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오피니언
증오는 어디에서 오는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0.28  13:06: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여성, 동성애자, 장애인, 외국인,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 증오, 증오범죄, 혐오발언. 어느새 자주 생각하고 입에 올리게 되는 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벌어지는 일부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과거를 되돌아보니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지점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쉽게 증오 현상은 인간 본성에서 기인하는 숙명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미움 또는 노여움이 인간이 지닌 감정의 한 부분이지 않은가?

역사는 어떤 집단에 대한 경멸이나 증오가 항상 유사한 양상으로 존재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른 민족이나 종교에 대한 태도가 항상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다양한 성에 대한 인식 역시 오히려 근대 이후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입장에 상당수가 동의한다. 한국사회만 해도 혐오 현상이 이슈가 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즉 사회적으로 중요한 증오 현상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 특정 시기에 만들어지는 측면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증오의 대상이 되는가? 증오 또는 혐오 하면 떠오르는 것은 소수자와 약자들이다. 나와 다른 유형에 속한 사람들도 증오의 대상이 된다. 여성 혐오, 남성 혐오, 배부른 부자들에 대한 증오, 더러운 하층민에 대한 혐오, 흑인에 대한 혐오, 백인에 대한 증오,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생각난다. 좌빨 또는 보수꼴통에 대한 증오와 같이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이렇게 다양한 집단에 대한 증오는 어디에서 오는가? 증오 현상의 공통점은 그것이 특정 개인의 어떠어떠한 점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되는 집단 전체에 대한 반감이라는 점이다. 어릴 적 나에게 못된 짓을 한 사람을 평생 미워한다거나 함께 생활해본 어떤 외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그 나라 출신 사람들을 혐오한다거나 하는 것과 다른 것이다. 우리와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나와 거의 무관한 사람들에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분노는 직접적인 경험이나 특정 개인의 부정적인 면모가 아니라 특정 집단에 대해 누구나 가지게 된 오래된 이미지에서 시작된다.

이 관념과 증오의 대상이 되는 집단의 현실 간에 괴리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커지게 될 때 문제가 된다. 그래서 증오 현상은 기존 관념을 신봉하는 사회 구성원 다수가 참여하는 일반적인 현상인 경우가 많다. 삐뚤어진 생각,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극소수에 국한된 현상이 아닌 것이다. 심지어 국가나 민족에 속한 사람들 전체가 특정 집단이나 사회에 대해 엄청난 증오를 갖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우리는 최근 국내외의 혐오 현상을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된다. 증오의 감정은 왜 그토록 깊은 것인가? 이 깊이는 바로 우리의 관념과 변화하는 현실 간의 간극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결책은 이 간격을 줄이는 것일 게다. 우리의 관념을 그들의 현실과 욕구에 맞게 수정하던가, 그들을 우리의 관념에 맞게 수정하던가.

/엄한진(사회·교수)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인터뷰] “진실을 향한 진심” 1세대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 만나다
2
[보도] ‘표창원 특강’ 170여 명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
3
[보도] ‘217종 잡지부터 전 세계 논문까지’ 학우들에게 제공
4
[보도] 인문·체육비전 장학생 모집, 내달 5일까지
5
[기획] 한림학보, 취재력 기르고 특징 찾아야
6
[보도] 학생예비군, 홍천 아닌 춘천에서 실시
7
[보도] 취미·스포츠 활동하고 기숙사 상점받자
8
[인터뷰] 한 분야 연구에 열정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보길
9
[시사이슈] 중국서 ‘억울한 옥살이’ 손준호 무사히 한국땅 밟아
10
[시사상식] 신문에서 보는 시사상식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성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