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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도서정가제’, 출판 생태계 살릴 수 있을 것인가Student Research ⑭ 도서 정가제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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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03  22: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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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도서정가제,
소비자 권익 보호할 것

카드 할인ㆍ무료 배송…
온라인 ‘핵심 특혜’는 그대로

“도서정가제 임박! 최대 90% 할인, 990원 끝장도서!” 얼마 전 이런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국내 유명 온라인 서점이 보낸 이메일에는 클릭만 하면 책값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이 첨부됐다. ‘단 일주일’, ‘한정수량’, ‘끝장 특가’라는 말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달 말부터 온라인 서점에서 ‘반값 할인’등의 홍보문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1일부터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도서정가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11년만의 변화다. 이번 개정은 기존 도서정가제의 다소 높은 할인율 허용에 따른 책값 거품 형성, 지역서점과 중소출판사의 도태, 유통질서 문란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마련됐다.

기존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나지 않은 책은 19%이상 할인 할 수 없었다. 단, 실용서는 제외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편법이 등장했다. 인문, 사회 분야의 책이 실용서로 포함돼 대폭 할인 판매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개정안은 할인율과 적립을 신·구간의 구분 없이 15%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과다한 도서 할인 폭을 억제해 가격보다 질을 통한 시장 경쟁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개정안 시행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11번가, G마켓 등 각종 온ㆍ오프라인 서점들은 ‘도서정가제 시행 전 마지막 세일’을 내걸고 최대 80∼90%에 이르는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도서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려는 수요가 몰려 출판. 서점업계가 기대와 불안 속에 동요하고 있다. 이에 지난 5일,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개정된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폭탄세일이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가격 거품이 많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시행 후 도서 가격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정될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합리적인 선택 기회 제공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열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양질의 출판 환경이 조성된다면 창작의욕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우수한 품질의 도서와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될 전망이다.

책을 시장의 무한경쟁 논리에 맡기지 않고 적정수준의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따라 새 도서정가제가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출판시장의 붕괴를 재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동네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들이 법망을 피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쓸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출판업계는 온라인 서점의 카드·통신사 제휴를 통한 도서할인과 무료배송을 중대한 허점으로 꼽는다. 이를 규제해줄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배송료 등은 온라인 서점의 마케팅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시행령의 규정 사항도 아니어서 온·오프라인 서점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체부의 답변이다.

온라인 서점은 책 구입이 편리하고 사실상 간접적인 할인 혜택까지 준다면 소비자들은 동네서점에 갈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중소 동네서점이 몰락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격 할인이 제한된다면 중소 오프라인 서점은 가격 할인 대신 경품 행사를 진행하거나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장소만이 차별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자본이 없는 중소 오프라인 서점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멕시코, 일본, 덴마크, 헝가리, 노르웨이, 한국) 14곳, 시행하지 않는 국가는 20곳이다. 대부분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곳은 비영어권이고, 도서정가제를 시행하지 않는 국가들은 보통 영어권 국가들이다. 영어권 국가의 대표적인 영국과 미국은 해외 수출 등의 문제 때문에 도서정가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도 전체 출판 매출의 97%가 20개 상위 대형출판사에 집중될 정도로 독과점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비교적 엄격하게 도서정가제를 시행한다. 1970년대까지 자유경쟁 가격제도를 유지하던 프랑스는 대형 서점의 할인 경쟁으로 작은 서점들이 위기에 몰리자 도서정가제 개정 법률인 ‘랑법’을 통과시켰다. 온라인 서점의 가격할인과 무료 배송을 금지하는 것도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온라인 서점의 폐해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국민들은 이런 조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출판의 순기능을 되찾았다. 우리나라의 개정 도서정가제도 이전에 비해 더 나은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 비해 아직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에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라는 상설 감시기구를 둬 도서정가제를 지키지 않는 서점과 출판사를 강력히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기준을 기존 1백만 원에서 현행법상 최고 한도인 3백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결국 이 제도의 성공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출판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 지역사회, 소비자 등 모두의 상생과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 진서연 (언론ㆍ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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