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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쿨호수와 키르기스 유목민 유르트 민박고태규 교수의 실크로드 문명기행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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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3  13: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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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요람은 초원 유목민의 유산
카쉬가르로 돌아가는 벤을 타고 가다가, 두 시간쯤 달려서 카라쿨호수에 도착했다. 키르기스 유목민으로 호숫가에서 민박을 치고 있는 아뿌뚤라네 집에 숙소를 정했다. 숙박비는 저녁과 아침 포함해서 100위안(약 2만원). 이 남자는 27살이고, 24살인 아내 이르쓰꿀 사이에 두 남자 아이를 두고 있다. 큰 아들은 두 살인 아뿌뜨세딸이고, 동생은 이제 다섯 달 된 아뿌네이잘이다. 이르쓰꿀은 얼굴을 보니 몽골인 혈통인 거 같다. 얼굴이 강한 햇빛에 그을려 구릿빛인데도 이목구비가 수려한 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얼굴이다. 타지크인들이 많이 사는 타스쿠얼간과 달리 카라쿨호수 주변에는 키르기스인들이 산다.
  나는 유르트에 들어갔을 때, 갓난아기 아뿌네이잘이 요람에 누워서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공중에 매단 요람은 바로 우리가 아기 때 탔던 바로 그 요람과 똑같은 것이었다. 아기 요람이 초원 실크로드 유목민의 문화유산이라는 걸 여기에서 알았다.    
  쑤바스 초원을 가로질러 말을 타기도 하고, 아름다운 설산과 호수와 가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가축은 야크와 말, 그리고 양이 많았다. 방목되어 있는 것 같지만 어두워지면 모두 주인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자기 가축은 귀신같이 알아내고 집으로 몰고 간다.    

카라쿨 유목민 유르트에서 현지 체험
저녁식사는 위구르 말로 ‘자펜’이라고 부르는 볶음밥이다. 중앙아시아에서는 가장 흔한 음식이다. 키르기스어로는 ‘팔로우’라고 한단다. 우리 볶음밥에 양고기와 감자를 넣고 만든 음식이다. 이스꿀라가 만든 것은 양고기는 없고 대신 푸릇푸릇한 애호박 같은 채소가 들어 있어서 그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정성스러워서 맛이 좋았다.
  이스꿀라네 네 식구와 함께 잠을 잤다. 내가 바라는 현지인의 생활을 체험하는 여행이 바로 이런 것이다. 내 이불은 맨 오른쪽에 폈다. 두께가 10센티도 더되는 무거운 이불을 두 개나 덮어주어서 너무 더워 하나는 옆으로 제쳐두었다. 그래도 따뜻했다. 그런데 고산증 증세 때문에 머리가 계속 아파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어제부터 계속 머리가 아프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 여기가 해발 3,500미터쯤 되니까 그럴 만도 하다. 오늘 오전에 해발 4,500미터인 파키스탄으로 가는 국경초소 홍치라포에서는 더 심했었다.

   
 카라쿨 호숫가의 키르기스 유목민 유르트촌

새벽 하늘엔 잔별도 많고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 5시쯤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상에! 하늘이 온통 별 천지였다. 수많은 별자리들과 캄캄한 하늘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은하수들이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길게 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별을 본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누군가 카라쿨호수에 가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하룻밤 머물면서 밤하늘의 별을 구경하라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나는 참 오랜 세월 동안 땅만 보면서 살아왔다. 우리 부모 세대도 먹고살기에 바빠서 거의 다 그랬을 것이다. 이제는 가끔 이렇게 하늘을 보면서 살고 싶다.
  호수 동쪽의 무스타커봉은 하얀 몸통을 드러낸 채 몸매를 자랑하는 거인처럼 거기에 우뚝 서있었다. 석양 때와는 달리 호숫가에 그림자는 드리워지지 않았다. 손이 몹시 시렵다. 어느덧 무스타커봉 정상 부근이 노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장이나 혜초 스님도 천삼사백 년 전에 여기서 저 장엄한 설산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어느덧 내가 바라보는 산의 왼쪽 사면부터 노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나는 샛노란 황금색을 기대했으나, 그냥 희미한 노란색에 그치고 말았다. 공걸봉과 무스타커봉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샛노란 황금색으로 서서히 변하는 안나푸르나 같은 새벽 설산을 기대했으나, 이 산은 그런 자태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모습에서 조금 더 나은 그런 정도였다.

점점 오염되고 있는 카라쿨호수
여기 저기 유르트 연통에서 하얗고 푸르스름한 연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안주인들이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위해 불을 피웠다는 신호다. 여기 남자들은 호숫가에서 물 한통도 길어다주지 않는 무정한 사람들이다. 이르스꿀 남편도 그랬다. 아내가 들통에 물을 길어오는 동안 따뜻한 난롯가에서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여기 주민들은 호수 물을 길어다 식수로도 쓰고, 세수도 하고, 걸레도 빨았다. 호수 주변은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더러워졌지만, 호수 물은 보기에는 아주 맑아 보였다. 이 유목민 촌에는 화장실도 따로 없다. 호수 주변에 있는 바위 뒤나 수풀로 들어가서 볼일을 해결해야 한다. 비가 내리면 그 오물들이 모두 호수로 흘러 들어가 호수가 오염될 것이다. 카라쿨호수에는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공동화장실이 시급한 것 같다. 
  간단하게 빵과 마유주(여기서는 그냥 ‘차’라고 한다)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이르스꿀네 집을 나섰다. 아뿌뜨세딸과 아뿌네이잘을 한 번씩 꼬옥 안아주었다. 다시 오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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