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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인문학’ 이중 나선 개-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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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24  12: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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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꿔버린 두 가지 이론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고 베일에 싸여있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에 관한 폭발적인 연구를 가능케 했다. 다른 하나는 제임스 왓슨의 ‘이중 나선 이론’이다. 인간의 성격과 질병 등의 이유를 알 수 있는 DNA 구조를 밝힌 이론이다. 나아가 생명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비밀을 밝힐 수 있는 생명과학의 기초가 된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비견되는 단 한 장의 에세이, 그 놀라운 발견을 이룬 제임스 왓슨이 발견 당시 상황들을 기록한 것이 『이중나선』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과학의 발전과정을 일반대중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힌다. 본문에서는 그런 의도에 맞춰 자신의 발견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런 부분에서 이 책은 의미를 가진다. 이 책은 이중나선이라는 인류적인 발견에 기대지 않더라도, 일반대중이 가진 과학자에 관한 선입관 혹은 편견을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철저하고 냉정하게 연구하는 과학자라는 이미지는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의 솔직한 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고 경고할 만큼, 그의 글은 솔직하고 거침없으면서 당돌하기까지 하다. 그 예로, 그의 동료 크릭을 머리는 비상하지만, 눈치 없는 참견쟁이에 수다쟁이라고 소개하기도 하고, 여성 과학자 프랭클린은 패션에 신경 쓰지 않는 고리타분한 고집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묘사들은 마치 독자와 함께 그들을 뒷담화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가 당시 23세였다는 것과 쟁쟁한 노벨 수상자들에 대해 쓴 것이라고 생각하면 글을 얼마나 대범하게 써 내려 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솔직함은 타인만을 향하지 않는다. 당시 본인의 감추고 싶은 생각들도 털털하게 독자에게 이야기한다. 그는 화학을 싫어해서 화학을 배우지 않으려 했고, 몰래 장학금을 받기 위해 거짓말도 했다고 고백한다. 동료 과학자의 눈치를 보면서도 놀러 가는 귀여움(?)까지 보여준다. 이렇게 본인에게도 솔직한 감상은 그의 글 전체에 진실성을 실어준다. 다른 과학자들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도 그저 그가 처음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는 것뿐이라고 알려 준다.

그의 이런 솔직한 접근 덕분에 독자들은 과학자들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알 수 있다. 그를 둘러싼 과학자가 겪는 문제들이나 갈등들도 사실을 기반으로 쓰였기 때문에 입체적이다. 각 과학자들이 가진 서로 다른 사정과 그 속에서 야기되는 불화와 경쟁이라는 기 싸움들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그 중심에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발견으로 환호하기도 하고, 실수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낙심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모든 것을 딛고 위대한 발견을 이룩하기까지, 그 과정은 그야말로 극적으로 전개된다. 독자들은 이 과정을 함께하며 과학자들이 책과 역사로만 접해봤던 노벨 과학상의 주인공들이라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잘 쓰인 소설 속의 캐릭터들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서술방식은 그런 힘이 있다. 냉정하고 완벽함의 대명사였던 과학자가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다. 이 책은 왓슨이 의도한 과학의 발전과정뿐 아니라, 더 나아가 과학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과학자를 꿈꾸게 하고, 비슷한 길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영향력을 내포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솔직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이런 솔직한 접근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그가 히스테리 하게 표현한 프랭클린이라는 여성 과학자는 많은 불평등 속에서도 꿋꿋이 과학계에서 능력을 뽐낸 사람이다. 저자가 표현한 대로만 사람들과 사건들을 이해한다면, 사람과 사건을 편향된 시선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비판적으로 저자의 표현들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왓슨은 일반대중을 예상 독자라고 했지만, 이 책은 어느 정도 기초지식이 있어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중간중간 생물학과 유전학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뉴클레오티드, 수소결합 등의 전문용어를 사용하다 보니 유전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충분히 어렵게 느낄만하다. 하물며 일반대중에게 초점이 맞춰진 글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다 보니 책의 내용을 한 번에 파악하기 버겁다. 일반대중이라는 예상 독자에 맞춘, 좀 더 가벼운 접근과 간결한 설명을 덧붙인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문과와 이과가 정확하게 나눠져 있어서인지 이런 책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흔히 이과생은 글을 못 쓴다는 인식을 가지거나, 문과생은 ‘수포자’며, 과학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생각하기 쉽다. 과연 우리나라에도 전문적인 과학 혹은 수학적 지식과 함께 문학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양성되고 있는 것일까. 융ㆍ복합적인 인재를 요구하면서도 실질적인 사회구조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제임스 왓슨이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힌 사람이 된 이유에는 많은 요소가 있다. 직관적이면서 창의적이었고 운이 좋았다고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요소로 꼽는 것은, 그가 다른 과학자들과 이론이나 의견들을 끊임없이 교류하고 수용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의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이과와 문과로 서로를 나누고 다른 위치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교류함을 통해 융ㆍ복합적인 사고를 기르며 미래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 가운데, 우리는 그런 준비과정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 낼 때, 우리의 사회는 더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이다.

/박지훈(영어영문ㆍ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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