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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의 여유, 강원도립화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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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9  09: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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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목원 내 산림박물관 전경
   
▲  팔각정과 수생식물원의 모습
   
▲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있는 '가족 쉼터'

가을이 잠시 찾아왔다가 물러난 듯한 10월의 한 가을날. 수업이 모두 끝나고 더웠던 강의실을 벗어나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이하러 강원도립화목원으로 향했다. 버스 창문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나의 기분을 더욱 설레게 했다.

버스를 탄 후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에 스르르 눈이 잠길 때 쯤 화목원에 도착했다. 강원도의 색 노랑, 초록, 파랑으로 이뤄진 철제 대문이 나를 반겨주었다. 화목원은 다른 수목원들보다 눈에 띄게 한적했다. 그래서 들어서는 순간 나만의 비밀정원에 들어온 듯 두근거렸다. 초록빛 반비가족의 인사를 받으며 입장한 화목원에서는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이 느껴졌다. 향긋한 국화꽃 내음이 넘실대고 만발한 코스모스 사이사이로 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코스모스 길을 따라가니 저 멀리 고풍스러운 커다란 기와지붕이 보였다. 나뭇가지 사이로 서서히 기와지붕이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내더니 커다란 팔각정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화목정에 다다르니 축축한 공기에 몸이 무거워졌다. 온몸을 짓누르는 습한 공기를 깨고 들리는 시원한 분수소리. 그 맑은 소리에 마음이 뻥 뚫렸다. 화목정 옆에는 둥근 돌다리를 사이로 한반도 지형을 한 수생식물원이 있다. 한반도 지형을 한 번에 바라보고 싶어 정자 위에 오르니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겨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수생식물원 주변을 걷다보니 멀리서 ‘탁, 탁’하며 둔탁한 쇠의 마찰음이 들렸다. 궁금한 마음에 그 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기니 커다란 물레가 돌아가는 방앗간이 나타난다. 물레방아가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주변의 꽃들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누르다보니 어느새 산림박물관이 나타났다.

햇살을 듬뿍 받은 산림박물관은 여느 박물관 못지않게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입구로 들어서니 아름다운 강원도의 비경들이 보였다. 해가 뜨는 동해 추암 촛대바위, 설악산의 울산 바위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울창한 숲에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반달가슴곰은 물론이고 고라니, 멧돼지 등 박제들이 가득했다. 소나무 향과 새소리에 나는 마치 숲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시원한 산림박물관에서 더위를 잊은 채 정신없이 돌아 보고나니 따가운 햇살의 품에 안기기 싫었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고요했던 화목원은 어린 아이들이 소풍을 와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옆 짝꿍과 손을 잡고 길을 걷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푸른 잔디밭 위로 빨간 하트와 ‘LOVE’ 글자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토피어리관이다. 토피어리는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여러 모양으로 다듬은 조형물이다. 빨간 하트 뒤로 거대한 초록 타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타조 옆에는 동물가족들이 어서와 함께 사진을 찍지 않겠냐며 소곤대고 있었지만, 여자 친구가 생기면 꼭 함께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발길을 재촉했다.

걷다보니 길바닥에 오돌토돌한 조약돌들이 빼곡히 박혀있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걸어 발도 서서히 아파왔던 찰나, 나는 이내 신발을 벗고 걷기 시작했다. 신발 속에 꽁꽁 숨어있던 발이 오랜만에 숨통이 트여서 숨을 쉬는 듯 조그만 돌들을 밟을 때 마다 시원했다.

맨발로 걷는 길 그 끝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로 이루어진 쉼터가 나왔다.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카메라를 꺼내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들을 확인해보니 사진 속 풍경들을 찍은 것이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질 만큼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어릴 적,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를 다니며 친해진 사진. 그 아버지의 사진이 좋아서 키워왔던 사진기자의 꿈. 하지만 과제와 대외활동에 치이느라 사진기자의 꿈은 서서히 희미해지고 혼자만의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짧았던 하루들이었다. 잊고 있던 사진기자의 꿈을 다시 한 번 마음에 각인시키며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엄지손가락으로 카메라 버튼만 꾹꾹 누르니 발도 마사지를 받은 듯 노곤해지고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오랜만의 여유가 끝나가는 아쉬운 내 마음을 아는지 젓가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태양을 집은 듯 길쭉길쭉한 메타세콰이어 나무 사이로 태양이 걸렸다.

하지만 땀은 식은 지 오래, 이내 쌀쌀해진 기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이끌고 나온 후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다시 화목원을 돌아봤다. 저 멀리 손을 흔드는 반비가족들이 보였다. 올해가 가기 전 다시 한 번 오겠다고 다짐했다. 내일이 되면 다시 바빴던 일상으로 돌아가 간만에 여유로웠던 화목원에서의 추억이 꿈처럼 느껴질 지도 모른다. 화목원의 아름다웠던 가을 햇살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추억을, 가을 화목원의 정취를 담은 카메라를 꼭 쥐어보았다.

/ 황병민(언론·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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