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폭풍과 마주하다]

‘재회’는 일상에서 따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연인, 친구 등 뜨겁거나 돈독했던 사람들이 서로 다시 만나는 수식어로 우리는 ‘재회’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영화 ‘아들’의 주인공 올리비에는 소년원에서 출소한 이들에게 목공을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익숙한 얼굴을 한 어떤 소년과 재회한다. 통상적으로 반갑거나 뜨거운 느낌과는 다르게 그의 재회는 너무나도 차갑고 덤덤하며 일방적이기까지 하다. 그 재회의 대상이 본인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 거칠고 빠른 영화를 좋아한 이에게 상당히 지루하단 뜻이다. 하지만 폭풍전야라 했던가, 그 고요 속에서 밀려오는 감정은 그 어느 폭풍보다 거세다. 상영시간 동안 밀려오는 지루함을 이겨낸다면 동요하는 감정과 함께 해설을 찾아보는 본인을 발견할 것이다. 참을 수 있다면 말이다.

[한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 재회한다면]

오랜만에 전 연인을 만난다면 다들 어떻게 인사할지 생각해 보았는가? 라디의 ‘오랜만이죠’라는 노래는 헤어진 연인과 우연히 만났을 때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진짜 전 연인에게 말하는 듯한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걸 수 있으니 조심하자.

한때 애인은 ‘기간제 베프’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만나는 당시에는 베스트 프렌드로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가깝게 지내는 사이지만 헤어지면 한순간에 남보다 못한 사이로 변하는 관계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별하면 마치 오래된 친구를 잃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과거에 나의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전 연인과 다시 마주친다면 누구든 혼란스러울 듯하다. 상상만 해도 어색하지만, 반가울 것 같기도 한 그 순간을 가장 섬세하게 잘 표현한 곡이라 생각이 들어 이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친구? 지X하네”]

드라마 속 윤제(서인국)와 시원(정은지)은 학창시절에 동고동락하며 지낸 죽마고우다. 그러나 윤제가 시원에게 마음을 품게 됐고 이후 어느새 부턴가 둘 사이가 어색해지고 멀어지게 됐다. 졸업 이후 윤제는 시원을 열심히 피해 다녔다. 동창회, 명절 등 늘 불참의 이유를 만들어 냈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 한복판 카페에서 만나게 됐다. 둘의 6년만의 재회, 이야기 중 윤제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거짓말을 했고 시원은 “친구? 지X하네”라며 이름다운 답변을 냈다. 둘의 오랜 만남의 공백을 한 번에 무마시키는 말이었다.

아무리 친했던 사이여도 오랜 기간 만나지 않으면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인생에서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재회 상황은 그 기간이 짧든, 길든 반드시 있다. 그러나 시원이 같은 성격의 소유자와 함께라면 그 어색한 공기는 금방 사라질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며 시원의 성격을 갖고 싶었다. 늘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그녀의 성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