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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절에 즐기는 전국 일주, 양구 한반도섬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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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2  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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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반도섬으로 들어가는 나무 다리
   
▲ 2. 제주도에서 온 제주의 랜드마크 돌하르방
   
▲ 3. 백두산의 정기를 담은 작은 백두산과 소나무

올 9월말은 따가운 햇빛에 늦더위가 겹쳐 여름 같은 가을이었다. 가을다운 시원한 바람을 느끼기 위해 양구 한반도섬으로 향했다.

춘천과 양구를 잇는 46번 국도에 올라 30분을 달려 배후령터널을 지났다. 인제터널 개통 전까지 국내 최장 터널이었던 배후령터널은 그 길이가 5km나 된다. 터널 몇 개를 더 지나자 고요한 양구 읍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금강산로를 따라 5분 더 직진하면 드디어 한반도섬 입구에 도착한다.

넓게 펼쳐진 물과 그 위에 떠있는 부들가지, 멀리 보이는 숲 아래로 곧은 선을 이루는 나무 난간.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둘러 싸 내려다보고 있는 산봉우리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설렜다. 원래 이곳은 환경오염으로 생태계 파괴가 심각했던 지역이었단다. 정화를 위해 인공습지를 조성했고, 현재는 이처럼 자연이 복원되어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또 양구는 대한민국의 경도와 위도를 교차시켜 만나는 국토의 정중앙이다. 그래서 한반도섬은 대한민국 중심에 위치한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의미로 ‘소한민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입구에서 이어진 나무 다리는 호수 한 가운데 난 길 같아서, 그 위로 발을 디딜 때 마치 물 위를 걷고 있는 듯하다. 호수 아래 헤엄치는 민물고기와 우거진 갈대를 보며 10분정도 걸으니 어느새 다리의 끝 지점까지 와있다.

출렁다리 위에서 독도와 울릉도를 만나는 것으로 본격적인 ‘소한민국’ 여행이 시작된다. 두 섬을 지나 ‘육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손톱을 치켜세운 강원도의 상징 반달가슴곰 상(像)을 만난다. 한반도섬으로 들어오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강원도와 제주도로 연결된 나무 다리를 건너거나, 반대편에서 짚라인을 타고 경기도로 오는 방법이다. 그 중 강원도로 통하는 길이 주차장도 넓고 나무 다리도 길게 연결되어 있는 공식적인 입구다.

강원도에서 남쪽으로 느긋하게 걷다보면 골짜기처럼 푹 파여진 틈이 보인다. 이것이 한반도의 주요 강줄기를 표현한 것임을 알게 되자 강원도와 경상도가 나누어 보이기 시작했다. 경상북도와 남도의 경계인 가야산에서 뒤로 돌아서니 멀리 돌하르방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제주도와 연결된 나무 다리를 빠른 걸음으로 건넜다. 가까이 가니 제주도에서 가져온 하르방과 돌담, 나무막대 3개가 걸린 정낭까지 있다. 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까지 보니 수년전 친구들과 떠났던 제주도 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 하르방 옆에서 같은 포즈를 하고 찍었던 사진, 정낭에 대해 설명해주던 가이드의 얼굴, 현무암을 들고 신기해하던 친구들의 표정이 눈앞을 스쳤다. 벤치에 앉아 즐거웠던 그 때를 떠올리니 파라호가 마치 제주도 주상절리에서 바라보는 남해처럼 느껴졌다.

제주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하고 다시 육지로 돌아와 지리산에 도착했다. 지리산은 흥미롭게도 돌무더기 위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작은 3개의 통로가 보였다.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를 연결하는 지리산의 특성을 나타낸 것이었다. 산 구조물 하나로 지형 특색까지 살리는 세심함에 감탄했다.

계룡산과 한강을 지나 호수를 서해안처럼 끼고 올라가니 묘향산이 나온다. 드디어 북한이구나, 왠지 낯설지만 벅찼다. 문득 고향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걸음을 무겁게 움직이며 허허한 벌판이라도 꼼꼼히 눈에 담았다. 빨간 열매가 난만하게 열린 애광나무를 스치듯 지나자 기다리던 백두산이 모습을 보였다. 높게 쌓아진 바위 위 웅장한 소나무, 과연 한반도섬의 모든 산들 중 가장 높고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이내 그 기세를 눈앞에서 느낄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언제쯤 진짜 백두산에 오를 수 있을지. 함경도를 따라 내려오는 길은 섭섭했다.

살짝 솟은 태백산맥 언덕에 올라 금강산과 설악산을 따라 내려오며 강원도로 돌아왔다. 정중앙 양구에 검은 점이 콕 찍혀있는 한반도 모양 비석을 마주하는 것으로 2시간 반의 국토 일주를 마쳤다.

저녁이 되자 가을 바람이 조금 더 선선해졌다. 얌전했던 갈대는 춤을 추고 거울 같던 수면은 주름이 졌다. 한반도섬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다말고 저무는 해를 향해 난간에 기대섰다. 따가운 빛을 뿜어내던 해는 저녁빛을 담은 채 수양버들 가지에 매달려있었다. 어둠에 금새 묻히는 노을처럼 겨울 속으로 빠르게 사라질 가을이 벌써 아쉬웠다. 남은 가을은 좀 천천히 저물어주길 산 속으로 숨고 있는 해에 빌었다.

/조아름 (언론·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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