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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인문학의 위기②본질적 학문, 설 자리는 어디인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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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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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지금 전과한 학부에서 배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일이고 전에 있던 학부에 흥미가 없어서 결정하게 됐다” 작년에 인문학부로 입학해 올해 언론정보학부로 전과한 한 학생의 말이다. 정부의 주도하에 미국의 학부제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좀더 노골적으로 보여진 원리는 경쟁유발과 실용학문의 증대였다. 이 때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실무적인 학문이 대학의 전공과목으로 등장했고 졸업 후 취업에 용이하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학생들의 지원 또한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등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이로 인해 ‘인문학의 위기’는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지배엘리트 재생산을 맡던 과거의 서구유럽 대학과 ‘진리의 상아탑’으로 대변되던 대학의 역할을 살펴보면 그 학문의 중심을 인문학에 두고 있다. 지금에 와서 각광을 받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학문은 대학이 지배엘리트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할 때만 해도 천대시 받던 부분이다. 그러나 학문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던 인문학은 자본주의에 의해 도태됐다. 자본주의에 의한 대학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수요가 적은 인문학의 도태를 부채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김성진(인문·철학)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는 곧 인문학에 대한 직업의 위기”라며 “대학·시장과의 관계가 설정되는 사회에서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교육인 인문학의 필요성이 거부된다”고 말한다. 또한 “실용학문의 빠른 발전은 인문학과의 조화의 불균형을 초래해 둘의 입장간 대립이 발생한다”며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필요한 기초교육으로서 인문학의 가치의 인정이 요구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이런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바라보자는 의견도 있다. 우리학교 이대식(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현재의 대학이 극단적으로 취업만을 지향한다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며 “실업계회사에서도 실용학문만을 전공해 당장 쓸 수 있는 기술만을 요구하지 않는 만큼 모든 대학이 순수학문의 공부를 간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 자체를 공부하는 인문학은 필요하고 국가의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며 “그러나 어떤 학문을 탐구할 것인지는 학교와 학생들의 자유롭게 맡겨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원리가 대학에 적용되면서 인문학은 실제적 취업에 필요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요자가 줄어들고 ‘비인기 과목’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현실적인 취업요건을 따져보면 인문학의 학습은 불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인문학은 시장의 원리에 의해 수요가 없는 상품으로 여겨져 그 가치가 떨어진다.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상품이라 버려지고 수요가 많은 상품은 점점 번성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호서대학교의 철학과가 아예 그 자취를 감춰버린 것은 이러한 세태를 여실히 증명하는 하나의 예로 설명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사회에서 순수학문에 대한 실용학문의 승리는 상품으로 전락된 학문에 대한 문제제기를 유발시킨다. 대학의 학문탐구는 학문탐구 자체를 위한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취업을 위한 전문인 육성은 대학의 근본적인 역할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순수한 학문의 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설 자리가 불투명하고 노동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여건이 조성돼 이들의 생존권이 보장될 수 없다면 이것은 한낱 이상을 꿈꾸는 얘기에 불과하다.

  우선적으로 인문학의 몰락을 국가적 차원에서 막아내는 적극적인 정책이 마련되고 대학자체에서도 그 학문적 역할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있을 때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 있어서 인문학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 홍수경 기자 laught1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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