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재현하는 작품은 항상 말썽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또 그러한 말썽은 언제나 특정한 결론 없이 일정기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는 흐지부지 마무리되곤 한다. 이는 작품의 사실 여부나 역사를 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근거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논란에 정치적 공방까지 더해져 더욱 첨예한 대립 형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출판 전부터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만화 박정희』가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어서면서 독자들의 호응과 질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정의는 불의를 반드시 기억한다"는 간단한 문구에 출판의 취지를 담은 이 책은 보기 쉬운 만화로 그려져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그동안 다소 미화되어왔던 인간 박정희에 대한 역사를 철저히 재조명한다.

  『만화 박정희』는 1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친 후 지난 해 8월15일 출간을 예정했었지만, 9개월 가량 출간이 지연되면서 새로운 사건들과 정확한 사실을 추가 및 수정하는 등 면밀한 제작과정을 거쳤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만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정립했으면 좋겠다”는 백무현 저자의 취지에 걸맞게, 만화라는 수단을 적절히 활용하여 어린 초등학생들일지라도 이 책을 읽고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림 역시 등장인물들을 실제로 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 책은 총 두 권으로 이뤄졌다. 1권은 박정희가 대통령에 출마하고 완전하게 정권을 잡기까지의 일생을 그렸으며, 2권은 박정희의 대통령 취임 이후 펼친 ‘반공 전성시대’의 개막부터 몰락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학창시절부터 두드러졌던 박정희의 친일행적부터 잠시 좌익에 몸담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료들을 배신한 일, 미국이 자신의 좌익경력을 문제 삼을까 두려워 진보 지식인들에게 빨갱이 누명을 씌워 사형선고도 마다하지 않았던 비열함, 대통령의 채홍작업(기생을 징발하는 일) 등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긴 하지만 그동안 쉬쉬되어 왔던 사안들을 과감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그러나 아쉬움 점도 있다. 어떤 인물이든 공(功)과 과(過)가 있기 마련인데, 너무 과(過)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박정희가 노동자의 희생과 인권침해, 천민자본주의 등의 폐단을 낳은 사실만을 나열한 점이 거슬린다. 저자는 “박정희를 바로 알고, 왜곡된 그의 영웅신화를 바로잡자”는 뜻에서 이 책을 펴냈으나 너무 과(過)에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고 “그렇다면 일부 국민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나쁜 박정희에게 아직도 향수를 느끼고 있는가?”란 물음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 발전의 기틀이 비로소 마련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긍정적인 사실”이라고 박정희의 경제성장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은 짤막하게 덧붙였을 뿐.

  그러나 그동안 곡해됐던 박정희에 대한 역사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집필됐다는 점에서 이 책이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린 이 박순찬은 말한다. “무미건조한 진실을 그려내는 데에도 적잖은 용기가 필요한 현실이 서글프다”고. 어찌됐든 그 용기와, ‘만화와의 조합’이라는 새로운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 김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