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를 보고 송창식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화석!]

필자가 어제까지 한국인으로 알고 있던 박재범이 자랑스러운 한글을 재치 있게 해석한 ‘GANADARA’를 2022년 발매했다. 박재범에 의하면 전 세계에 많은 팬들에게 한글을 알리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해당 곡을 출시했다고 전했다.

‘난 한국말까지 서툴러 번역기도 전혀 도움 안 돼’ ‘네 맘엔 어떨까 걱정만’

실제 박재범은 한국에 처음 정착했을 때 한글이 매우 서툴렀다고 알려졌다. 언어가 서투르지만 바디랭귀지는 자신 있다는 표현을 보면 역시 박재범은 ‘핫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손흥민, BTS, 봉준호, Jay Park 렛츠 고” 가 유행어인 이유이기도 하다.

박재범의 ‘몸매’보다 아름다운 우리말 ‘GANADARA’. 이 노래를 듣고 있는 외국인들을 떠올리면 벌써 가슴 한편이 뜨거워진다. 다만, 한국말을 잘하는 우리 학우들이 한국어가 서투른 척 이성에게 다가가 노랫말처럼 행동하는 불상사는 없길 바란다.

[그건 ‘후려치다’고, 이건 ‘휘갈기다’야!]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우리말 큰사전’을 편찬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두고 있다. 모티브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이다. 영화는 까막눈 전과자인 주인공 김판수가 류정환이 있는 조선어학회의 심부름꾼으로 취직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고추장’은 각 지방의 말로 어떻게 말할까? 바로 ‘강추장’ ‘고추장’ ‘꼬장’ 등이라고 한다. 판석이 전국 각지 사투리 쓰는 사람들을 모아 글자를 보여주고 발음하게 하는 장면은 티저로 나올 만큼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다. 작중 판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는 정환의 질문에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네 명의 한 발자국이 더 낫지 않겠냐”며 으스대는데, 이는 후반부 아버지에게 배운 ‘민들레’의 어원과 함께 사전을 만들게 된 계기를 밝히는 장면에 다시 등장하며 깊은 여운을 준다.

유해진의 맛깔난 연기로 표현한 우리말 독립의 역사, 다가오는 한글날에는 재미와 감동을 하나로 녹여낸 영화 ‘말모이’를 감상하자.

[순우리말이 선사하는 따스한 순간들]

‘낱말이 모여 글이 되듯이 순간이 모여 삶이 됩니다. 낱말이 주는 위안과 용기는 미약하고 짧겠지만, 허든거리는 순간마다 그것들을 꺼내 볼 수 있다면 삶에서 반짝이는 순간도 늘어가지 않을까요.’

사회생활을 하며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저자는 고통에 휩싸일 때마다 순우리 낱말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 낱말을 안온한 일상에 녹여내 하나의 에세이로 엮어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지친 마음을 쓰다듬는’ ‘나아갈 길을 열어주는’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순간에 어울리는 낱말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치 고민을 말하고 책의 한 부분을 펼치면 해답이 주어지는 마법의 해답책처럼 말이다. 더불어 페이지 한쪽에 여러 순우리말의 의미가 쓰여 있어 자연스럽게 순우리말을 배울 수도 있다.

불안한 삶 속에서 마구 흔들리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부디 이 도서가 잔잔한 위로이자 길 잃은 자들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