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학생들은 지난 10년 동안 ‘방송뉴스입문’ 과목 수강 중 실습으로 매년 5월에 열리는 세계 3대 마임축제의 하나인 춘천마임축제 현장을 직접 촬영, 인터뷰, 취재 등을 하여 뉴스리포트를 제작해왔다. 그리고 완제품을 강원방송에 납품해 축제기간에 전파를 타도록 했다. 마임뉴스 외에도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학업과 동호회활동 등을 하면서 느끼는 문제와 애로사항 등 대학생활의 전모를 뉴스로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고, 춘천시내의 교통, 환경, 안전, 관광 등 각종 도시문제를 직접 취재, 보도하여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학생들로서는 방송뉴스 제작에 관한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을 직접 리포트로 만들어 방송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평소 어렵게만 생각하던 방송업무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방송기자, 작가, PD, 카메라기자 등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방송사에서도 방송의 수요자인 학생들이 신선한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제작한 작품이 송출되는 것은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을 구현해줄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상호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2년 전 강원방송을 CJ가 인수한 다음부터는 춘천지역 시민들은 이런 지역 관련 프로그램을 예전과 같이 많이 볼 수 없게 됐다. 종전에는 방송 프로그램 중 많은 부분이 춘천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크고 작은 뉴스와 정보 등으로 채워졌는데, 대기업인 CJ가 방송국을 인수한 다음부터는 서울본사의 편성지침에 따라 송출을 하다 보니 강원방송에서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별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방송국은 수익성에 치중하다보니 흥미 위주의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선호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지역소식은 들어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요즘 CJ보다 더 큰 재벌기업인 SK가 강원방송을 인수합병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인수합병에 관한 주주총회까지 마쳤으며 4월 중에 본격적으로 인수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방송은 공공성, 다양성, 지역성 등을 반영하여야 하고 공익증진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전제하에 사업승인을 내준다고 말은 하지만 이게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관계자는 ‘SK가 CJ를 인수합병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방송시장에 영향력이 크게 미칠 것이란 의미일 것이다.

거대 통신기업이 방송을 인수하는 데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우려가 한낮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춘천시민들도 내 고장, 내 마을 소식이 지역사회 방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양영철 (언론방송융합미디어ㆍ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