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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43세로 요절한 미국의 액션 페인팅 천재 화가, 잭슨 폴록 카오스 이론 응용한 으로 추상 표현주의란 장르 개척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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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2  1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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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슨 폴록의 1948년 작 No. 1A. 작품 크기가 가로 2.6미터, 세로 1.7미터에 이르는 거대 작품으로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 모마에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카오스 이론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의 한국 사회에 돌연히 소개돼 상당한 돌풍을 일으키며 화제가 된 이론이었습니다. 카오스 이론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데에는 당시 개봉돼 전 세계적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쥬라기 공원 1’의 도움이 컸습니다.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 분) 박사가 여주인공인 엘리 새들러 박사(로라 던 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코스타리카 서해안의 한 섬에 세워진 테마파크 쥬라기 공원으로 이동하면서 그녀의 손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카오스 이론을 설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손등에 떨어진 물방울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물방울은 수많은 변인의 영향으로 결국 정해진 길을 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으로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질서와 규칙성을 지니는 현상을 설명하는 카오스이론은 기실, 1900년대 초에 물리학계에 등장한 오래된 이론입니다. 비록, 쥬라기 공원을 통해 한국에는 1990년대에야 소개됐지만, 그 나이는 벌써 100살을 훌쩍 넘긴 것이지요. 이후, 1960년대에 미국의 기상학자가 기상 모델을 연구하면서 나비효과를 발표하자 카오스이론은 다시 한 번 세간의 조명을 받게 됩니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카오스 이론이란 ‘혼돈 속의 질서’를 의미합니다. 그런 카오스 이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예로는 증권 시장의 주식 가격 변화에서부터 나뭇잎의 낙하 운동, 회오리바람, 태풍이나 지진의 메커니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아, 변덕스러운 이성 친구의 애정 기상도도 카오스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어쨌거나 영화 쥬라기 공원의 바람을 타고 달아오르기 시작한 카오스 이론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이 얼마나 거셌던지, 대우전자에서는 카오스 이론을 응용한 ‘카오스 세탁기’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세탁기의 밑바닥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수백만 개의 물방울을 이용해 세탁물의 구석구석 찌든 때까지 모두 깨끗이 빨아주는 세탁기라는 것이었죠. 카오스 이론에 따라 물방울들이 무질서한 듯 규칙성 있게 빨래를 빨아준다는 설명을 곁들여서요. 물론, 카오스 열풍을 틈타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한 대기업의 상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호에서는 어째서 이렇듯 카오스 이론에 대해 먼저 길게 설명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이번에 소개할 작품이 카오스 이론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20세기 서양 미술사상 피카소의 추상화와 함께 가장 큰 논란을 빚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시발점이기도 하고요.

1912년에 태어나 44살의 나이로 요절한 잭슨 폴록은 미국 태생의 화가입니다.

추상 표현주의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인물이었죠. 로스앤젤레스의 미술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는 형이상학적이고 초자연적인 정신성을 추구하는 신지학 협회를 알게 되면서 신지학의 개념들을 자신의 작품 속에 끌어들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멕시코의 벽화 화가인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를 통해 페인트를 붓고 떨어뜨리는 것도 예술적인 기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작품 위에 에나멜 페인트와 래커, 모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터득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알코올 중독 및 우울증으로 심신이 심각할 정도의 손상을 입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한때 정신병원에도 입원한 적이 있는 그의 작품들은 자신의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점점 추상적으로 변해갑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파블로 피카소와 후안 미로의 추상화들은 그의 작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하여 그이 나이 31살인 1943년에 내놓은 <벽화>에서는 화면 구상을 아예 포기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초현실주의 세계로 접어듭니다. 이후, 자신의 집 헛간을 개조해 작업실로 꾸미고 그곳에서 20세기에 가장 논란이 된 작품들을 연이어 제작합니다.

<no.1>이라는 작품은 그렇게 탄생한 최초의 드리핑 회화입니다. ‘드리핑’이란 영어 ‘dripping’을 의미하는 단어로 ‘떨어뜨림’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잭슨 폴록은 헛간 천장에 실을 늘어뜨린 후 밑바닥에 조그마한 구멍이 나 있는 페인트 통을 매달아, 대형 캔버스 위에서 페인트 통을 흔들어가며 그림을 그립니다. 이제 그림은 화가의 손과 붓에서 떠나 줄에 매달린 페인트 통에서 완성되죠.

피카소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도 그랬지만, 잭슨 폴록의 <no.1>을 비롯한 추상 표현주의 작품들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 미술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킵니다. 무엇보다 화가의 손끝에서 붓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 아니기에 도저히 미술품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였죠.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폴록은 오히려 캔버스 위에 올라가 물감을 끼얹고 쏟아붓기까지 하면서 급기야는 몸 전체로 그림을 그리기에 이릅니다. 이른바 ‘액션 페인팅’이라는 신개념 미술의 탄생이었죠.

물론, 초창기의 작품들을 비롯한 폴록의 모든 작품들은 우연의 효과를 발생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물감의 사용과 번지고 퍼지는 범위, 그리고 전체의 흐름과 윤곽을 통제하는 카오스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법칙과 원리가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묘한 통일감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가 드리핑 회화를 선보이기 위해 페인트 통을 흔드는 방식은 자신만의 법칙에 따라 신중하게 행해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스트셀러 <과학콘서트>의 저자, 정재승은 잭슨 폴록의 작품들이 카오스 이론을 완벽히 구현한 예라고 소개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제멋대로 페인트를 뿌려놓은 것 같지만, 그 속에 아름다운 카오스적 질서가 숨어있다는 이유에서죠.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비평가들의 평가는 제쳐두고 편견 없는 시각으로 바라볼 때, 이 작품은 아름다운 회화인가요? 그럼, 다음 시간에는 20세기 서양 미술계를 뒤흔든 또 하나의 문제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심훈(언론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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