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현대 무용단 <어린왕자>
15.11.11 / 오후 7시 30분
춘천문화예술회관
어린왕자를 잊고 산 지 꽤 오래됐다. 나와 달리 나이를 먹지 않는 그는, 여전히 사막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다고 믿으며 어슬렁대고 있겠지. 여우에게든 달토끼에게든 말을 붙이며. 기라성 같은 시대의 문인 생텍쥐 베리가 쓴 어린왕자가 다시 기억난 건 국립 현대 무용단의 공연 소식이 들렸을 때다. 동화책으로 읽을 땐 그저 글씨에 불과했던 그것이 고2 때쯤 의미의 자리를 찾았고, 대학교 3학년 때쯤엔 손이 닿기 쉬운 곳에 항상 어린 왕자를 뒀다. 지나간 생각까지 기억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그 이야기는 문학이라 치부하기엔 ‘성장’과 너무나 관련이 깊다. 국립현대무용단이 꾸미는 ‘어린왕자’가 기대되는 건 그런 이유다. 춤추는 무용수의 무대는 영화감독 김지운이 구성했고, 뮤지션 정재일이 음악을 꾸몄다. 다시 어린왕자를 읽을 수 있다는 건 ‘희망’과 같은 말이다.

삼거리수요극장
15. 11. 11 / 오전 11시, 오후 2시
KT&G 상상마당 춘천 사운드 홀
아주 어릴 때의 기억. 일요일 아침 눈을 비비며 TV를 켜면 만화를 볼 수 있었다. 겨울왕국, 뽀로로 같은 건 절대 아니었다. 눈물 쏙 빠지게 무서운 시어머니 때문에 속상했던 며느리가 죽어 꽃이 되었다거나, 꾀 나무꾼이 도깨비에게 잡혀갔다가 홀 어머니와 재회하는 내용이었다. 비주얼은 조금 못났을지라도 전래 동화가 주는 교훈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틀림없다. 비주얼도 나름대로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다. 매 달 새로운 주제와 컨셉으로 선보이는 삼거리 수요극장의 11월 주제가 반갑다. 이 달 상상마당이 선보이는 ‘한국 전래 동화 애니메이션’은 <견우직녀>, <참된우정>, <소가 된 잠꾸러기>. 춘천 일대 상가와 문화 공간 등 배포처에서 초대 교환권을 받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한국 건축 예찬 <땅의 깨달음>
15.11.19 ~ 16.02.06
서울특별시 용산구 리움(Leeum)
‘건축’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꽤 무겁게 울린다. 미니멀한 건축 디자인에서부터 고풍스러운 옛 가옥이 하나의 축으로 이어지는 어떤 흐름이 큰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리움이 개관 이후 처음으로 한국 건축에 대한 전시를 진행한다. 주명덕, 배병우, 구본창 등 중견, 원로 사진작가 6명이 찍은 한국의 사찰과 궁궐, 민가를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종교관과 정신세계가 투영된 해인사와 불국사, 통도사 등 주요 사찰과 조선 시대의 유교문화를 보여주는 종묘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카메라 앵글이 잡아낸 우아한 그 멋을 감상하고 난 후 데미안 허스트, 아니쉬 카푸어는 물론 국내 단색화 작가의 작품들까지 돌아볼 수 있는 리움의 현대예술 컬렉션에서도 오랜 시간 머물러 볼 것을 권한다.

/ 박민정 언론·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