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하게 많은 준비를 하지 말고 현지에서 겪어보자고 하는 게 내 취지였기 때문에 많지 않은 짐을 챙겼고 비행기 표와 비자취득을 위해서 서울을 오간 일 빼고는 어학준비밖에 준비한 것이 없었다.

지원 동기는 기왕이면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서 지원을 하게 되었고 만족스럽게 생활했다. 중국어권으로 교환학생을 택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마찬가지겠지만 본인이 원활하게 말을 하는 상태에서 교환학생을 결심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단지 언어를 배우고자 한다면 꼭 베이징을 고집하진 않아도 된다. 참고로 베이징은 기숙사비와 생활비가 저렴하지 않고 공기가 무척이나 안 좋다.

수업구성은 총 1반부터 10반까지 있고 모든 반이 개설되지는 않으며 분반고사에 따라 반이 배정된다. 나는 1반에 배정받았으나 1반을 제외한 10반 모두 수업구성은 동일하다. 말하기, 듣기, 독해, 종합 네 과목이며 월~금요일 오전8시~12시 4시간 수업으로 진행된다. 수강신청을 따로 필요 없다. 내가 참여했던 1반은 선생님이 두 분으로 거의 종합수업으로 이루어지며 시간별로 선생님의 수업방식이 달라질 뿐 별 차이는 없다. 기왕 온 김에 어려운 수업을 듣는 것을 추천 드린다. 우리 학교는 학점을 주는 방식 때문에 간혹 반을 내리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는데 내 경험상 어학은 어려운 수업을 듣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처음 분반고사 이후에 한번 환반(반을 바꾸는 것)의 기회를 제공하기는 하지만(이 기간 동안은 따로 사무실에서 공지를 하겠지만 책을 사용하시면 안 된다.) 이미 반별로 안배하여 반을 구성해놓았기 때문에 맨 처음 시험을 잘 보시는 것이 좋다.

수강과목은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듣기, 말하기, 독해, 종합으로 구성돼있다.(1반 제외) 이외에 방과 후 수업으로 그림그리기, 무술, 서예, 전통춤 등의 수업이 있어 타 대학에 비해 다양한 수업이 구성돼있으며 방과 후 수업은 선택이다. 나는 서예에 참여했었는데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아니다보니 동양권학생들의 출석은 썩 좋지 않고 오히려 다른 문화권의 학생들이 열심히 참석했다.

이외에 매주 2회(화요일, 목요일) 대학원생(모두 제2외국어로써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을 가르치는 전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선생님들보다는 미숙하지만 잘 가르친다.)들이 푸다오(과외)를 해주는데, 푸다오 학생들과 친해지는 것을 추천한다. 중국에서 지내면서 푸다오 학생들과 자주 만나 유학생활의 필요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고 학습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은행업무, 인터넷주문, 먹거리, 관광지 등등. 본인의 중국어 실력이 높아서 진짜 교환학생의 취지를 살리고 싶은 학생들은 푸다오 학생들을 통해 본과수업을 신청하여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숙사의 경우 장기유학생은 서문기숙사, 단기유학생(1년 이내)의 경우 동문기숙사로 배정받는다. 한국 학생은 장기, 단기 구분 없이 모두 동문기숙사로 배정받는 걸로 알고 갔었으나 전혀 상관없이 랜덤으로 배치된다. 동문기숙사에 거주할 수도 있고 서문기숙사에 거주할 수도 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 싶었다. 시설측면에서 동문이 아주 조금 괜찮고 서문은 대신 개인주방을 이용할 수 있다. 서문은 거주의 종류가 조금 다양해서 정확한 비용은 잘 모르겠다. 내가 거주했던 동문기숙사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2인실 기준 하루 70, 80위안이며 금액차이는 방 크기의 차이 때문이다. 나는 큰방에서 거주했는데 비싼 것 빼고는 크게 흠결은 없었다. 2주마다 한 번씩 이불시트를 모두 갈아주시며 매일 쓰레기를 치워준다. 동문기숙사 직원들은 대체로 친절하며 모르시는 것은 물어 보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가끔 출입카드가 안 돼서 방문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방문 할일이 없다. 한국의 기숙사와 달리 따로 통금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초기에는 학교주변의 수많은 식당과 교내 학생식당을 이용했는데, 시간이 지나 각종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앱의 존재를 알고 주로 배달을 하여 식사를 했다. 그리고 학교 서문 근처에는 식당가가 많은데 모두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12월 전까지는 저녁 8시 이후에는 야시장(포장마차)이 서문에 열리는데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지만(우린 튼튼하니까 괜찮다) 몇몇 음식은 정말 맛있으니 추천한다. 동소문 근처에도 단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양꼬치를 파는 포장마차가 열린다. 개인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시끄러운 서문보다 동문 쪽을 더 선호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학생들이 오는 교환학생이고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생활을 한다. 단 한 명과도 제대로 교류하지 않고 지내는 아이들도 있고 편견으로만 세상을 보며 부정적으로 지내는 아이들도 보인다. 그들을 보며 역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내면의 중심을 잡는 일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므로 교환학생을 결심했다면 왜 오는지에 대해서 그 목적성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지 겉보기에 그럴듯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작지만 내면에서 바라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한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타지에서의 생활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여러 경우를 보았다. 마음이 아예 떠버려서 수업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않고 계속 방에 있거나 여행만 다니며 학기를 낭비하다 조기 귀국한 사례도 있었고 기타의 다른 사례들도 있었다. 원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목표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만 계획하여 오면 된다. 타국에서 생활한다고 하여 괜한 두려움이나 편견은 필요가 없다.

한림대 학생이라면 응당 한 학기 정도는 교환학생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향후 나의 계획은 중국어 학습이 한 학기로는 미진하다고 생각해서 한 학기를 휴학하고 하얼빈으로 어학연수를 가기로 결정했다. 모자란 글이지만 이 글이 앞으로 오게 될 학생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중국에서의 수학의 기회를 주시고 여러 준비를 하는데 부족함 없이 챙겨주신 국제교류팀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