즈 강 양안(兩岸)까지 수상 음악이 쉽게 들리도록 주로 금관악기가 주축이 되는 곡을 만들었다. 이탈리아 풍으로 밝고 경쾌해 듣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 1시간짜리 수상 음악은 당장 조지 1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템즈강 주변에는 강 가운데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음악 소리에 군중들이 몰려들었다. 

이러한 광경에 더욱 신이 난 조지 1세는 이후, 자신의 유람이 끝날 때까지 세 번이나 수상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다. 물론,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조지 1세의 요청은 계속돼 늦은 저녁 시간까지 헨델과 50인의 악사들은 수상 음악을 무한 반복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조지 1세가 후에 헨델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터. 

그리하여 서양 클래식 음악 사상 처음으로 배 위에서 연주된 수상 음악은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며 헨델이라는 이름을 영국의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올려 놓았다. 

지난 1989년에 만들어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비록 짧지만 영화에서는 드물게 헨델의 수상음악을 활용한 작품이다. 그럼, 영화 줄거리를 간단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미국 동부에 위치한 명문 고등학교 웰튼에는 매년 아이비리그에 진학하기를 열망하는 우등생들이 몰려든다. 그 가운데 주인공인 토드는 다른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명문 고등학교에서의 생활로 기대감에 가득차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극을 좋아하는 그에게 아버지가 의대 진학을 강요하며 연극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금지시킨 것. 

그런 가운데 독특한 강의를 펼치는 동문 선배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암스 분)이 영어 교사로 부임해 온다. 키팅 선생은 첫날부터 파격적인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오늘에 충실하라’고 역설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 자신이 행복해 하는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그 과정에서 시를 문법적으로 해부한 기존의 시학 교과서를 찢으라고 요구하며 야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젊음을 발산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축구공들을 들고 학생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 나온 그는 축구공을 땅에 놓아둔 채,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명시의 한 구절씩을 나눠주며 소리 높여 외치는 동시에 축구공을 멀리 찰 것을 주문한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학생들과 소극적으로 시를 읽으며 얌전히 공을 건드리는 학생들이 교차적으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키팅 선생님은 또 야외로 가지고 나온 전축 위에 음반을 걸어놓고 학생들의 분위기를 북돋는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교정의 잔디 위에서 명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외쳐가며 공을 차대는 젊은 고교생들의 귀엔 산뜻하고 경쾌하고 헨델의 수상음악이 평생 잊혀지지 않을 학창 시절의 추억을 선사한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헨델의 또 다른 명곡 사라방드와 함께, 이 곡이 삽입된 영화, ‘배리 린든’과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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