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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목상대(刮目相對),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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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24  12: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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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사성어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뜻의 괄목상대(刮目相對)다. 독서하는 습관을 통해 뛰어난 학식을 갖출 수 있었던 여몽의 사례를 통해 독서의 중요성을 깨우치길 바란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형서점의 입구에 들어서면 그 한쪽 벽면에 커다랗게 금빛 활자로 새겨진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파주 출판도시 입구에도 이 말이 똑같이 새겨져 있다. 사람이 책을 만드는 것은 분명한데, 책이 정말 사람을 만드는가. 책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진수(陳壽)가 쓴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오(吳)나라 장수 여몽(呂蒙)이 그 좋은 예이다.

여몽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10대의 나이에 매형인 등당(鄧當)을 따라 산월(山越) 토벌에 나섰는데, 당시 등당의 상관이었던 손책(孫策)에게 발탁됐다. 등당이 죽은 후 그의 직무를 물려받아 별부사마(別部司馬)에 임명됐고, 200년 손책이 죽은 뒤에는 그의 아우인 손권(孫權)을 보좌해 위(魏)나라ㆍ촉(蜀)나라와의 전쟁에서 여러 차례 전공을 세웠다. 215년에는 위나라 합비(合肥)를 공격하던 손권이 위나라 장수 장료(張遼)의 기습을 받아 위기에 빠지자 그를 구했고, 217년에는 도독(都督)이 돼 오나라에 쳐들어온 조조(曹操)의 대군을 물리쳤다. 그리고 마침내 무관(武官)으로는 최고의 자리인 대도독(大都督)에까지 올랐다.

여몽의 일생을 보면 오로지 무공(武功)으로만 가장 낮은 자리에서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오나라 황제였던 손권은 그를 무척 아꼈으나, 그가 학문과 지략의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한번은 손권이 여몽과 장흠(蔣欽)을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그대들은 이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으니, 앞으로는 글을 많이 읽어 학문을 익히는 것이 좋겠소.” 그러자 여몽이 대답했다. “저는 글을 모르고, 또 군대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 글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댄 것이다.

이에 손권은 물러서지 않고 따끔하게 훈계했다. “나는 그대더러 경학박사가 되라는 것이 아니고 그저 옛사람이 남긴 글들을 많이 읽어두라는 것이오. 또 그대가 일이 많다고 하지만 나만큼이야 바쁘겠소? 공자는 ‘하루 종일 생각해도 유익함이 없으니 이는 책을 읽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고, 한(漢)나라 광무제(光武帝)는 전쟁 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으며〔手不釋卷〕 위나라 조조도 배우기를 좋아한다 했는데, 그대들은 어찌해서 자기를 계발하는 일에 힘쓰지 않겠다는 말이오?”

이 말을 듣고 여몽은 깨달은 바가 있어 그날부터 열심히 책을 읽었다. 그는 전장(戰場)에 있을 때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중신(重臣) 가운데 가장 학식이 높았던 노숙(魯肅)이 어느 날 여몽이 지키는 지역을 지나가게 됐다. 그는 평소에 여몽이 무예만 뛰어나고 무식한 사람이라고 여겨 그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다. 노숙은 여몽을 찾아가 국정과 전쟁의 전략에 대해 여러 가지를 논의했는데, 여몽이 이전과 달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음에 깜짝 놀랐다. “내가 지금껏 사람을 몰라 봤네. 나는 이제까지 자네가 힘이나 쓰는 무장인 줄만 알았는데, 언제 그렇게 공부를 했는가? 이제 자네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어리석은 여몽이 아니로군.”

그러자 여몽이 대답했다. “선비란 헤어진 지 사흘이면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정도로〔士別三日, 卽更刮目相對.〕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넘치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다. 여몽의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 ‘괄목상대(刮目相對)’와 ‘수불석권(手不釋卷)’이다. ‘괄목상대’는 상대방이 예전과는 여러 모로 달라져서 눈을 씻고 다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주로 학문이나 기술 등이 몰라보게 성장했을 때 쓰는 말이다. 여몽이 ‘괄목상대’할 만한 발전이 있었던 것은 그가 전쟁터에서도 ‘수불석권’하는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일이 가능한가? 독서에는 절대적인 시간 투자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와 닿는 내용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생각을 하면서 반복해 그 부분을 읽게 되며, 반복해서 읽다 보면 저절로 암기가 된다. 마음에 와 닿은 구절들이, 좋은 말들이 머릿속에 저장되고 그것이 쌓이다 보면 나의 언어 속에 자연스럽게 뒤섞여 흘러나온다. 노숙이 여몽과 대화를 하다가 그가 예전의 어리석은 여몽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의 언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식과 지혜가 풍부해지면 언어뿐 아니라 생각이나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

우리가 그동안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서 정말 쉼 없이 공부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능시험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많은 지식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머리가 하얀 백지 상태가 돼 버렸다’고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공자의 말이다.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문제는 열심히 풀었으나, 그 공부가 자발적이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단순히 암기하기에 급급했다면 그런 지식은 머리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만 많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자신이 만든 관념의 세계에 갇혀 위험해질 수 있다. 많이 본 것 같고 읽은 것 같은데 내 속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자발적인 공부와 독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독서와 공부는 자발성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자발적인 독서와 공부였다 하더라도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독서와 공부는 인간의 내적 성장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공자는, 학문에는 ‘위기지학(爲己之學-자기 자신을 위한 공부)’과 ‘위인지학(爲人之學-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 두 가지가 있다고 하면서, ‘위인지학’보다는 ‘위기지학’에 힘쓸 것을 강조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독서는 단순히 글자만을 읽거나 독서량을 자랑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다. ‘통독(通讀)’이나 ‘다독(多讀)’보다는 ‘정독(精讀)’이나 ‘숙독(熟讀)’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작가를 만나고, 책의 주인공을 만나고, 내가 살 수 없는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그리고 인생의 굽이굽이에서 그 지식과 경험들을 조우할 때 내 삶은 풍부해지고 인식의 지평은 넓어진다.

극심한 취업난에 대학생들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학점관리, 스펙 쌓기, 공무원 시험 준비 등으로 대학생에겐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정말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부족해서인가? ‘일이 많아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여몽의 핑계가 떠오른다.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은 142.7분으로, 책 읽는 시간(43.4분)의 약 3배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습관이 안 돼서 책을 못 읽는 것이다. 독서는 습관이다. 젊어서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늙어서 책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독서가 무수한 영감을 주고 많은 일들을 가능케 했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나 스마트폰의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의 증언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독서는 이미 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켰다. 무엇으로 남과 다른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 앞으로는 분명 ‘책 읽는 사람’이 귀한 시대가 올 것이다.

/강 지 희 (교양기초교육대학 ·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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