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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의 발견,『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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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9  12: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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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대기 속 산소 농도가 높아지던 13억 년 전 원생누대(Proterozoic eon)의 시기. 지구의 남반구 방향으로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36배 및 29배에 달하는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를 향해 탐욕스럽게 회전하며 다가가다가 상상하기 힘든 거대한 충돌을 일으키며 하나로 합쳐진다. 대충돌 속에서 태양 질량의 62배가 되는 초대형 블랙홀이 탄생하는 와중에서, 사라진 질량(태양 질량의 3배)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시공간을 뒤트는 중력파로 변해 온 우주로 퍼져나간다. 빛의 속도로 13억년의 시간을 내달린 중력파가 거쳐간 곳 중 하나는 평범한 한 은하의 변방에 위치한 작은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 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무장한 과학자들이 건설해 놓은 4 킬로미터 길이의 L자형 중력파 간섭계를 양성자 크기의 만 분의 일 정도로 뒤틀어 놓은 중력파의 흔적이 간섭계의 간섭 무늬에 희미한 파형을 만든다. 일반상대성이론이 100년 전 예측했던 중력파가 인류에게 최초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인류사적 발견이라고 일컬어지는 2015년 9월14일 중력파의 발견은 2016년 2월11일 공식적인 언론 발표 이후 전세계 매스컴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고 많은 이들에게 중력파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시점에서 『중력파-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오정근 지음, 동아시아 출판사)은 중력파에 대한 최초의 과학교양서이자 대중적인 안내서로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이 책은 지난 반 세기 동안 중력파의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온 과학자들의 분투와 치열한 논쟁, 그리고 이번에 중력파 발견의 쾌거를 이룬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연구팀의 관측 성공에까지 이른 여정을 상세히 담고 있다. 특히 라이고 과학협력단의 일원으로 중력파 검출 과정에 직접 참여한 현장 과학자가 저술한 책으로써 최초 검출에서부터 수개월에 걸친 데이터의 검증, 공식 발표에 이르는 급박한 상황을 생생히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오정근 박사는 이번 발표가 단순히 100년 전 아인슈타인의 예측을 확인한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천문학은 다양한 전자기파의 영역을 탐색함으로써 우주의 많은 비밀을 밝혀냈지만 블랙홀이나 초기 우주처럼 전자기파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연구만을 수행할 수 있었다. 반면에 중력파는 초기 우주나 블랙홀처럼 시공간을 뒤트는 다양한 현상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한 채 우주 내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들과의 상호작용 없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중력파의 발견은 우주를 바라보는 또 다른 새로운 창을 제시해줄 것이며, 향후 인류는 이 중력파를 새로운 관측의 도구로 이용하는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천문학이 탄생할 것”이라 믿고 있다. 즉, 중력파 천문학이 시작됨으로써 이제 인류는 우주를 바라볼 수 있는 두 눈을 온전히 가지게 된 것이다. 

"중력파 천문학이
시작됨으로써
이제 인류는
우주를 바라볼 수 있는
두 눈을
온전히 가지게 된 것"

  우연의 일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라는 SF 영화가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대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웜홀과 블랙홀, 시공간의 뒤틀림과 시간 지연 등 상대성이론의 다양한 요소가 영화 곳곳에 튀어나오는 이 영화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그렇지만 인터스텔라가 그 이전에 개봉했던 영화 ‘그래비티’와 더불어 물리학, 특히 중력과 상대성이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고문을 맡았고 작년 5월 한국을 찾아 인터스텔라 속의 물리학에 대해 강연을 해 화제를 모았던 킵 손 교수가 바로 라이고에 채택된 레이저 간섭계의 개념을 수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런 면에서 [중력파-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과 더불어 인터스텔라 속 물리학을 알기 쉽게 소개한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쉽고 재미있는 우주론 강의](이종필 지음, 동아시아) 및 [인터스텔라의 과학](킵 손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태양의 거대한 중력장으로 인해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꺾어지는 별빛을 최초로 측정한 천문학자 에딩턴의 관측 결과가 1919년 11월 전세계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일반상대성이론의 성공을 선포한 이래, 이번 중력파의 발견으로 상대성이론이 다시 한 번 100여년 만에 전 세계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그야말로 상대성이론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 한림대학교에서 의미 있는 두 꼭지의 강연이 5월에 개최된다. 5월 12일(목) 오후 5시, ‘인터스텔라의 물리학’이라는 주제로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이창환 교수의 강연이 개최된다. 작년도 한국물리학회에서 동일한 주제로 대중강연을 했던 이창환 교수는 인터스텔라에 담겨 있는 다양한 물리학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5월23일(월) 오후 5시에는 [중력파-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의 저자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오정근 박사가 한림대를 방문해서 이번 중력파의 발견 과정과 의미, 향후 전망에 대해 강연을 할 예정이다. 한림대 교정에서 펼쳐질 상대성이론을 주제로 한 과학의 향연에 한림인들을 초대한다.

 

중력파 발견과 관련한 더 상세한 내용은 라이고 공식 홈페이지(ligo.caltech.edu)를, 그리고 중력파 검출 원리에 대해서는 사이언스온 ‘윤복원의 물리상식마당(scienceon.hani.co.kr)’을 참조하면 좋다.

/고재현(응용광물리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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