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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하게 분노하라 - 왜 세계의 절반은 배부른가 -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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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10  14: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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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이라는 책에서 인류가 겪어온 세 가지 혁명을 말한다. 혁명을 거치면서 인류의 생산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기아와 빈곤에 대한 논의는 우리에게서 멀어진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지상의 과제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국가적으로도 비만을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굶어죽고 있으며 아마 가까운 미래에도 이런 모습에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 국제연합의 식량농업기구는 ‘2013 세계 식량불안 상황’을 통해 전 세계 기아 인구는 8억 4200만 명으로 세계 총 인구의 12%에 이르며 8명 당 1명꼴이라고 보고했다. 2015년 유엔세계식량계획에서 발표한 기아현황에 따르면 가장 많은 기아 인구가 있는 대륙은 아시아이고 기아 인구 비율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높게 보이고 있다. 또 남미에서도 8명 중 1명이 매일 밤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고 있으며 아시아 태평양 연안에서는 28%의 사람들이 잦은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세계가 지구촌이라고 불릴 만큼 가까워지고 모두가 연결돼있는 지금 같은 시대에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우리는 어떻게 이를 해결할 수 있으며 과연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까?

세계적 기아문제의 최고 전문가이자 유엔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실천하는 사회학자로서 대규모 기아의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기아는 그 형식적인 원인에 따라 크게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로 구분된다. 경제적 기아는 바깥 상황이 기아의 원인인 것으로써 가뭄, 사막화,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 등이 주된 요인이다. 반면 구조적 기아는 바깥 상황과는 별개로 국가 내부적 요인들에 의해 기아가 발생하는 것으로 생산력 저조, 여러 기반의 미정비, 극도의 빈곤 등이 주된 요인이다. 기아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원인들 역시 다양하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조치가 무색해지고 있으며 구호조직의 활동상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서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시대정신인 자본주의가 가진 여러 가지 폐해, 기아를 겪고 있는 나라에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거 식민지 정책들과 세계적 불평등을 부추기는 금융과두제 등이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기아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저자는 다섯 가지로 결론을 내고 있다. 지원의 효율화, 실질적 개혁의 필요성, 기반 정비, 시장원리주의의 폐해,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기아에 대해 막연하게 동정심만을 가지고 접근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올바른 방법을 연구해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학자이면서 동시에 실천가인 저자가 쓴 글로 학문적으로나 실천적인 면에서 모두 우수하다. 저자가 실제로 겪은 예시를 들어서 설명했고 대화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한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 중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저자가 제시한 해결방안은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양심에만 호소한다는 점이다. 사실 개인을 움직이는 것은 경제적 이익을 포함한 넓은 범주의 이익으로써, 이익과 불이익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다음은 개념의 정립 문제이다. 우리는 기아와 능동적 개혁, 인프라, 시장원리주의, 인간성 등에 대한 개념을 전부 다르게 가지고 있으며 각자 다른 온도차를 느낀다. 이를 새롭게 정의하고 통일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아의 여러 원인들을 제시하지만 그들의 정치상황이나 민족, 종교 등에 대해서는 왜 그러한 갈등이 벌어졌는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말은 없다.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표면적인 접근이 이루어진 것 같았고 저자의 생각과 반대되는 자본주의적 입장이나 여러 경제에 관한 원칙적 설명이 없어서 아쉽다. 이 책의 제목이 의문형인 것은 화제를 던짐으로써 답을 묻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의지가 있는 지를 묻는 것이다. 기아는 이제 우리 모두에게 자극을 주지 못하는 평범한 일이 돼버렸다. 흑인해방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은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 동안 스테판 에셀이 쓴 「분노하라」가 떠올랐다. 그는 책에서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로서 생각할 수 있으며 분노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생각하고 분노하는 존재만이 살아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는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관심과 저항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또 사회제도를 만들 때 우리는 윤리, 정의, 지속가능한 균형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분노하라’는 말은 사회정의와 공공선의 실현을 위한 정당한 분개,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저항정신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그 절실함을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어휘인 것이다. 실천하는 사회학자인 장 지글러는 책을 통해 당신에게 진실과 현실을 알려줄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그 후에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선택은 언제나 그렇듯 당신의 몫이다.

/ 박준태(철학ㆍ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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