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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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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9  12: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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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 고흐의 그림은 ‘무엇을’ 보다 ‘어떻게’ 그린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성공적으로 사로잡은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1은 고흐의 작품,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이며 2는 사이프러스 나무의 실제 사진입니다.

 

 

 

 

 

 

 

   
 

 

   
▲ 늦깎이 화가, 조영남은 ‘어떻게’보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와 관련해, 그림 소재로 화투를 택함으로써 일거에 미술계 안팎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진은 화투와 관련된 그의 여러 작품 가운데 하나. 그림 소재 선택에서도 그렇지만 그의 작품들을 둘러 보노라면 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버금가는 이 시대의 천재 르네상스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2016년 한국 TV는 온통 먹방과 음악 경연 프로

그림과 전시회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실종 아쉬워

지난주에는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모마,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당초 예고했던 대로 서양 미술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먼저 거센 비평에 시달렸던 작품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우선 화가라는 직업에 대해 화두를 풀어볼까 합니다. 이는 화가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마련돼야 화가의 그림과 그의 작품 세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TV 화면을 온통 뒤덮다시피 하는 소재로는 요리와 함께 단연 대중음악이 꼽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KBS2의 ‘불후의 명곡’을 비롯해 MBC의 ‘복면가왕’, SBS의 ‘K팝스타’, JTBC의 ‘슈가맨’ Mnet의 ‘프로듀스 101’,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이루 셀 수조차 없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와 ‘슈퍼스타 K’같이 이미 종영한 프로그램들까지 거론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테고요.

  반면, 그림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21세기 한류 진원지의 잔인한 현주소입니다. 이와 관련해 KBS1에서는 'TV 미술관'이란 프로그램을 2009년 4월부터 4년간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편성 시간대는 목요일 밤 12시 40분이었죠. 마찬가지로 지금은 종영한 KBS2의 ‘재미있는 TV 미술관’도 화요일 오후 4시 40분에 편성돼 대중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금은 MBC에서 ‘문화사색’을 방영하고 있지만, 화요일 오후 1시 20분으로 배정돼 있어 여전히 황금 시간대를 벗어나 있습니다. 더군다나 ‘문화사색’은 그림과 함께 무대 공연과 책 등 문화의 전반적인 이슈들을 다루고 있기에 그림만을 소개하는 전문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가입한 IPTV를 통해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BBC의 그림 소개 프로그램들을 조우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1990년대 중반에 밥 아저씨란 별명으로 풍경화를 쉽게 그리며 국내에도 미술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이가 생각납니다. 본명은 밥 로스였지만 밥 아저씨로 친근하게 불린 그는 EBS가 미국 PBS의 ‘The Joy of Painting(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이란 프로그램을 수입해 ‘그림을 그립시다’로 방영하며 풍경화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느덧 20여 년 전 이야기가 되고 말았죠.

  그렇다고 우리 주변에 밥 아저씨와 같이 그림 잘 그리는 이들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얼마 전 ‘마이리틀텔레비전’에 나왔던 ‘걸스데이’의 유라는 수준급의 그림 실력을 선보인 바 있으며 영화배우 김혜수는 전문가나 다름없는 서양화를 꾸준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참, 톱스타 배우였던 심은하는 그림에 정진하기 위해 아예 배우를 그만두고 전업 동양화 작가로 나섰지요. 연예인이자 화가인 조영남은 애초 서울대 회화과를 가고자 했지만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서울대 성악과에 진학했던 비운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반대로, 그의 절친한 친구인 작곡가 김민기는 오히려 서울대 회화과에 진학해서 결국 작곡가로 대성했습니다. 여기에 에피소드 한 개 더. 필자 역시 중학교 때 잠깐 미술 학원에 다닌 전력을 토대로 종종 인물화를 스케치해오다 제 연구실에 이젤을 가져다 놓고 그림을 그린 적도 있지요. 물론, 이 역시 10여 년 전의 얘기입니다.

  각설하고 이렇듯 우리 주변에 다양하게 포진해 있는 화가와 화가 지망생들은 각자의 개성과 가치관, 기호와 취미에 따라 각양각색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구상의 모든 화가들은 단 두 가지의 유형으로 이원화해 분류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천착하는 화가와 함께 어떻게 그릴 것이냐에 골몰하는 화가의 두 부류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은 화투를 그리는 화가로 유명합니다.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오락물로 도박판을 연상시키는 까닭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화투를 예술 소재로 다룸으로써 오히려 10년에 걸쳐 쌓아야 할 명성을 쉽게 거머쥔 경우에 속합니다. 물론 그의 그림 실력은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노래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를 열어왔기 때문입니다. 워낙 머리가 좋은 그이기에 뒤늦게 화가로 출발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그리는가보다 무엇을 그리는가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결국 매스컴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

  한편, 무엇을 그리는가와 함께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의 화두 또한 화가 일생의 고민입니다. 지난 학기에는 유럽에 소개된 자포니즘에 대해 소개를 한 적이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 과감한 구도에 인상파 화가들이 열광하며 일본의 풍속화인 우키요에를 베껴 그렸던 이야기였지요. 우키요에의 풍속화가는 물론,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들 역시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어떻게 그리는가에 자신들의 열정을 쏟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에서 독특한 붓질로 사이프러스 나무와 해바라기, 밤하늘의 달과 별을 그린 고흐는 일본인들을 비롯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이들이지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도 프랑스 남부의 사이프러스 나무 앞에서 고흐의 행적을 추적하는 그의 기행문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림 그리기에 있어 ‘무엇을’과 ‘어떻게’를 동시에 잡은 화가도 있네요. 하늘 위에 천사를 그린 샤걀입니다. 붓질과 색감이 독특한 데다 소재도 환상적이니 그의 경우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지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을 그린 것’에 관한 그림인가요? 아니면 ‘어떻게 그린 것’에 관한 그림인가요? 또는 둘 다 지니고 있는 그림인가요? 

  그럼,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그렸기에 세간의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또 어떻게 그렸기에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던 작품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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