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천마의 고향, 페르가나와 카라반사리, 타쉬 라밧고태규 교수의 실크로드 문명기행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3.23  13:14:0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CBT(Community Based Tourism) 홈스테이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키르기스스탄은 천산산맥을 경계로 중국의 서쪽에, 파미르고원을 경계로 타지크스탄 북쪽에, 그리고 카자흐스탄 남쪽에 있는 나라다. 옛날에는 흉노와 오손(烏孫), 대완(大宛), 돌궐의 땅이었다. 동쪽 실크로드를 따라 이 지역으로부터 들어온 대표적인 생활풍습 중 하나가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 있었던 보쌈 풍습이다. 중앙아시아에는 이 풍습이 아직도 남아있다. 우리에게는 당나라 때인 751년에 고선지 장군이 아랍군과 전투를 벌인 탈라스와 이지쿨호수가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라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롭고 민주화된 국가로 외국 여행자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경찰국가여서 입출국이 매우 까다로운데 반해, 키르기스스탄만은 입출국이 자유롭고, 한국인은 노비자이다.
  중국 카쉬가르(카스)에서 국제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오쉬에 도착했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의 거점도시답게 오쉬에는 인종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민족들이 섞여 살고 있었다. 바자르도 정신이 하나도 없을 만큼 물건과 사람들로 분주했다. 타쉬 라밧 카라반가리로 가기 위해 택시를 대절하여 중서부 도시 잘랄라바드와 카자르만을 거쳐 이틀 만에 중동부 도시 나린으로 이동했다. 나린 시내를 관통하는 나린강은 동쪽 천산에서 흘러내려 서쪽 하류인 우즈베키스탄 국경에서 시르다리야강으로 이름을 바꾸고 저 멀리 아랄해까지 흘러간다. 나린에 도착하여 CBT(Community Based Tourism)에 홈스테이를 정했다. CBT란 관광지의 현지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숙박업소로, 일종의 민박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관광의 경제적 혜택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숙박 형태다.

천마의 고향, 페르가나 계곡
가을색으로 노랗게 물든 페르가나 계곡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말과 양, 소와 나귀, 노새 등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중국의 왕조들이 왜 그렇게 페르가나 준마를 구하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들의 체격이 중국 신장에서 보았던 말들보다 더 우람하고, 힘이 세게 생겼다. 한무제(재위 기원전 141년 ~ 기원전 87년)가 북방 유목기마민족을 방어하기 위해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천마의 고향이 바로 여기 페르가나 계곡이다. 당시 한나라에서 대완국(大宛國)으로 불렀던 땅이다. 북쪽으로는 오손국(烏孫國)이 있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페르가나 밸리는 우즈베키스탄 코칸드까지 시르다리야강을 따라 수백킬로나 이어진다. 여기가 ‘중앙아시아의 곡식창고’라는 별명이 빈말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높은 산의 부드러운 구릉에 펼쳐져 있는 기름진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먹고 자란 말이기에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국 역사에서는 이런 명마를 한혈마(汗血馬), 한혈보마(汗血寶馬), 대완마(大宛馬: 페르가나 말) 등으로 불렀다. 외교사절로 월지국(月氏國)에 다녀온 장건(張騫, ? ~ 기원전 114년)으로부터 대완국에서 하루에 천 리(약 400km)를 달리는 한혈마라는 명마가 산출된다는 보고를 듣고, 한무제는 이 준마를 얻기 위해 대완에 특사를 파견한다. 400km는 엄청난 과장이고, 실제로 한혈마는 하루에 약 40-50km를 달릴 수 있다. 한나라 사신의 오만한 태도에 대완은 제의를 거절하고, 귀국하는 사신을 습격하여 참살하고, 대완마를 사기 위해 보냈던 보물도 빼앗아버렸다. 한무제는 이에 기원전 104년 이사장군(貳師將軍) 이광리(李廣利)가 지휘하는 원정군을 보내 대완을 정벌하고 마침내 한혈마를 차지하였다. 무제는 한혈마를 얻은 후 감탄하여 「서극천마가」(西極天馬歌)를 짓게 하였으며, 한혈마를 ‘천마(天馬)’라고 칭찬했다. 지금의 중국 간쑤성(甘肅省) 우웨이시(武威市)의 뇌조묘(雷祖廟) 뢰대한묘(雷台漢墓)에서 출토된 청동 ‘마답비연상」(馬踏飛燕像)’은 이 한혈마를 모델로 제작된 것이다. 실크로드가 번성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역대 중국 왕조들이 막대한 비단과 금은보화로 이런 준마를 구하기 위해서 대완국 등 서역과 교역을 했기 때문이다.

