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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친구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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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2  15: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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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존대법이 심해서 말 속에 권력관계가 너무나 예민하게 작동한다. 언어생활이 그래서인지 나이에 따른 서열화도 극심하다. 나이가 계급이라는 자조적 농담도 있다. 동갑이거나 같은 학년이 아니면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친구’가 아니다. 생일이 며칠 차이도 안 나는데 한 학년 위라는 이유만으로 모가지가 떨어지도록 인사를 하는 것도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다. 나이가 벼슬이다 보니 친구 사귀는 것도 동년배 또래 집단에 국한된다. 그러다보니 나누는 정보, 하는 생각 등이 대체로 거기서 거기고, 집단 뭉침이 강해 거기서 이탈하면 죽는 줄 아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회학자 그라노베터가 기지를 발휘한 ‘약한 연줄의 강점 (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개념이 있다. 튼튼한 연결망으로 뭉친 사람들은 동질성이 높고 자주 교류하다보니 그 그룹 내에서는 사실 더 이상 새롭게 배우거나 가져올 게 없는 반면, 악한 연결고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질성이 높아 새로운 정보와 경험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나이에 의해 교류 집단이 닫히는 성격을 가져서인지 위아래 친구가 별로 없거나 약한 사회다. 영어의 프렌드는 나이와 무관한데 한국어 ‘친구’는 나이를 초월하기 어렵다. 친한 사이에서도 조금만 수틀리면 인상을 그리며 ‘내가 니 친구냐’고 위아래를 따지는 사회다. 한국에서는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그러다보니 세대간 소통이나 지혜의 이전, 상호 이해 같은 것이 잘 될 턱이 없다. 회의든 모임이든 연장자만 떠들고 있고,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답을 찾으려 발버둥이다. 늙으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 대접 받는다고 아무리 가르쳐봐야 실천은 어렵다. 사회적 모임도 동문회 등이 위주가 되다보니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동갑에 동성에 동향인 경우가 주를 이룬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보면 아무리 찾아오라 해도 찾아오는 학생이 별로 없다. 학교에서는 교수면담을 강화하고 학생들을 자주 만나 지도하라고 늘 방침을 세우지만 오지 않는 학생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억지로 면담을 지정하고 오도록 하면 대체로 요식적인 만남 때우기로 끝나고 만다. 어른이나 애나 서로 만나서 소통하고 친구가 되는 법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애들은 그들의 고민을 횡적으로만 소통하고, 생각도 경험도 비슷한 수준의 옆 친구들과 나눌 뿐이다. 동질성이 높아 색다른 학생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외국인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다른 시대, 사회를 살아 본 경험과 지식의 교류를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친구들이 필요한데,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멘토 제도도 만들어 보지만 그래봐야 한 두 살 차이 애들끼리다. 멀리 떨어진 위아래 친구를 통해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든 사람들이나 서로 ‘약한 연줄’의 장점을 찾아 소통을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니 친구냐’가 아니라 ‘나는 네 친구야’의 문화로 나가든지, 혹은 나이가 깡패가 되는 꼴을 견디고 살든지...

/김신동(미디어커뮤니케이션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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