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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임금체불과 올림픽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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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1  13: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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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막 쉰 살을 넘긴 김종철 씨는 덤프트럭 기사로 지난해 말까지도 평창올림픽 때 사용할 가리왕산스키장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2억5천만 원짜리 덤프트럭은 ‘캐피털’로 불리는 금융사를 통해 구입했다. 매달 3백만 원씩 갚되, 연속 3달이 밀리면 압류해 가는 가혹한 조건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일감이 떨어지지 않아 제때 할부금도 갚고 생활도 좀 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약자에게는 희망도 잠깐 머물다 만다. 지난 가을부터 벌써 10개월째 임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 씨가 빚을 내 3백만 원씩 할부금을 갚다 지치자 금융사는 기다렸다는 듯 트럭을 압류해 갔다.

오남식 씨의 대학생 아들은 올봄 아버지와 상의 없이 휴학을 했다. 어차피 가야 할 군대를 이참에 해결하고 임금체불에 실업 상태인 아버지의 어려움도 덜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군대는 만원사례였다. 그는 지금 가족을 위해 부지런히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

어느 집은 아이 학원을 끊고, 누구는 전세를 줄여나가고, 이혼한 젊은 아빠는 아이를 시골 부모에게 보냈다. 스포츠로 인류의 평화와 화해에 기여한다는 올림픽이 평창에 오더니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임금체불 회사들의 태도는 뻔뻔함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한 건설회사는 임금체불 해소를 전제로 강원도로부터 25억 원을 받았으나 10개월째 “다음 달에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사는 “투자금을 유치하면 주겠다”면서도 “그러나 당신들이 농성 시위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안 한다”고 되레 호통을 친다.

평창올림픽 관련 공사는 정부와 강원도가 100% 사업비를 댄다. 공사대금은 국민 세금으로 제때 지급한다. 그런데도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수직구조에서 한 곳이라도 자금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저가 수주는 일상화돼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영세한 업체들이다. 늘 쪼들리다 공사비가 나오면 회사 배를 채우는 일이 우선이다.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사업은 발주기관이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서울시가 이를 활용해 임금체불을 예방하고 있다. 강원도로서도 도입할 법한데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체불임금만 쌓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ㆍ인권ㆍ환경ㆍ노동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올림픽어젠다2020’을 발표한 바 있다. 평창올림픽 사업장에서 일어난 임금체불은 이 규약을 위배한 대표적인 사례다. IOC는 이미 국제노동단체를 통해 평창의 체불과 산재 사고 등을 알고 있으며 곧 조사에 나설 태세다.

014년 소치는 노동자 사망과 동성애 불법화 등의 문제가 불거져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반면, 2012년 런던은 올림픽조직위와 런던시, 노동조합, NGO 등이 참여하는 협치를 통해 큰 잡음 없이 올림픽을 치렀다. 평창의 상상력은 ‘비욘드 런던’을 넘어서야 한다.


 / 고광헌 (언론방송융합미디어·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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