타쉬 라밧 카라반사리
나린에서 CBT에 민박을 정하고, 카라반사리가 있는 타쉬 라밧(키르기스어로 ‘돌로 쌓은 성’이란 뜻이다)으로 갔다.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택시를 대절해서 두 시간쯤 달려야 한다. 중국으로 넘어 가는 토루카르트고개(해발 3,752m) 검문소 전방 40km 지점에 있다. 타쉬 라밧까지 가는 도중의 경치가 천하의 절경이다. 너비가 3-4km쯤 되는 드넓은 초원에는 수많은 가축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초원에서는 말을 탄 목동들이 능숙하게 가죽 채찍을 휘두르면서 가축들을 다루고 있었다. 이렇게 인간과 가축 그리고 자연이 평화로운 정경을 연출하는 곳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스위스의 초원들은 너무 세련되어 있어서 이런 자연스러운 맛이 나지 않는다. 왼쪽으로는 눈 덮인 하얀 천산이 줄곧 따라오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전형적인 가을색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초원이다. 

   
▲ 페르가나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 눈 덮인 천산이 보인다.

  카라반사리는 대상들의 숙소를 말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에는 수백 개의 카라반사리가 있었고, 먼 길을 오가는 상인들과 낙타나 말에게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아주 유용한 편의시설이었다. 지금은 실크로드를 따라 수십개만 남아있을 뿐이다. 현지에서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타쉬 라밧은 10세기에 기독교 일파인 네스토리우스파의 수도원으로 지어졌다고도 하고, 15세기에 지어진 석성(石城)이라고도 한다. 현재 유적은 1984년에 구소련이 복원한 것이다. 사방이 산 구릉으로 둘러싸인 타쉬 라밧은 성이라기보다는 작은 수도원처럼 아담해 보였다. 

   
▲ 타쉬 라밧 지붕. 부근에 유르트 민박촌이 보인다.

  석조물에는 여러 종류의 방과 식당, 우물, 심지어는 지하 감옥도 있었다. 천장에는 환풍구와 햇빛이 들어오는 구멍을 만들어서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인들과 함께 오는 낙타나 말들도 그 수에 따라 체류비와 사료비를 냈다는 것이다. 하기야 가축들이 먹는 건초나 곡식 또는 물의 양이 적지 않으니까, 카라반사리 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비용을 요구했을 것이다. 이번 실크로드 여정은 카라반사리를 따라 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주위에는 유르트 민박을 치는 유목민들이 자고가라고 여행객을 부르고 있었다. 카라쿨호수에서처럼 하룻밤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바쁜 일정상 아쉬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학우들 마음속 ‘그림’으로 남은 대동제
2
[보도] 대동제, 이색 프로그램ㆍ부스로 열기 후끈!
3
[보도] 모두가 즐긴 축제, 쓰레기 처리 등 빈틈도
4
[보도] 개교 40주년, “이젠 자신감으로 100년의 도약을”
5
[보도] 함께 뛰며 하나되는 ‘한림 어울림 한마당’
6
[보도] 군 공백기 최소화, 이러닝 학점 취득
7
[보도] 학생·교직원·주민 한마음 산행 “개교 40주년 축하해요”
8
[보도] 다채로운 체험이 있는 박물관으로 오세요~
9
[보도] 빅데이터 시대, 데이터 분석 무상교육부터 자격취득까지
10
[시사] 곳곳에서 ‘히잡시위’, 이란 이슬람 정권 변화 생기나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