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기생수>

  필자는 만화를 고를때 그림을 보면서 대충 질을 따졌었다. 그러나 기생수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기생수는 분명, 요즘 나오는 만화에 비해 그림 수준이 딸리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개성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수작 중의 수작이다.

  스토리를 짤막히 소개하자면 하늘에서 이상한 생물들이 떨어진다. 사람의 눈처럼 생긴 생물들은 세상에 떨어져서 인간의 뇌를 먹고 그 육체를 지배하며 기생해버린다. 주인공 ‘신이치' 역시 이 생물이 잠식해 들어가지만 신이치의 강력한 저지로 뇌가 아닌 오른손에 기생하게 된다. 한 몸에 두 개의 생명체가 같이 살게 된것이다. 뇌를 잠식당한 인간들은 인간을 주식으로 삼으면서 인간에게 천적이 생겨 버리게 된다. 신이치는 강력해진 오른손 기생수의 능력을 빌려 기생수들을 처단하기 시작한다. 왜냐? 그들의 가족이 모두 기생수들에게 먹혀버렸으므로…

  자연세계에는 먹이사슬이란 법칙이 지배한다. 그런데 오직 인간에게만 천적이 없다. 지구를 황폐화시키는 인간에게 경종을 가하는, 또한 신이치 내면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은 그런 작품이다.

7. <이나중 탁구부>

  가히 말하고 싶다. 변태 엽기 만화의 지존이라고. 그렇게 웃기지는 않지만 변태+엽기스런 분위기는 새로운 문화에 눈을 뜨게 해준다.

8. <호문클루스>

  고급 호텔과 홈리스들의 공원 사이로 난 작은 길에는 몇주 전부터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다. 여느 홈리스와는 달리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차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나코시'. 공원에 모여든 홈리스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어느 날 한 청년이 나코시를 찾아온다.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실험에 참여하면 70만엔을 주겠다는 흥미로운 제안과 함께. 자동차 기름값을 대기 위해 실험에 동의한 나코시는 작은 드릴로 구멍을 뚫는 시술을 받는다. 고대인들은 이 시술이 인간의 제 6감(sixth sense)을 깨운다고 믿었다. 무사히 시술을 마친 그날부터 나코시의 눈 앞에는 괴상한 세계가 펼쳐진다. 멀쩡한 사람도 왼쪽 눈만 뜨고 보면 머리가 잘리거나 팔이 두개거나 기괴한 나무 모양의 형상으로 보이게 된 것. 그것은 저마다 숨기고 싶었던 내면의 진실, 거짓을 벗어던진 영혼의 형상이었다. 요즘 본 작품들 중 가장 압권이다. 무조건 강추다.

9. <데카슬론 (튀는사나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만화 중 가장 특이한 그림체를 자랑한다. 철인 9종경기를 소재로 한 만화인데 엄청나게 역동성이 넘친다. 9종 경기이므로 한 경기에만 강하다면 우승할수 없다. 한 경기를 이기면 다른 경기를 지고 마는 아찔한 엎치락뒤치락이 독자들로 하여금 눈을 못 떼게 만든다.

10. <엔젤전설>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작가가 남기고간 최고의 코미디 만화이다. 그림체는 완전 호러물이지만 설정 자체가 지독히 웃긴다. 악마와 같은 외모에 천사의 마음을 가진 고교생이 주인공으로 조폭들도 그의 외모에 쫄아버리시고 만다. 주인공이 같은 반 여자아이가 모르고 떨어뜨리고 간 필통을 전해주려고 (너무나 착한 마음씨) 여자애에게 다가가지만 여자애는 자기를 죽이려는줄 알고 도망치는 모습이 압권이다. 아무리 착해도 문제다.

11. <베르세르크>

  ‘불멸의 용병'으로 처음 접했던 만화다. 최강의 판타지 액션만화라고 할수 있다. 약간의 호러도 섞였다. 주인공 가츠의 끝없는 마물들과의 전쟁이 스토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자기몸보다 큰 거대검을 들고다니면서 ‘몹' 들을 쓸어버리는데 그 호퀘함이 압권이다. 전반적으로 대단히 어둡고 드래곤볼의 프리더 시절처럼 이야기 내내 비장함이 감돈다. 그림 역시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