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했던 시작이었다. 언론방송융합미디어 과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하고 처음 교수님을 면담하러 갔을 때 교수님이 교환학생을 추천해주셨고,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국가 중 미디어학과 학생들만 지원해서 갈 수 있다는 홍콩의 대학교에 교환학생을 지원하였다. 원체 즉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즐겨하기도 하며, 다행히도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토익점수의 기한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교환학생 신청서를 작성했다. 물론 영어 면접이 걱정되긴 했지만 감사하게도 합격하여 홍콩의 City University of Hongkong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다.

하지만 막상 홍콩에 가게 될 날짜가 다가오니 떨리기 시작했다. 물론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이 그러하겠지만 본인의 영어실력에 대해 걱정이 들기 시작했고, 특히 영어로 과제를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약 한 달 동안 영어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한 달간의 벼락치기는 당연하게도 영어에 대한 내 본질적인 걱정을 사라지게 하지 못했고, 결국 출국날짜는 코앞으로 다가와 '그냥 부딪혀보자' 하는 마음으로 홍콩으로 떠났다.

홍콩에 처음 도착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숨이 턱 막히는 습하고 더운 공기에 비는 추적추적 내리니 땀이 미친 듯이 쏟아졌으며, 토지 면적당 최대인구를 자랑하는 홍콩답게 비좁은 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나다니는 것을 보며 조금은 후회스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난 뒤에는 적응을 했지만, 처음 홍콩에 도착하고 며칠 동안은 끔찍하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홍콩의 길거리에 혼을 뺏기듯이 다녔었다.

기숙사에 도착하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홍콩 씨티유는 놀라울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내가 해야 할 것들과 알아야 할 정보들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고마움을 느낄 정도로 체계적이고 확실하게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약 4개월간 머물러야할 방의 시설도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으며 영국에서 온 룸메이트 Charlie 또한 친절한 친구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학교 내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려주어서 그 학교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다녀온 홍콩 씨티유는 2017년 세계 대학순위에서 50위 안에 들 정도로 높은 대학이라 수업의 수준이 너무 높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막상 수업을 듣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수업을 청강하는 것 자체보다는 수업에 직접 참여하게 만드는 학교의 강의방식이 적응하기 힘들고 어려웠는데, 대부분의 수업에서 홍콩의 교수님들은 학생들끼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매 수업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해 학생들이 가진 생각을 공유하는 데 사용하였다. 사실 홍콩의 로컬학생들 또한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과 부끄러움이 없어 보였으며 열정적인 자세로 토론에 임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영어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분명히 도전해야 했으며 나 또한 어렵지만 최대한 수업에 잘 참여하려고 노력했는데, 수업을 듣기 전에 항상 수업 주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대충 머릿속에 영어로 실시간 정리하니 발표하거나 토론할 때 덜 당황할 수 있었다. 비록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지만 그것이 한국의 교육시스템과는 조금 다른 선진된 교육방식이라고 생각했으며 우리가 배워야할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을 사귀는 것 또한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했다. K-Pop,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의 영향으로 인해 다행히 홍콩 친구들은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보였으며, 한국에서 온 나에게 꽤나 많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수업시간에 짠 조원들끼리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친해졌으며, 주말에 현지 친구들이 추천해준 맛있는 식당도 찾아가기도 해 도움이 많이 됐다. 현지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 한국의 다른 대학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함께 섞여서 가끔 주말에 술을 마신다거나 클럽에 가기도 했다. 항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일이 생기면 열린 마음으로, 먼저 다가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상대방도 분명히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홍콩의 날씨는 10월 중순이 넘어가자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한국의 가을 날씨 같았으며 그때쯤이면 홍콩과 학교에 적응했을 때라 홍콩의 전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홍콩 국토자체가 넓지는 않지만 동서양의 문화가 다채롭게 공존하여 먹을거리, 볼거리가 굉장히 많아 여행을 다니는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홍콩의 대표적인 먹을거리이자 한국에서는 적은 돈으로 맛보기 어려운 딤섬을 저렴한 가격에 먹었는데, 맛있는 딤섬을 파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홍콩은 하이킹을 하기에 굉장히 좋은 곳이라는 것이 의외였다. 바다를 끼고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하이킹을 하는 경험이 참 인상 깊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참여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본인의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림대학교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만 몇 년간 수업을 받다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외국의 새로운 환경에서 강의를 받고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경험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면서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모든 수업을 영어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영어라는 언어를 잘 사용하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잘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홍콩에서의 생활과 학교에서의 수업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고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국가에서 건너온 많은 친구들은 먼저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었으며 4개월이라는 교환학생의 짧고도 긴 기간 동안, 낯선 곳에서의 막연한 두려움과 떨림을 극복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본인이 바라보는 시야를 넓힌다면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승빈 경영ㆍ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