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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두더쥐들이여!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라『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마르코스 | 박정훈 | 다빈치 | 2001년 04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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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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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가 생산해낸 폭력적인 영상물과 게임을 통해 어린이들이 세상을 배우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시대에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민주주의와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남미 현대문학의 위대한 전통 속에서 세계를 보는 눈을 틔웠고,「돈키호테」와「햄릿」으로 ‘정캄를 배웠다고 밝힌 마르코스는 마야인들의 우화와 민담의 형식으로 그와 그가 소속되어 있는 사파티스타 반군의 주장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안토니오 할아버지라는 가공의 인물의 입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과카마야새는 서로 다른 이 세상의 온갖 색깔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유지하기 위해 다양하고 화려한 색을 입고 있다. 그것은 ‘색깔들이 다채롭다는 것’과 ‘생각들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책 속에서 서로의 다름과 다양함을 인정하고 있는 신들은 언제나 모여서 의논을 한다. 그들 중에는 왕도 없고 독선도 없다. 서로 논의를 하고, 의견이 틀려 다투기도 하며, 서로 합의를 하여 세상을 만들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신들의 모습은 이 세상의 원초적인 모습이 자신들과 같은 ‘평등’이며 인간세계의 지배관계는 진실하지 못한 왜곡된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들이 세계를 만들어 가는 모습 또한 여러 가지를 말하고 있다. ‘홀로 남겨진’신들은 매우 슬퍼하고 두려워한다. 이것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관계를 말한다. 이들은 꿈을 꾸며 세상에 빛을 주는 불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영원히 하늘에 올려놓기 위해 이곳에서의 삶을 희생한다. 신들과 사람들을 위해 하늘의 해가 되기로 결심한 신은 ‘하늘에서 살기 위하여 땅에서 죽는다.’ 또한 이 모든 것이 신들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밤하늘의 별을 만들 때, 별이 되기 위해 자원한 세상의 사람들은 모두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됐다. 신들이 그 결과를 살피지 못하고 지쳐 잠이 들었을 때 모두가 별이 돼 너무 밝아져 밤낮이 없어진 세상에서 별이 된 박쥐 남녀들은 ‘누군가가 빛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는 스스로 자기 빛을 꺼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스스로의 빛을 꺼트리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만들어 낸다. 그들은 신들에게만 모든 것을 맡겨두지 않고 신들이 없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 진실한 평등함과 거리가 있는 부당한 권력에 대해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사자를 통해 말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한 사자는 주위의 동물들을 ‘먹이’로서 바라본다. 그렇게 바라보는 사자의 눈 속에 비친 자신을 보고 스스로를 ‘먹이’로 생각하게 된 동물들은 사자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잡아먹히게 된다. 그러나 두더쥐만은 예외이다. 땅속으로 다니느라 앞을 보지 못하는 두더쥐는 사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더쥐는 사자에게 저항한다.

  옛부터 내려오는 설화나 우화 같은 이야기들은 늘 교훈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부지런한 거북이는 토끼에게 승리하고 게으른 베짱이가 겨울에 굶주릴 때, 흥부와 심청은 그들의 착하고 부지런함, 자신을 희생할 만큼의 효도에 대해 보답을 받고 있다. 그렇게 우리들은 어린 시절부터 보고 들어온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세상을 살아갈 때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인생의 모습들을 배우며 자라왔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마땅히 실천해야 할 ‘민주주의’라는 것을 배웠던 기억이 있는가? 거북이와 개미의 근면함과 흥부의 착한 마음씨, 심청이의 효행과 춘향이의 정절을 배웠지만 우리가 듣고 보아온 옛 이야기들 속에 민주주의의 이유와 당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콩쥐와 신데렐라의 백마탄 왕자에 대한 동경과 용궁에 간 토끼의 사기성이 이 세상에서 마땅히 해야만 하는 우리 삶의 당위인지 걱정스럽다. 물론 근면함과 착함은 언제나 강조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흥부와 심청이가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신비한 요행이 아니다. 신들이 돌보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희생하여 다른 별들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다. 사자가 보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통해 세상을 보는, 그래서 사자에게 저항할 수 있는 두더쥐의 모습이다. 조선시대의 정의에 충실한 흥부와 심청이는 현실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 매품을 팔러 다니고, 인당수에 몸을 던지며 사자가 보는 시선에 충실하게 행동했을 따름이다. 변사또라는 사자에게 저항했던 춘향이를 구원하는 것은 이몽룡이라는 더 큰 사자였다. 우리 고유의 이야기들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책 자체로서 말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땅히 해야 할 가캄로서 ‘민주주의’와 그것을 위한 ‘투쟁’에 대해서…. 그리고 너무나도 풍부하고 아름다운 비유를 통해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복잡하고 이론적인 혁명의 당위가 아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저항의 당위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사자에 맞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멕시코 두더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같은 사자와 맞서 싸우고 있는 전 세계의 두더쥐들의 이야기이며 한국의 두더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두더쥐들이 원하는‘민주주의의 실현과 전진을 계속해서 이뤄야 하는 시대의 우화’로서 이 우화들은 그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 학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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