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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엔 스펙 한줄, 나에겐 독약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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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1  13: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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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라면 한 번 쯤 외부활동 혹은 대외활동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외부활동을 시작한 것은 고1이었다. 일주일 중 8일을 학원에 있을 정도로 나에게 고교 시절은 학교, 학원, 집 세 곳을 쳇바퀴 도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중 친구의 권유로 영등포에 있는 한 기관을 찾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곳 활동이 입시 강의 혹은 ‘스펙’만을 위한 일시적 모임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성격이 매우 내성적이었던 나에게 외부활동이란 부담만 되는 공간이라고 느껴졌지만 친구의 입장을 무시 할 수 없었던 나는 하루하루 적응하기 바빴고 그룹 내에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을 보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고, 그 모임에서는 존재감도 없었다.

단순히 ‘스펙’만을 쌓기 위해 그곳에서 2년을 버텼다고 하기엔 그동안 참여했던 많은 시간들이 너무나 아까웠고 점점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밀려오는 회의감 한편으로 활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상기했다. 그리고 나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를 옥죄이던 ‘스펙’을 버리고나니 모임은 외부활동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사회로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점점 새로운 사회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외부활동이 더 이상 스펙 한 줄이 아닌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 요즘같이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부분은 ‘스펙’을 쌓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 현상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새로운 모임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스펙’만을 바라보고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서류심사와 면접에서 통과한다 하더라도 길게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습기간이 필요한데 그 기간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하차하기 때문이다.

1등만이 살아남는 사회에서 우리들은 기성세대보다 더 큰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압박감에 못 이겨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심정을 물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남들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독특하게, 남들보다 대단하게, 어느 순간 우리는 ‘남들보다’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상상도 못할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갓 우물에서 나온 개구리가 처음 본 세상을 보고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 아마 엄청난 압박감에 금방 죽고 말 것이다. 사람도 같다. 모든 모임이 자신의 입맛에 맞을 수는 없다. 그보단 자신을 모임의 구색에 맞추기 위해 희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남들과는 다른 대단한 스펙’, 그것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일까? 브레이크 없는 현대 사회에서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그것을 멈추기란 쉽지 않다. 더 깊은 늪에 빠지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언제든지 제동 가능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 이준영( 컴퓨터공학ㆍ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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